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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냐 안전이냐, 부천시 스쿨존 공유주방 둘러싼 갈등 사연

초등학교·점자도서관 인근에 배달전문 업체 입점 예정…주민들 반발에도 현행법상 막을 근거 없어

2019.11.28(Thu) 17:44:43

[비즈한국] 경기도 부천시 연화마을의 한 아파트단지 입구 상가에 ‘배달전문 공유주방’이 입점하려 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공유주방이 입점하려는 상가는 아파트 밀집 주거지역에 있다. 문제는 상가 200m 거리 내에 초등학교, 300m 거리 내에 학원 중심가가 있다는 점이다. 150m 거리에 점자도서관과 보건소도 있다. 주민들은 “아이들과 시각장애인이 다니는 길이다. 30여 개의 배달업체가 입점할 공유주방이 들어오면 하루 1500회 이상 배달 오토바이가 다닐 것”이라며 입주민대표단 중심으로 모여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11월 21일부터 상가 입구에 천막을 치고 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

 

상가에 공유주방이 입점하면 노란 현수막이 붙어 있는 상가 지하주차장으로 배달오토바이가 다니게 된다. 사진=김보현 기자

 

상가와 150m가량 떨어진 점자도서관 ‘해밀도서관’ 관계자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분들도 이용하시는 도서관이다 보니까 앞에 오토바이가 상시 다니게 된다고 하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상가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옥경 씨는 “11월 6일 오후 6시경 인근의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배달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한 사고가 있었다. 학부모 중심으로 모여서 시청에 민원을 넣거나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쓰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다는 대답뿐이다. 우리가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관공서를 안다면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이지만 금지시설은 아냐

 

공유주방이 들어갈 상가는 초등학교로부터 200m 거리 내에 위치한 ‘교육환경보호구역’이다. 하지만 ‘배달전문 공유주방’의 입점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접객업 중 단란주점영업 및 유흥주점영업이 불가하다. 배달 업소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시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상가 지하주차장 입구에 입주민대표단이 붙여놓은 대자보. 사진=김보현 기자

 

​부천시청도 난감한 상황이다. ​주민들의 민원에 보낸 답신에서 ​부천시청은 ​‘해당 업소에서 ‘식품위생법’에 따라 타 법령에 위반되거나 저촉되는 사항 없이 적법한 시설물을 설치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업신고를 할 경우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 부서에서는 영업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부천시 민원위생과 관계자는 “아직 업체 측에서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민들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고 입장을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입점을 막을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입점 업체와 주민 협의 안 돼

 

상가에 입점하려는 업체는 공유주방 브랜드 ‘심플키친’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이는 클라우드키친 운영사 ‘시티 스토리지 시스템’이 올해 6월에 심플키친 지분 100%를 인수했다. 공유택시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이 만든 클라우드키친은 한국 토종브랜드 ‘위쿡’과 경쟁하며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심플키친은 건물 내 한 개 층을 직접 매입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며, 연화마을에서도 지하 1층을 직접 매입해 철거에 들어갔다. 현재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소유자는 ‘영등포7유한회사’며,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임은선 클라우드키친 대표가 이 회사 이사로 있다. 올해 7월 25일 설립된 ‘영등포7유한회사’는 지난 11월 21일, 공유주방이 들어갈 위치로 본점을 옮겼다. 

 

심플키친은 11월 14일 입주민대표단 측에 공문을 통해 “2개의 배기구를 통해 최대한 냄새를 제거할 것. 배달기사는 상가전용주차장을 통해 지하로 연결된 공유주방 출입구로 음식을 전달받을 것. 배달기사 1명이 2~5개의 음식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인원의 배달기사가 통행할 것”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상가 인근 도로에 걸려있는 현수막. 사진=김보현 기자

 

하지만 입주민단체 측은 “단지 외식업체가 들어온다고 하면 이렇게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30여 개의 업체가 한 번에 들어설 공유주방은 다르다. 소음, 음식점 냄새보다 중요한 문제는 아이들의 안전인데 여전히 뚜렷한 대안이 없다. 부천시가 교통역량평가를 하는 등 통학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심플키친과 협의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공문에는 11월 22일부터 26일까지 철거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28일 현재까지도 철거공사를 재개하지 못한 상황이다. 심플키친 측은 “회사 규정상 언론에는 따로 의견을 말씀드릴 수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스쿨존 교통사고 심각…신사업에도 사회적 조정 필요

 

공유주방은 정부가 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적용 대상이다. 현재 공유주방 시범사업 규제특례와 관련해 주로 논의되는 사항은 ‘복수의 사업자가 한 주방을 사용해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주거지보다 상업용 상가들 주변으로 입점하고 있다. 건물주든, 근처 주민이든 새로 진입하는 공간에서는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두 개 업체가 들어가는 것보다 공유주방이라는 큰 브랜드가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관리를 더 철저히 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결국 공유주방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브랜드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민식이법 등 최근 ‘스쿨존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오토바이는 차량보다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학교 주변에 배달 업체가 들어서더라도 오토바이 배달 경로를 학교 인근 200m 바깥으로 제한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 규제를 완화해서 창업·스타트업을 비롯한 신사업을 도와주는 건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 어린이 안전, 주변 상권에 생기는 문제들은 사회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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