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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 '기대 안해서 그런지 더 신기한' 프린큐브 리뷰

기존 프린터로 인쇄할 수 없는 곳도 손쉽게…높이 1.5cm 넘는 이미지는 연습 필요

2020.02.04(Tue) 17:59:08

[비즈한국] 프린터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는 카테고리다. 내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한 1998년부터 20년 이상이 지났지만 해상도가 나아지고 무선 기능 정도가 추가됐을 뿐 이렇다할 변화가 크지 않았다. 세상이 다 변하는데 프린터는 여전히 복잡하고 용지가 걸리고 이동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신기한 제품이 하나 나왔다. 모바일 프린터인 프린큐브(Princube)다. 프린큐브는 사람이 직접 프린터를 손에 들고 종이나 기타 물체에 슥 그어 주면 글자를 찍힌다. 도장을 찍는 느낌과 비슷하다. 대신 인주를 바를 필요가 없고 내가 원하는 글자나 사진을 그때그때 바꿔줄 수 있다.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에 잘 맞는 제품이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사진=김정철 제공

 

프린큐브의 크기는 72 x 51 x 68mm이며 무게는 잉크 카트리지 포함 162g이다. 육면체 모양으로 내부에 잉크 카트리지를 껴서 언제나 휴대할 수 있다. 크기나 무게가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 정도라서 평소 가방에 넣고 다닐 수도 있다. 깔끔한 화이트 하이그로시 디자인에 마감도 잘 되어 있어 제품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프린터라고 하는데 일반 프린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크기고 라벨을 찍어내는 ‘라벨 프린터’와 비교해도 더 작다. 사실 이 제품을 처음 만나보고 결과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사람 손으로 직접 움직이는 프린터라니. 아무래도 어설픈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소형 잉크 카트리지를 삽입하고 작은 노즐을 통해 직접 종이나 물체에 대고 프린팅이 가능한 제품이다. 사진=김정철 제공

 

박스는 그럴 듯 하지만 매뉴얼도 좀 부실하다. 아주 작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는 한 장 짜리 매뉴얼이 전부다. 게다가 영어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지만 한글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 한국에서 정식 발매시에는 개선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선 제품에 잉크 카트리지를 장착해 봤다. 인쇄 헤드를 보호하기 위한 커버도 있고 청소할 수 있는 클리닝 브러시도 붙어 있다. 연결은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연결하면 된다. 

 

전용앱 대신에 IP 주소로 연결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데 사용이 불편해서 익히는 데까지는 약간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사진=김정철 제공

 

그런데 인쇄는 어떻게 할까. 일반적으로 앱을 활용해서 인쇄를 할 것 같지만 프린큐브는 전용 앱이 없다. 출력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있긴 한데 좀 조잡하다. 상당히 복잡한 UI에 텍스트와 버튼으로 이뤄진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충격적이다. 게다가 모두 영어다. 그래도 아주 복잡하지는 않아서 몇 분만 투자하면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직접 테스트 해 보니 짧은 텍스트 한 줄 정도는 길게 뽑는 것은 쉽다. 처음에는 어느 속도로 손을 움직여야 하는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조금 지나 요령을 아니 성공확률이 높아졌다. 결과물도 생각보다는 괜찮다. 워낙 기대가 없어서 였기도 하지만 정말 일반 프린터로 인쇄한 것처럼 글씨의 간격이나 위치가 균일하다. 손이 많이 떨린다면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미지다. 프린큐브로 한번에 출력할 수 있는 세로 길이는 14.3mm 정도다. 따라서 세로 이미지가 1.5cm를 넘으면 다음줄로 직접 손을 옮겨서 간격을 맞춘 후에 출력을 해야 실패를 피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위해 가이드 종이가 있긴 하다. 가이드 종이에 맞춰서 조금씩 종이를 내려가며 출력을 해주면 된다. 그러나 아무래도 두 줄이 넘어가는 이미지를 인쇄하려면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컬러도 정확한 편이 아니다. 그나마 성공한다면 기쁨이 크지만 실패하거나 맘에 안 들 확률이 더 높다. 따라서 적당한 크기의 글씨 한 줄 정도를 출력하는 용도로 쓰는 것이 좋다. 

 

결과물이다. 너무 빠르게 손이 지나가면 두 번째 글씨처럼 글자가 늘어진다. 적당히 느리게 지나가면 마지막 4번째 결과물처럼 깨끗하게 프린트 된다. 사진=김정철 제공

 

다양한 곳에 인쇄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종이에 인쇄를 할 때는 ‘스탠더드 잉크’를 사용하면 되고 기타 특수한 재질에 인쇄를 할 때는 ‘퍼머넌트 잉크’를 사용하면 된다. 퍼머넌트 잉크를 사용하면 메탈이나 플라스틱, 심지어 피부에도 인쇄가 가능하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인쇄 후에 건조되는 일정 시간까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하나의 카트리지로 어느 정도 인쇄를 할 수 있을까? 제작사에서는 415페이지의 A4 분량 인쇄가 가능하다고 한다. 매일 1장 분량을 인쇄해도 1년 넘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니 유지비는 크게 부담되지 않을 듯 싶다.

 

일반 글자 뿐만 아니라 이미지 파일도 인쇄가 가능하다. 다만 컬러인 경우는 색상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색으로 프린팅하는 것이 완성도가 높다. 사진=김정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소프트웨어는 내가 고쳐주고 싶을 정도로 정말 엉성하다. 마치 퍼스널 컴퓨터 초창기 시대의 소프트웨어 같다. 자신이 원하는 정확한 위치에 작업하는 것도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이미지의 색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이미지가 커지면 프린팅이 상당히 어려워진다.  

 

잉크에 따라 종이 뿐만 아니라 제품에도 프린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제품에 프린팅 할 때에는 심호흡을 해야 한다. 사진=김정철 제공

 

반면 기존 프린터로는 인쇄가 어려운 곳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강력하다. 기업이라면 자신의 물건에 회사 로고를 넣을 때도 유용할 듯하다. 작은 회사라면 따로 굿즈를 제작할 필요없이 필요한 곳에 프린큐브로 프린팅만 하면 회사 로고를 새겨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물품에만 적용해도 소위 본전은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쓰임새는 재미 아닐까? 근래 리뷰한 제품 중에 이 정도 재미를 준 제품은 처음이다. 군대 제대 이후에 처음으로 팬티에도 이름을 적어 놓고 싶을 정도였다.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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