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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상사 vs 전 협력업체 '갑질 도산' 법정공방 점입가경

가네코농기 "민·형사 법정 공방 휘말린 가나안RPC 주장은 사실"…롯데상사 "재판 중인 상황"

2020.02.10(Mon) 13:58:04

[비즈한국] 롯데상사가 갑질로 200억 원대 피해를 보고 도산했다고 주장하는 가나안 미곡종합처리장(RPC) 측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뜻하지 않게 양사 법정공방의 원인을 제공했던 일본 가네코농기가 7일 가나안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소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정공방의 쟁점은 롯데상사가 2004년 9월 가네코농기에 채무를 책임질테니 가나안 RPC에 외상으로 기계를 보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는지 여부다. 

 

2005년 준공 당시 충남 당진 소재 가나안RPC. 사진=비즈한국DB


롯데상사는 그간 “김영미 전 가나안 대표 측에 RPC 건립을 제안한 적도, 쌀 구매를 약속한 적도 없다. 가나안은 롯데상사와 무관한 회사다. 가네코농기에 기계를 보내달라고 한 사실도 없고, 가네코농기와 교류도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 7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요시오카 요시오 가네코농기 부장은 “2004년 9월 롯데그룹에서 저희 회사 가네코 시게오 전무 앞으로 공문을 보냈다. 당사의 농기계를 외상으로 보내 달라. 채무를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그 공문을 받았기에 당사는 4억 엔(한화 약40억 원) 정도의 기계를 단돈 1엔도 받지 않고 충남 당진에 위치한 가나안으로 보냈다"고 증언했다.

 

요시오카 부장은 가네코농기 팀원들과 함께 한국에 와서 1개월 동안 가나안에 기계 설치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롯데상사가 김영미 전 가나안 대표를 고발한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한국 경찰서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도 받았다고 밝혔다. 

 

요시오카 부장의 주장은 가나안과 관련성 자체를 부인해온 롯데상사 측의 입장을 전면 반박하는 것이다. RPC 설립 과정에서 채무보증 의사까지 밝히면서 일본의 대형 농기계 업체로부터 기계 반입을 도울 정도로 롯데상사 측이 이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는 가나안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영미 전 가나안 대표는 2018년 11월 일본 가네코농기를 방문해 10여 년 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가네코농기 측에서는 “10여 년 전 롯데 측으로부터 공문을 받았으며 그 공문을 받고 가나안당진RPC에 농기계를 보내줬다”는 취지의 내용을 편지로 보냈다. 

 

그러나 이 편지가 공개된 후 롯데상사 측은 편지가 위조된 것이라 주장하며 김영미 전 대표를 상대로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경찰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된 지 수개월 지났지만 검찰은 현재까지 어떠한 조사도 벌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는 지난해 김 전 대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1심에서 승소했다. 김 전 대표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항소할 계획이다​ 

 

가나안이 밝힌 롯데상사와의 관계는 이러하다. 가나안은 2002년부터 백화점 등에 명품 쌀을 판매하던 중 롯데상사로부터 일본의 도정기술을 벤치마킹하자며 충남 당진에 RPC 제안을 받았고 2004년 4월 협업을 결정했다.

 

가나안과 협업을 제안한 롯데상사 실무 팀장이 2004년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해 온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돼 퇴사하면서 사업은 삐걱거렸다. 가나안은 롯데상사 감사실로부터 “일단 공장을 지어 놓고 연락하라”는 입장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가나안 회사 대표 등 임원들이 각종 대출을 받은 자금으로 2005년 9월 충남 당진에 4000여 평 부지에 대규모 RPC를 설립한 후에도 롯데상사로부터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입장만 들었고, 그렇게 기계 도입과 공장 건립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게 가나안 주장이다. 

 

가나안은 롯데상사가 구매 약속을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RPC는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쌀 납품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였다. 하지만 롯데상사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가나안으로부터 공급받은 쌀과 관련한 결제 대금은 총 4억 3900만여 원에 불과했단다. 

 

가나안에 따르면 롯데상사는 2008년 들어 S벤더사와 납품계약을 하게 됐다며 가나안에게 이 벤더사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변변한 창고 시설도 없는 S사를 굳이 벤더로 세울 이유가 없었음에도 S사는 가나안에게 원가의 10% 이상 할인된 가격의 마이너스 납품을 요구했다. 결국 가나안과 S사의 거래는 2008년 12월 종료됐고, 적자에 허덕이던 가나안은 2009년 도산했다. S사도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롯데상사는 “당사와 가나안의 거래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이뤄졌다. 그 이후 거래관계가 전혀 없다”며 “2008년 당시 S사와 계약 상태였고 S사에 지급할 대금을 모두 지급했고 거래를 종료했다”고 주장했다​.

 

롯데가 2004년 9월 가네코농기에 보낸 공문. 사진=가네코농기·가나안RPC

 

김영미 전 대표는 “롯데상사의 갑질에 한 번 무너지고 민·형사 소송 피고(인)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가나안이 블랙 협력사니 을질 업체로까지 매도돼 가슴이 찢어지고 있다”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로 인해 피해를 본 ‘을’들을 돌아봐 달라”고 호소했다.

 

추혜선 의원은 “롯데상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는 편지도 위조된 것이라 주장한다면 그 편지를 직접 쓴 요시오카 부장의 증언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면서 “책임 회피와 거짓 해명은 이제 그만 멈추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롯데상사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결과를 기다리겠다. 당사는 가네코농기에 채무를 보증하고 가나안에 농기계를 도입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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