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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니다' 아이패드 프로 4세대 발표

생산성 극대화 설계로 노트북 시장 위협…화면 위로 띄우는 매직키보드로 진화

2020.03.19(Thu) 09:56:36

[비즈한국] 애플이 네 번째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했다. 새 아이패드 프로의 포인트는 ‘컴퓨터’다. 이동식 컴퓨터, 그러니까 노트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가용 컴퓨터를 표방했다.

 

사실 애플이 아이패드를 ‘컴퓨터’라고 이야기해 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5년 9월 아이패드 프로를 처음 꺼내놓을 때 애플이 아이패드를 바라보는 방향성은 컴퓨터에 있었다. ‘또 하나의 컴퓨터’가 아이패드를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인 단어였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패드는 아이패드지’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키보드와 애플 펜슬을 더한 이 고성능 아이패드는 당시 ‘태블릿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우려를 싹 지워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 시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아이패드 프로는 성능과 기능 뿐 아니라 디자인적인 면에서 가장 빠른 변화를 흡수해 왔다. 한 번 폼팩터를 만든 뒤 몇 세대를 이어 쓰는 애플이 거의 매 세대마다 전혀 새로운 디자인과 화면 크기를 꺼내놓을 정도로 공을 들인 게 바로 이 아이패드 프로다.

 

애플이 별 다른 신제품 발표행사 없이 아이패드 프로 4세대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코로나19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애플 제공

 

아이패드 프로 4세대​는 그 방향성에서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제품을 내놓았고, 단순히 더 나은 성능이나 하드웨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iOS와 차별화된 아이패드OS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모바일 컴퓨팅을 만들어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 아이패드 프로를 이 관점에서 보면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디자인은 이전 3세대와 거의 똑같다. 11인치와 12.9인치 디스플레이에 120Hz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아이패드의 가장 중요한 성능은 새 프로세서 A12Z 바이오닉이 맡는다. 아이폰에 A13 프로세서를 발표했지만 당장 이 칩으로 세대교체하는 대신 이전 A12X 8코어 프로세를 더 고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A12를 다시 고도화하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코어 개수와 작동 속도, 전력 등에서 현재 아이패드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프로세서 설계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에서 쓰는 프로세서의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칩의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휴대성을 강조한 보통 수준의 노트북에서는 원활한 동영상 편집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이패드 프로 4세대의 성능을 짐작케 한다. 사진=애플 제공

 

아직 세부 구성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애플은 대부분의 노트북 PC보다 빠르다고 밝혔고, 약 18개월만에 등장해 다시 18개월을 끌고 가야 하는 프로세서인 만큼 그에 따른 성능 향상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프로세서는 현재 3세대도 충분히 빠르기 때문에 영상이나 그래픽처럼 아이패드 프로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세세한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으로는 3세대 아이패드 이용자들도 기본적인 컴퓨팅 환경에서는 세대를 가를 만큼 커다란 변화를 느끼지 않을 수 있어서 신제품의 등장을 그렇게 속쓰리게만 바라보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새 아이패드가 바라보는 변화에서 프로세서는 기본 요건일 뿐이다. 큰 변화는 두 가지가 있다. 카메라 그리고 입력장치다. 일단 새 아이패드는 카메라를 두 개 달았다. 1천200만 화소 기본 카메라에 1천만 화소 광각 카메라를 추가했다. 그리고 라이다(LiDAR) 센서를 더했다. 애초 ToF(Time to Flight) 센서가 더해진다는 소문과 맞아 떨어진다. 카메라로 찍을 피사체까지의 거리를 여러가지 신호로 측정하는 것인데, 애플은 라이다 스캐너를 언급했다. 사진의 초점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잡는다는 이야기다.

 

아이패드 프로 4세대에 장착된 카메라는 듀얼 렌즈로 구성돼 있을 뿐 아니라 라이다 센서를 더해 증강현실 기술에 최적화 된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애플 제공

 

단순히 사진을 위해서 라이다를 도입한 건 아니다. 이는 애플이 추구하는 증강현실을 위해서다. 아이패드는 애플이 증강현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기이고, ToF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파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광각 카메라를 더한 것 역시 더 넓은 공간을 카메라에 담아 그 위에 가상 현실 콘텐츠를 더하는 데에 있다.

 

애플은 라이다 스캐너를 통한 정확도 향상을 곧바로 모든 앱에 적용한다. 길이나 깊이 측정은 더 정확해지고 위치도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증강현실 콘텐츠를 가상 공간에 배치해준다. 모션 캡처의 정확도도 높아졌고, 오브젝트와 사람의 위치를 읽어 카메라에 비친 사람 뒷 공간에 놓여야 하는 물체가 사람의 앞을 가리지 않도록 처리하는 사람가리기(People Occlusion)도 확실해진다. 이는 아이패드OS 13에서 공개됐던 부분인데 라이다 스캐너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 프로 4세대와 함께 공개된 매직키보드에는 마우스 역할을 하는 트랙패드가 최초로 탑재돼 노트북과 유사한 사용성을 제공한다. 사진=애플 제공

 

또 한 가지는 입력이다. 애플은 새로운 ‘매직 키보드’를 공개했다. 스마트 커넥터를 통해 연결하는 키보드인데, 기존처럼 접어서 한쪽 면을 바닥에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를 위로 띄운다. 일단은 화면 각도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다. 130도까지 조정할 수 있고 무릎 위에 놓고 쓰기에도 편하다고 한다. 키보드는 거의 아이패드 프로의 필수 요소이고, 이를 진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매직 키보드 옆에 USB-C 포트를 더해 한 번에 두 가지 USB 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것도 돋보인다. 충전기를 꽂아놓고 영상 편집을 한다거나, 건반과 마이크를 동시에 연결하는 등 확장성에 큰 변화가 생길 부분이다.

 

그리고 애플이 화면을 위로 띄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키보드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 자리에는 트랙패드가 놓였다. 아이패드에 마우스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애플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아이패드OS 13에서 마우스가 더해지긴 했지만 접근성에 대한 기능일 뿐이고 아이패드OS의 정식 입력 장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4세대 아이패드 프로를 통해 마우스, 그리고 커서가 공식적으로 들어갔다. 애플은 단순한 커서 포인팅 장치가 아니라 트랙패드를 통해 앱에 새로운 방식의 입력 형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화면 스크롤이나 세밀한 문서 편집 등 생각할 수 있는 요소들 외에 여러가지 기능들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는 직접적으로 노트북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PC의 영역으로 더 들어오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맥과 직접적으로 부딪치거나 기기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컴퓨팅 환경의 변화다 맥OS, 윈도우와 아이패드OS 같은 운영체제는 이제 기기의 특성을 가르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운영체제의 특성이 다를 뿐 성능, 디자인, 그리고 할 수 있는 일들의 폭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컴퓨터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창의성을 한계 없이 뽐낼 수 있다는 부분인데, 아이패드 프로는 컴퓨터로서 그 역할을 점점 더 깊이 할 수 있게 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는 또 하나의 컴퓨팅 기기이고,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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