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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코로나19 시대, 지금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들

'코로나 차단'이 최우선…시민은 병원 오지 않고 무탈하기를, 관계자들에겐 경의를

2020.03.23(Mon) 20:51:51

1. 지금은 신종 전염병(COVID-19, 코로나)의 시대다. 현재 응급실 의료진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 확산 차단이다. 이전 업무는 환자를 적절하게 돌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코로나 확산 저지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모든 환자를 적절하게 돌보는 것이다. ‘코로나 차단’ 및 ‘정상 진료 유지’. 막연한 문구다. 실제 일선에서는 너무나 복잡하고 지난해서 거의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다. 이 글은 현재 의료진이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 일하는지 서술한다.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막지 못하면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지고, 병원이 폐쇄되면 사회적으로도 큰 자원을 잃는다. 그래서 환자, 직원, 방문객 등 모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한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 사진=고성준 기자

 

2. 우리 병원 응급실은 이번 사태 이후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지정한 중증응급센터가 되었다. 코로나 의심 환자 내원 시 신속한 응급진료를 하게 되어 있고, 서울 서남부에서는 우선적으로 우리 병원으로 오게 되어 있다. 우리의 일차 목표는 ‘코로나 환자’가 최대로 격리된 환경에서 검사를 받거나 입원하는 것이며, 현재 우리가 하는 모든 진료 행위는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로나 환자’는 보호장구를 갖춘 의료진이 접근하고, 최대한 다른 환자나 보호자가 접촉하지 않게 해야 한다.

 

국내 실패 사례는 많이 있다. 직원이 특정 종교를 숨기기도 했고, 무증상 환자가 나중에 확진되기도 했다. 기타 다양한 원인이 있었지만 어쨌든 ‘감염자’가 병원에 한 번이라도 발을 들여놓으면 실패다. 그때부터 수십 명의 이차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일단 감염자가 병원 안에 들어오면 2m 이내의 모든 사람에게 전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보호자나 직원이어도 매우 위험하나, 특히 환자가 적절한 조치 없이 입원하면 같은 공간의 모든 사람들이 위험하다. 이는 많은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진다. 병원이 폐쇄되면 사회적으로도 큰 자원을 잃는다. 현시점에는 이 일부터 최우선적으로 막아야 한다.

 

병원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통제해야 한다. 먼저 직원부터 시작이다. 이번 유행 이후 전 직원은 해외여행과 호발 지역 방문 자제가 떨어졌다. 사실상 금지다. 다녀올 수는 있지만, 호발 지역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2주간 근무에서 배제된다. 해외 학회는 당연히 모두 금지다. 발열이 있으면 우선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까지 근무에서 배제다. 확진자 접촉, 호발 병원 방문도 근무 배제이며, 특정 종교도 비밀에 부친다는 보장 아래 전수 조사했다. 이 시기의 의료진은 당연히 사회적인 의무를 지킬 필요가 있다.

 

다음은 기타 방문객이다. 일단 출입은 정문으로만 가능하다. 병원에 진입하려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고 설문지를 작성한다. 자신의 몸 상태와 방문 이력을 직접 작성해서 내고 출입증을 받는다. 그리고 체온을 잰다. 바깥 온도 때문에 체온이 낮게 나올 수 있어 정문 앞에 긴 천막도 마련했고, 열 감지 센서도 거친다. 열이 있으면 출입 금지다. 근래 해외여행, 대구경북, 특정 종교, 호발 병원, 호발 장소 방문 이력이 있으면 출입 금지다. 기침, 가래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어도 출입 금지다. 매번 들어올 때마다 다시 받아야 하며, 직원도 신분증이 있어야 통과 가능하다. ‘방문객’은 병원에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므로, 위험 요소가 있으면 원천적으로 출입이 봉쇄된다.

 

이 사실을 모르고 멀리서 병문안을 왔거나, 다른 용무를 보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 더불어 병문안도 하루 한 명 정도로 권고하고, 응급실 보호자도 응급실 내부에서 가능한 한 빼놓는다. 병문안객이나 보호자 통제는 이전부터 감염 예방 때문에 의료진이 계속 강조하던 내용이었으나, 늘 설득이 요원했다. 하지만 이번 유행 이후 많은 사람들이 순응하고 있다. 앞으로도 감염 예방을 위해 이 통제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은 환자다. 사실 환자는 취약한 사람들과 같이 오래 머무르게 되므로 가장 엄격한 코로나 선별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환자가 정확히 코로나가 의심되는지 판단하는 것부터 어렵다. 우리는 경험에서 배워야 하지만, 바깥에서 들려오는 것은 계속된 예외 케이스다. ‘복통’, ‘무증상’, ‘연결고리 없는’ 등등. 정확할 순 없어도, 우리는 일단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호흡기 증상’, ‘발열’ 중 하나라도 있으면 우선 의심한다. ‘호발 지역 방문’은 무증상일지라도 잠재적으로 격리한다. 기타 ‘확진자 접촉, 호발 병원 방문’ 등도 일단 코로나 환자로 간주하고 검사를 시작한다. 결국 환자도 일단 기타 방문객과 같은 차단 기준을 적용하고 시작한다.

 

전염병 유행 이후 병원에선 위급하지 않은 외래 환자는 내원을 미룰 것을 권유하고 있다. 특히 특정 지역 방문 이력이 있으면 원내 진입이 불가능해 진료도 어렵다고 공지한다. ‘호흡기 증상’, ‘발열’은 치료가 필요하나 원내에서 진료하면 이차감염을 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 선별진료소를 세운다. 대기실까지 별도로 갖춰져야 하는 공간이다. 진료실에서는 Level D를 입은 내과계 의사들이 진료를 한다. 참고로 Level D는 방역복의 단계다. A, B, C, D 순으로 네 번째 단계다. 간략히 요약하면 A는 생화학 전쟁 우주복, B까지는 간이 우주복에 자가 산소통, C는 방역복과 방독면, D는 방역복에 N95다. 우리가 언론 사진에 나오는 답답해 보이는 방역복은 실은 네 번째 단계다.(간혹 Level B 나 Level C가 보이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응급실 출입을 통제하고 ‘호흡기 증상’, ‘발열’ 증상 환자는 외부의 선별진료소를 이용하게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선별진료소에서는 음압실 컨테이너에서 시행되는 X-ray와 인플루엔자, 코로나 검사를 한다. 코 안쪽과 목젖 근처를 깊게 찔러 샘플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검체 채취 시 비말이 많이 나오므로 보호구 착용은 필수다. 이후 대부분의 환자는 처방약을 받아 퇴원해 자가 격리에 들어가 검사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결과는 하루에서 이틀 만에 문자로 통보된다. 양성이라면 담당 보건소에서 따로 연락해서 정해진 의료기관에 내원하여 필요한 조치를 받게 된다. 음성이라면 일단 자가격리는 해제이며, 처방약을 복용하며 증상이 나아지는지 관찰한다. 증상이 계속될 경우 코로나가 배제된 상태에서 추가 진료를 받는다.

 

덧붙여, 선별진료소의 의료진은 감염 위험이 있어 원칙상 Level D를 한 환자마다 한 번씩 갈아입고 폐기해야 하며, 병원 전산과 원무과 직원 등도 병원 밖에 따로 보호장구를 입고 나와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일로 전국 선별진료소의 고충은 어마어마하다. 드라이브 스루는 X-ray도 생략하고, 환자 등록과 문진 이후 창 넘어 코로나 검사만 하고 퇴원한다. 갖춰야 하는 보호 장구가 줄어들고, 환자는 자가격리가 유지되어 훨씬 효율적이고 장비도 아낄 수 있다. 워킹 스루도 비슷한 원리이다. 한국에서 처음 나온 기발한 발상이다.​

 

3. ‘위험 이력’이 있거나 ‘감염 의증’이지만, 반드시 진료 및 처치가 필요하거나 입원해야 하는 환자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응급실로 오게 된다. 드디어 응급실 진료 시작이다.

 

본원 응급실에서 감염 환자를 위해 쓸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일단 음압 격리실이 두 개 있다. 환자가 응급실 안쪽으로 발을 들여놓지 않은 채, 간단한 문진 후 다른 통로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또 격리실마다 전실(前室)이 있어 음압을 유지하며 그 안에서 보호 장구를 입고 들어갔다가 벗어 놓고 나올 수 있다. 이 방은 모두 CCTV로 관찰할 수 있고, 내선 전화가 설치되어 있으며, 확실한 음압이 걸린다. 이를 편의상 E1, E2라고 부른다.

 

가장 중한 환자가 눕는 방 하나도 음압이 걸린다. 이 방은 모든 소생 시설이 갖춰져 있고, 역시 다른 동선과 겹치지 않게 들어갈 수 있다. 이를 편의상 C0라고 부른다. 그 옆방은 조금 크고 두 명이 들어가며 음압이 안 걸린다. 이를 C1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동선과 겹치고, 음압이 조금 부족하게 걸리며, 전실이 없는 방이 두 개 있다. 사실상 일반 격리실에 가깝다. 이를 편의상 A1, A2라고 하며, 완벽한 격리로 쓰기에는 부족하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병동으로 올라가야 한다. 병동에는 음압 병실 세 개와 음압 중환자실 한 개가 있다. ‘코로나 환자’는 치료 종결까지 음압실에 있어야 한다. ‘코로나 의심’ 환자가 들어가면 음압 병실은 ‘선제 격리실’이 된다. 일단 격리해두고 음성 판정이 나오면 일반 진료실로 옮긴다. 이 병실들이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위해 쓸 수 있는 공간의 전부다. 별도로, E나 C 구역에서 병실까지 어떤 접촉도 거치지 않고 올라갈 수 있도록 동선과 통제 시스템을 따로 만들어 두었다.

 

이 시설은 부족해 보여도 사실 많은 편이다. 음압실은 평시에 일반 환자가 사용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설을 갖추기 위해 응급실은 공사를 거듭했다. E1과 C0 설명에서, ‘다른 통로로 들어갈 수 있는’과 ‘다른 동선과 겹치지 않게 들어가는’을 충족하기 위해 몇 달간 출입구를 부수고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환자 침대는 1.5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전체 응급실도 한 번씩 부수고 다시 만들었다. 모두 강화된 감염 기준이다. 공교롭게도 2019년 응급의료기관평가 기준에 맞추느라 공사를 거듭한 뒤, 이번 유행이 발발했다. 공사할 때는 내내 번거로웠지만 지금 덕을 보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를 2019년에 정확히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강화된 기준으로 시설을 갖춘 것은 이전 감염병 유행에 대한 학습 때문이다.

 

진료 동선을 간단히 설명한다. 응급실 앞에서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과 ‘위험 지역 방문’을 체크한다. 그중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고, 관련 진료를 위해 방문했으며, 추가 검사 없이 ‘퇴원’이 가능한 환자는 E1나 E2로 들어간다. 의료진과의 접촉이 거의 없이 음압방에 들어가며, CCTV로 상태를 확인하고 내선 전화나 휴대폰으로 문진한다. X-ray는 방호복을 입은 기사가 촬영한다. 이후 폐렴이 없음을 확인하면, 전실에서 Level D 보호 장구를 입고 들어가 검체를 체취하고, 전화로 설명하고 약을 처방하고 집에서 자가 격리하며 결과를 기다린다. 최소한의 접촉이다. 환자가 들어간 E1, E2는 30분 이상 환기하고 그다음 환자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선별진료소의 프로세스와 거의 비슷하다.

 

‘발열’,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서 이에 대한 진료 때문에 방문했으나, 검사나 적극적인 처치가 필요한 환자는 모든 시설이 다 갖춰진 C0이나, 적어도 그에 준하는 C1에 들어가야 한다. E1, E2는 보호장구를 입은 채로 주사를 놓거나 의학적 처치를 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C0, C1에 ‘코로나 의심’ 환자가 들어오면 관련된 모든 의료진이 보호복을 입고 접근해서 의학적 처치를 해야 한다. 유사시 역학 조사를 위해 그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을 따로 엑셀 파일로 기록해야 한다. 이 명단도 대단히 방대하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C0, C1, E1, E2에 들어올 사람을 이송하는 119 대원은 모두 일회용 방역복을 입고 와야 한다. 환자와 차 안에서 같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늘 땀에 절어 있는 이들의 노고도 어마어마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심환자를 실고 온 의료진이 지쳐서 벽에 기대어 있다.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모든 의료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4. 실제 진료에 들어가면 대단히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일단 ‘코로나 의심 환자’는 절대로 명확하지 않으며, 검사 결과는 여섯 시간에서 하루가 걸린다. 그전까지 ‘코로나 의심 환자’는 ‘코로나 환자’에 준한 치료와 격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모든 환자가 섞인다는 점이다. 응급실에는 ‘코로나 의심 환자’만 오는 것이 아니다. 그전 응급실에 내원하던 환자가 그대로 다 온다. 일반 폐렴 환자도 여전히 발생하고, 중환 구역은 항상 다른 기타 중환들로 차 있다. 이들 중 ‘코로나 의심 환자’를 정확히 가려서 정해진 격리를 유지해서 치료해야 하지만, 진짜 ‘코로나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물적 자원은 3~4자리로 한정되어 있다. 모두가 혼란스럽고, 의료진은 정확한 기준을 만들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게 기본적인 구조다.

 

‘코로나 환자’가 한 명이라도 조치 없이 병원에 들어오면 방역은 대실패다. 이 기준으로 전략을 세워 환자를 처치한다. 실제로 마주하는 많은 사례들이다.

 

#80대 노인 환자가 3개월 전부터 요양병원에서 누워 있었다. 사례들린 이후 흡인성 폐렴이 생겼다. 열이 나고 상태가 안 좋다.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없다. 알지 못하는 요양병원 감염에 흡인성 폐렴이 동반될 수 있다. C0에서 격리하고 코로나 검사 시행한다.

 

#젊은 환자가 3일 전 열이 나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이었다. 열이 가라앉다가 다시 나서 내원했다. 엑스레이에서 폐렴이 보인다. 이 환자는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없다. 그 사이에 다시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수 있다. C0에서 격리하고 코로나 검사 재시행한다.

 

#자살 시도로 목을 맸고 현재 의식 불명이다. 상황을 설명해줄 보호자를 찾았지만 없다. 이 환자는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없다. 해외 방문력과 호발 지역 방문력이 확인되지 않는다. C0에서 격리하고 처치한다.

 

#술을 먹고 넘어져 두부 손상에 의식 불명인 환자는? 같은 이유로 없다. 역시 C0에서 격리하고 처치한다.

 

#실수로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의식이 없어 왜 떨어졌는지는 모른다. 머리와 다리를 다쳤고 자살 시도로 보인다. 다른 제반 사항은 확인되지 않지만 미열이 난다. 이 환자는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없다. 기왕력과 방문력이 확인되지 않았다. 코로나로 상태가 안 좋아 추락했을 수도 있다. C0에서 모든 격리를 유지하고 진료한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다음 날 집에서 발견된 환자다. 열과 폐렴 증상도 있다. 아마 의식 저하로 인한 흡인성 폐렴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없다. 코로나에 걸린 뒤 약을 먹었을 수도 있다. C0에서 모든 격리를 유지하고 진료한다.

 

#간경화로 인한 토혈 환자다. 하필 열흘 전에 경북 지방 방문했다. 현재 다른 증상은 전혀 없지만, 현재 피를 토하고 있다. 코로나를 먼저 의심해야 하나? 당연하다. 위험 지역 방문이다. C0에 들어가서 토혈과는 별개로 모든 격리를 유지하고 진료한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환자다. 워낙 상태가 안 좋고 폐렴이 자주 있었다. 이번에도 생겼다. 집에만 있었어도 당연히 코로나를 배제할 수 없다. C0에서 모든 격리를 유지하고 진료한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호발 환자다. 평소 정신과 약을 먹는다. 부부 싸움 이후에 갑자기 과호흡 증세가 생겼다. 호흡을 헐떡이고 손발의 저림을 호소한다.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없다. 증상이 호흡곤란이다. 하필 이번에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왔을 수 있다. C0에서 격리하고 진료한다.

 

#발목을 접질렸는데 3개월 전부터 기침 증상이 있었다. 이 환자는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없다. 기침은 그전부터 있었지만 그 사이에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증상이 유지될 수 있다. E1에서 폐렴 여부를 확인하고 진료한다.

 

#목에 가시가 걸렸다. 이탈리아에서 13일 전에 한국에 와서 자가격리 중이다. 다른 증상은 없이 목만 아프다. 위험지역이라 당연히 코로나 의심 환자다. E1에 들어가서 폐렴 여부를 확인한 뒤 진료한다.

 

#가슴이 아프다고 왔다.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기흉이다. 하지만 반대쪽 폐가 약간 지저분하다.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없다. 코로나와 기흉은 동시에 올 수 있다. E1에 넣고 모든 방호복을 입고 흉관을 삽입한다.

 

#호두를 먹고 두드러기가 났는데 와 보니 열이 난다. 코로나 의심할 수 있는가? 발열 증상이 있으므로 당연히 있다. 두드러기는 일단 나중에 치료하고 E1에 넣고 격리하고 엑스레이 확인한다. 이런 식으로 두통, 복통, 항문 출혈, 허리 통증, 손가락 열상, 구타 등등 다양한 모든 환자가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특정 종교나 방문력이 있어도 일단 격리된다. 일단 이 모든 것을 확인하는 것부터가 일이다. 하지만 이들까지 모조리 격리를 유지하다간 병원 시설과 인력이 남아나지 않는다. 프로토콜상 폐렴 여부만 확인하고 없으면 일반 구역에서 진료한다. 이 프로토콜이 완벽한지는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이쯤 되면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 환자가 거의 없다. 진료 내내 ‘코로나 감염’만 따져야 한다. 하지만 위 사례는 그나마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때다.

 

지난 5일 경기 김포 장기동 뉴 고려병원 앞에 마련된 드리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방문자 검체를 채취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5. 이런 방식으로 환자를 분류하면 음압실과 격리실은 순식간에 다 찬다.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려고 해도 갈 곳 없는 환자 몇 명만 쌓이면 업무 자체가 멈춘다. E1, E2에 환자가 들어 있거나 공간이 준비가 안 되었다면, 급하지 않은 ‘의심’ 환자는 진료소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한다. 평소라면 가볍게 진료했겠지만, 지금은 응급실 바깥에서 자리가 날 때까지 대기한다. 화를 내며 돌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한 명의 예외도 두지 않는’ 것이 지금의 방침이다.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낫다. C0, C1이 감염 의심 환자로 모두 차 있는데, 당장 처치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받을 수 없다. ‘코로나 의심’ 환자가 아닌 일반 중환이어도 받을 수 없다. 처치할 공간 자체가 없다. ‘문전 박대’나 ‘갈 곳을 잃어 시내를 전전’하는 환자는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지금 상황 때문에 야기된 일종의 의료체계 마비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의심 격리’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의 순위가 밀리는 일도 분명히 있다.

 

의료 자원도 엄청나게 빨리 소진된다. 이송하는 구급 대원부터 의료진까지 원칙상 모두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E1, E2의 검사용 방호구도 모두 일회용이다. C0에 환자가 들어가면 모든 접촉은 일회용 방호구로 써야 한다. ‘의심 환자’가 X-ray나 CT를 찍으면 가는 길의 모든 동선을 통제하고 X-ray실이나 CT실을 한 시간 이상 소독해야 한다. C 구역 환자가 입원해도 한 시간 동안 공간을 소독해야 한다. 기사님이나 소독하는 분들도 무방비로 일할 수 없다. 모조리 방역복이 필요하다. 원칙대로 하자면 자원의 소모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지금은 소모가 조금 덜하다.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응급실에 Level D는 진작 거의 다 떨어졌고, 비닐 방호복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한 번도 부족하지 않던 마스크도 배급이 온다. 고글은 고독해서 쓰고, 일회용 모자와 덧신, 장갑 정도만 여유가 있다. 사실 감염자가 많지 않은 곳에서 ‘의심 환자’까지 이 자원을 모두 소모하는 것은 조금 과할 수도 있고, 전국적으로 자원을 투입한다면 호발 지역에서 소모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불안은 다른 곳에서도 있다. 최대한의 원칙을 적용함에도 위험요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사실상 의료진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의심’은 실제로 의학적인 상식을 거의 벗어나는 영역이다. 가령, 이런 경우들.

 

#심정지 환자가 왔다. 이럴 때는 방역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 없이 무조건 들어와야 한다. 모든 의료진이 재빨리 방역복을 갖춰 입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대부분의 병원 밖 심정지가 그렇듯이, 우리는 사인을 모른다. 그리고 안타깝게 환자는 사망한다. 심폐소생술 중에도, 시신을 정리하면서도, 우리는 생각한다. 만약 사인이 ‘코로나 감염’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옷을 갖춰 입었어도 환자의 모든 것은 우리에게 튄다. 그러면 망자에게 굳이 검사를 시행해야 할까. 하는 것은 이상하고, 안 하는 것은 불안하다. 모든 심정지에 다 검사를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어떤 사인이든 근본적으로 ‘코로나 감염’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불안감에 시신을 정리하고 다른 환자를 보러 나선다. 만에 하나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었다면, 엄청난 이차감염이 유발될 수 있다.

 

#접촉력도 호흡기 증상도 아무것도 없는 환자다. 이 환자까지 격리할 수는 없어 일반 구역에서 본다. 하지만 자신이 코로나 감염 환자라고 굳게 믿으며, 그 때문에 신경쇠약을 호소한다. 일단 비보험으로 코로나 검사를 냈다. 환자는 자신이 코로나 환자가 맞냐고 계속 묻는다. 상식적으로는 아니니 가능성이 낮다고 답한다. 하지만 진짜 100% 확실히 아닐까? 또 모른다. 그래서 검사를 시행한 것이다. 나는 이 환자를 보호 장비 없이 진료했다. 이 환자한테까지 방역 자원을 쓸 수 없다. 나는 원칙대로 해야 하지만, 나조차도 불안하다. 이 정도까지 양성이 나온다면, 그냥 어쩔 수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모든 환자가 격리될 수도 없고, 일반적인 진료는 항상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응급실 의료진이 항상 방역복을 갖춰 입고 일할 수 없다. 그리고 ‘발열’, ‘호흡기 증상’, ‘기타 방문력’이 없는 환자들은 항시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다. 병실을 바라보면 이들 중 ‘무증상 감염’이나, 혹시나 자신의 상태를 숨기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맞다면 바로 방역 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대한 병실에 환자를 들이지 않으려고 해도, 이 생각까지는 어쩔 수 없다.

 

#119에 관련 사항이 제대로 접수되지 않았을 때도 문제다. 병원에 와서 환자의 진술이 바뀔 수도 있고, 또, 이미 병실로 넣었는데 열이 나거나 기침이 시작되기도 한다. 환자가 항상 이성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환자의 증상은 언제나 변하는 것이라서 불가항력적이다. 대신 방호복을 갖춰 입지 않고 출동했는데, 특정 지역 방문이나 호흡기 증상 등을 털어놓는다면,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해야 하고, 음성이 확인될 때까지 대원들은 특정 공간에서 격리된다. 이렇게 집에도 못 들어가고 격리되는 대원만 전국적으로 하루에 60명이다. 또 환자를 일반실에 한 번 눕혔는데 열이 나거나 폐렴이 발견되면 그제야 부랴부랴 격리실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이미 일반실에 들어갔었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크다. 이런 경우는 제발 나중에 코로나 음성이 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6.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아직 우리 병원은 한 명도 무방비로 통과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 방역에 구멍이 생길지 모른다. 많은 수가 애매한 증상으로 내원하면 결국에는 뚫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원천적으로 완벽하게 모두를 격리하고 알아낼 방법이 도저히 없다. 이 구조에서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감염병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 나은 방법이 보이지도 않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소모적인 방역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호발 지역에서 근무한다면 여기보다도 훨씬 악조건에서 훨씬 더 많은 의심 환자를 보아야 한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주변 입원실은 부족해서 평상시의 진료 수준을 유지하기 불가능하다. 적어도 ‘코로나 음성’이 확인되기 전까지의 많은 환자가 이전처럼 의료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조금 더 건강한 사람에게 조금 더 큰 고통이 배분되었을 것이다. 일단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나조차도 상상하기 쉽지 않은 혼돈 속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에게, 같은 의료진으로 경의를 표한다.

 

지금은 병원을 이용하지 않고 무탈하게 지내는 것이 국가와 사회와 우리의 구성원과 모두를 돕는 길이다. 서울 한 지하철역 승강장에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앞서 말한 대로 ‘코로나 차단’과 ‘정상 진료 유지’는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라 도저히 둘 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 여기서 현재 ‘코로나 차단’은 너무 최우선적인 과제라서, 감염자뿐만 아니라 비감염자도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병원 내 이차감염’의 위험성을 조금 늘리고 ‘정상 진료 유지’를 더 강화할 수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 전염병 확산을 저지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온 사회의 방점이 ‘코로나 방지’에 찍혀 있다. 게다가 ‘병원 내 이차감염’은 끔찍한 결과다. 무게는 어쩔 수 없이 ‘코로나 방지’에 쏠린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기를 견뎌내야 한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안 아파야 한다. 모두가 건강해야 한다. 지금은 병원을 이용하지 않고 무탈하게 지내는 것이 국가와 사회와 우리의 구성원과 모두를 돕는 길이다. 나는 모두의 선의를 믿는다. 단순 검사나 불안감으로 응급실에 찾아와서 의료 자원을 소모하는 일도 모든 사람들이 자제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유행을 마주한 모두가 상식적인 보건 위생으로 결국 이 시기를 통과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잠을 줄여가며 위험한 검사에 매달리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검사를 내고 결과를 받아볼 때마다 죄송스럽다. 이 글에는 어떤 주장도 없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붙인다면, 이 일로 제발 의료진을 처벌하거나 책임을 돌리지 말아달라. 나는 언제까지나 내 동료들의 선의도 굳건하게 믿는다. 그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의사·‘지독한 하루’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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