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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보조배터리 대여 '해피스팟' 2년째 방치된 까닭

5~8호선 역사에 157개 설치, 시작 1년도 안 돼 중단…기기 철거 둘러싸고 소송 중

2020.05.21(Thu) 17:29:51

[비즈한국] 서울지하철 5~8호선에서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대여해주는 ‘해피스팟’이 서비스 중단 후 2년이 넘도록 방치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공사)와 위탁업체가 철거를 미루는 사이 지하철 개찰구 옆에 놓인 기기는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안내문만 붙은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충정로역 ‘해피스팟’ 기기. 서비스가 중단된 2년 전부터 ‘철거 예정’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보현 기자

 

해피스팟 서비스가 중단된 건 2017년 12월이다. 애초 계약 기간은 5년이었지만 업체의 재정난으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가 중단됐다. 그러나 기기는 그대로 남아 있다. 공사는 서비스 종료 후 계속 철거를 요구했지만 업체는 버티고 있다. 양측은 법정 공방을 시작했고, 오는 6월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시작은 거창했으나 끝은 미미

 

‘해피스팟’은 서울지하철 5~8호선 내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보조배터리를 대여하는 서비스다. 2016년 12월 보조배터리 업체 ‘프리비솔루션’이 서울교통공사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하철 개찰구 옆에 설치해, 승객들이 출발하는 역에서 보조배터리를 빌려 도착하는 역에서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3시간까지는 무상, 3시간을 초과하면 일정 금액의 지연금을 받으며 2021년 12월까지 5년간 서비스될 예정이었다. 주요 수익원은 보조배터리 양면과 키오스크 LCD 모니터를 통한 광고였다. 

 

하지만 운영 기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체 지하철이 아닌 일부 노선에만 설치돼, 불편함을 호소하는 민원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미성년자는 이용할 수 없도록 기기가 설계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관련 기사 지하철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 ‘애들은 가라’?)

 

프리비솔루션 측은 서비스 시작 당시 “해피스팟 사업은 향후 3년 안에 수도권과 전국 철도 및 지하철 확대에 따른 새로운 네트워크망 구축과 함께 영업이익을 창출해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2018년 2월 서비스는 중단됐고, 기기는 안내문이 붙은 채 방치됐다. 

 

충정로역 개찰구 옆에 위치한 해피스팟 기기. 크기가 작지 않아  화재 등 위기상황 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김보현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밝힌 서비스 중단 이유는 ‘업체의 자금난’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업체는 기대했던 광고 수익이 나지 않자 서비스 중단을 통보한 걸로 보인다. 공사는 계약 해지 후 다른 업체 활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즉시 철거를 요청했으나, 업체는 정산금 반환 청구소송을 걸어 대응했다. 이후 2019년 3월 공사는 업체에 기기 설치 전으로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명도이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공사의 손을 들어 업체의 정산금 반환 소송을 기각하고 명도이행 청구소송을 인용했다. 하지만 업체가 재심을 청구하면서 기기 철거가 미뤄졌다. 

 

공사 관계자는 “​계약 내용 중 제휴사의 귀책으로 도중에 계약이 파기될 시 보증금 일부를 회수하고 명도를 요청하도록 하는 부분이 있다. 업체는 이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산금 반환 청구소송을 걸었고, 패소했다. 지난해 4월에 나온 소송 결과에 1심 판결 자체로 가집행 할 수 있으며 공사가 철거를 할 수 있다는 조문이 있지만 업체에서 2심을 제기해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5~8호선 역사에서 철거해야 할 해피스팟은 152개 역, 총 157개에 달한다. 공사는 철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중단 후 업체를 설득하면서 조속히 명도될 수 있도록 철거를 유도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5~8호선 전체에 기기가 설치되어 관할 행정구역도 여럿이다. 재판이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끌었다. 2심 결과도 앞서 1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과에 따라 조속히 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방치된 기기가 역사 내 화재 발생 시 위험요소가 되진 않을지 묻자 이 관계자는 “설치할 때부터 승객의 동선에 최대한 방해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특히 대피 동선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위치를 지정했다. 다만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은 있다”고 전했다.

 

보조배터리 대여에 이용된 앱도 방치 중이다. 모바일 앱스토어에 ‘해피스팟’을 검색하면 5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앱이 뜨지만, 설치 후 열어보니 작동이 되지 않았다. ‘프리비솔루션’ 측에 기기 철거 계획을 묻자 “따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인천교통공사도 같은 서비스 준비 중

 

인천교통공사는 ​최근 ​6월 2일까지 ‘휴대폰 보조배터리 대여사업 설치공간 임대’ 사업자 입찰 공고를 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교통공사 입찰 공고에 따르면 ‘휴대폰 보조배터리 대여사업’은 인천도시철도 1·2호선 계양역 등 56개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해피스팟은 처음부터 광고 중심으로 수익을 설계해 문제가 생긴 걸로 안다. 이번 인천교통공사 입찰 사업은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지하철 이용객들에게 유상으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사가 업체에 공간을 대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르다. 휴대폰 앱에 가입해서 보조배터리를 대여하고 시간당 책정된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도 기차역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인 ‘모바일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KTX가 정차하는 주요 기차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되며, 비용은 회당 2000원이다. 출발역에 설치된 모바일타워에서 보조배터리를 빌려 도착역 모바일타워에 반납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차는 출발역에서 도착역까지 가는 시간이 지하철보다 길다. 지하철은 상대적으로 이용객이 많고 이용시간도 짧다 보니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서울지하철 해피스팟은 광고를 받는 대신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그 비용으로 기기 관리비·앱 유지비 등을 부담하기 어려웠던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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