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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넷플릭스 대항마'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승산 없는 정면승부보다 틈새 시장 공략해야…​넷플릭스와 전략적 연대도 필요

2020.09.02(Wed) 09:48:01

[비즈한국] 한국방송협회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이 협회는 최근 넷플릭스와 제휴하겠다는 KT에 유감을 표했다. 토종 OTT들이 넷플릭스 대항마를 만들자고 이제 막 머리를 맞대려는데 왜 배신해서 국내 업체들의 생존 위협을 가속화시키냐는 취지의 성명이었다. 이 성명은 그동안 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글로벌 자생력과 현실감을 잃은 국내 방송 플랫폼 산업의 현 주소를 보여줬다.

 

2억여 명의 유료 회원을 보유한 넷플릭스는 피한다고 피해지는 존재가 아니며 싸운다고 시청자들이 같이 싸워주지 않는다. 토종 OTT들에 대한 제도상의 역차별이나 경쟁 제약, 넷플릭스의 독점적 지위로 인한 문제가 있다면 풀어나갈 일이지만, 이를 실익을 안겨줄 힘이 있는 글로벌 강자와의 전략적 연대를 막는 것으로 해결하려 드는 건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토종 넷플릭스 대항마를 키우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단순 견제가 아닌 보다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국내 주요 OTT 사업자들에게 토종 OTT 활성화 협의체를 제안하고, 한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 3분의 1 이상 차지할 수 없다는 국내 방송시장 규제를 폐지하기로 하는 등 넷플릭스에 대한 국내 OTT들의 경쟁력 키우기에 나섰다. 

 

2019년 한 해만 넷플릭스 콘텐츠 투자 비용 연간 18조원 대 국내 4개 주요 OTT(웨이브, 티빙, 시즌, 왓차) 통합 1조원, 누가 봐도 정면승부는 백전백패다. 바위에 계란 던지기 보다는 현실적인 생존법을 찾아야 한다.

 

넷플릭스는 다수의 나라에서 OTT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토종 OTT의 생존 방안 모색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의 토종 ‘넷플릭스 대항마’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사실 해외에서도 넷플릭스의 ‘대항마’라 부를만한 토종 OTT를 찾기는 쉽지 않다. 여러 나라에서 넷플릭스는 압도적 1위이며, 그 외에는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들끼리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돋보이는 일부 업체들은 자국에서 넷플릭스와 대등한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의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없는 글로벌 인기 콘텐츠 확보에 역량을 쏟거나, 자국 시청자들의 구미를 정조준한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거나, 또는 스포츠 등 특화 콘텐츠에 집중한다. 즉 공통점은 역시 ‘콘텐츠’ 강화이며, 넷플릭스와의 정면승부보다는 빈틈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호주 폭스텔, 스포츠 등 특화 콘텐츠로 굳건한 2위

 

호주의 ‘폭스텔(Foxtel)’은 OTT 서비스 폭스텔 나우(Foxtel Now), 빈지(BINGE), 카요(Kayo)를 제공하는 회사다. 시장조사 업체 스테이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폭스텔은 자국 내 약 485만 명(2020년 2월 기준)의 이용자를 보유, 1200만 명의 넷플릭스에 이어 호주 OTT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 넷플릭스와 이용자 수 차이는 크지만, 디즈니 플러스(180만명), 아마존 프라임(149만명)과는 상당한 격차로 우위에 있다.

 

폭스텔의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임에도 자국에서 굳건한 2위인데, 넷플릭스에 없는 콘텐츠들을 제공하는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HBO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왕좌의 게임’ 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폭스텔은 호주에서 유일한 스포츠 콘텐츠 전문 OTT 카요를 제공한다. 카요는 폭스 스포츠, ESPN, 베인 스포츠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NFL, UFC, NBA 등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호주에서 가장 저렴하게 볼 수 있어 스포츠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실제로 스포츠 부문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흔치 않은 넷플릭스 무풍지대로, 다수의 OTT 업체들이 틈새전략으로 공략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 OTT가 아니더라도, ‘스포츠팩’을 따로 추가 상품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 호주의 ‘스탠(Stan)’도 약 380만명의 회원으로 폭스텔에 이어 3위를 지키며 디즈니, 아마존과는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지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인 ‘울프 크릭’, ‘롬퍼 스톰퍼’ 시리즈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폭스텔 소유의 ‘카요(Kayo)’는 호주의 스포츠 전문 OTT이다. 사진=카요 홈페이지 캡처

  

#인도 부트, 가격·언어·콘텐츠 등 철저한 현지 이점 활용

 

인도에서는 넷플릭스가 가입자 수 기준 4위에 그친다. 인도 물가 대비 높은 가격 등이 요인으로 작용해 인도 내 넷플릭스 가입자 수 점유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리 압도적이지 않다. 다만 넷플릭스의 인도 내 매출은 가입자 1위인 ‘디즈니플러스 핫스타(Disney+ Hotstar)’보다 20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 1명당 지불하는 가격이 넷플릭스가 훨씬 더 비싸기 때문이다.

 

인도의 비아콤18(Viacom 18)이 소유한 토종 OTT ‘부트(Voot)’는 자국에서 디즈니플러스 핫스타, 아마존 프라임, 소니LIV, 넷플릭스에 이어 5위지만, 월간 활성 이용자 수(1억 명) 부문에서는 디즈니플러스 핫스타(4억 명)에 이어 2위로 넷플릭스보다 높다. 부트는 499루피(약 8100원)에 연간 유료 서비스를 제공, 월 500루피부터 시작하는 넷플릭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훨씬 강하다.

 

부트는 칸나다, 마라티, 벵골, 구자라트 등 인도의 지역별 언어를 다양하게 지원한다. 이 나라는 언어가 지역마다 다르다는 특성상 토종 업체가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시장으로 분석되며 이는 부트같은 현지 OTT에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MTV 인디아, 니켈로디언 인디아 등 비아콤18이 소유한 TV 채널들의 콘텐츠와 ‘발리우드’라고 불리는 인도 영화들, 그리고 부트 오리지널 시리즈 등으로 구성된 총 4만 시간 분량의 콘텐츠로 자국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부트는 인도 국민의 소득 수준에 걸맞는 가격 경쟁력과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 인도의 지역별 언어 제공을 앞세워 선전하고 있다. 사진=부트 화면 캡처

 

#‘천송이 코트’ 신드롬의 중국 아이치이, 자국민 취향저격 콘텐츠 독점

 

중국 최대 OTT ‘아이치이(iQIYI)는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1억명이 넘어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며 맹위를 떨쳐왔다. 바이두가 소유한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중국에 ‘천송이 코트’ 신드롬을 일으킨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독점 공급하면서 단숨에 중국 OTT 리더로 자리잡았다. 자국민 취향저격 콘텐츠를 독점 공급했던 전략이 유효했다. 

 

물론 중국에는 넷플릭스가 진출해 있지 않아 수혜를 쉽게 독차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최근 대만, 인도 등에서 아이치이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듯, 이 회사는 화웨이나 틱톡처럼 글로벌 제재의 대상이 되고 있어 자국 외 시장에서의 전망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외 유럽의 경우 영국의 ‘나우 TV(Now TV)’가 자국에서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에 이어 점유율 약 10%로 3위이며, 영국뿐 아니라 다양한 유럽 국가들에도 서비스되고 있다. 

 

아이치이(iQIYI)’는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단숨에 ‘중국판 넷플릭스’가 됐지만 현재 해외시장에서의 제재를 겪고 있다. 사진=아이치이 제공

 

#아이돌, K드라마 특화 OTT도 생각해볼만…넷플릭스와의 협력도 중요

 

해외 ‘대항마’들의 전략을 살펴보면, 스포츠 부문처럼 넷플릭스의 빈틈을 노리는 특화 콘텐츠로 강점을 키우고, 토종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및 최적화 등으로 자국 입지를 사수하고, 나아가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도 했다. 

 

한국의 OTT는 아이돌 콘텐츠에 너무 치우친다는 비난도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K팝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꼭 비난받을 일일까? 때마침 BTS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희소식도 들렸다. 우선 제작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한류 아이돌 콘텐츠를 특화 콘텐츠 삼아, 품질을 높여서 해외 틈새 시장을 공략해보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K드라마 특화 OTT도 생각해볼 옵션이다. 또 넷플릭스를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어차피 게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 2의 넷플릭스를 키운다는 부질없는 노력보다는, 제한된 자금력과 약한 시장 입지를 직시하고 가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틈새를 공략하고 넷플릭스와 현명하게 연대하는 것이 최선이다.

강현주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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