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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만 3년 째' 일회용 생리대는 언제쯤 믿고 쓸 수 있을까

시중 제품 중 97%에 발암물질 검출 지적…대안 생리대 등장했지만 시장반응 '미지근'

2020.10.06(Tue) 15:53:51

[비즈한국]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10월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리대 97%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2017년 릴리안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직후 발표된 식약처 조사를 재분석한 내용임에도 반응은 뜨겁다. 이용호 의원은 “검출량이 소량이기 때문에 안심하라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식약처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는 “신뢰할만한 기준이 없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리용품은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안전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고성준 기자

 

#식약처는 문제 없다지만…환경단체 “생리대 부작용 여전” 강조

 

이용호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조사대상 666개 품목 가운데 97.2%에 달하는 647개 제품에서 국제보건기구와 국제암센터가 분류한 발암류 물질이 검출됐다. 2017년 조사 당시 국제보건기구와 국제암센터 분류한 발암 물질이 검출된 이후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주목받게 된 것.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이 검출된 품목은 25%, 유럽 화학물질관리청에서 지정한 생식독성물질인 스테렌, 클로로포름, 톨루엔, 헥산이 검출된 품목은 95.9%였다. 해외 직구 제품 25종에서도 모두 발암물질과 생식독성물질이 검출됐으며, 해외 직구한 유기농 생리대의 7개 중 6개(85.7%)에서도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포함됐다.

 

2017년 당시 식약처는 생리대 전수조사에서 휘발성유기화학물이 검출되었으나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환경부가 주관한 2018년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예비조사에서는 “생리통, 생리양의 변화, 생리혈색 변화, 덩어리혈 증가 등 생리 관련 증상과 외음부 통증, 가려움증, 뾰루지 등 외음부 증상이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증상으로 파악되었으며, 이러한 증상들을 확인하기 위한 독성학 및 역학적인 평가 등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제안이 나왔다. 

 

일회용 생리대 및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위해성 조사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는 현재 1차 본조사를 거쳐 2차 조사가 시작됐다. 그 사이 2018년 라돈 생리대 사태, 2020년 나트라케어 허위 품목신고 적발 등 유사한 문제는 반복됐다.

 

식약처는 2017년 9월 생리대 위해성 평가 발표 당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으며 지난해 12월 생리용품 품질점검 결과 발표에서는 다이옥신류가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히는 등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일부 물질에 대한 위해도 노출평가 및 안전역 수치 확인으로는 여성들이 실제 입는 피해를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이용호 의원실 발표로) 언론 문의가 많아서 입장문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우리가 얘기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별 물질에 대한 평가 결과로 마치 생리대 전체의 안전성을 확인한 것처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생리대 부작용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여성의 예민함으로 축소시키는 현실은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여성들이 호소하고 제기한 문제 제기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라돈생리대, 허위 품목신고 적발 건 등으로 불안감과 고통만 더 커졌다”고 말했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은 “아직 정부 역학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생리대와 관련된 유해물질 기준치는 없는 걸로 안다. 생리대는 ‘피부 흡수’라는 노출 경로에 대한 고려와 여러 물질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연구, 성인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도 사용하는 생필품이라는 점 등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회용 대신 선택지 늘어났지만, 여전히 갈 길 먼 월경권

 

2017년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이후 여성의 건강권 관련 논의는 급속도로 확장됐다. 2018년 2월 국내 최초로 생리컵이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그 후 월경팬티(생리대 없이 입기만 하면 혈이 흡수되는 생리용품) 등 여러 종류의 대안 생리용품이 등장했다.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생리용품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식약처가 발표한 ‘2019 의약회품 허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허가받은 의약외품 1370개 품목 가운데 생리대가 35.8%(491개)로 가장 많았다. ‘안전한 생리대’라는 키워드를 앞세운 고분자흡수체 없는 생리대, 유기농 생리대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쏟아지면서 가격이 2~3배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선택지가 많아진 건 긍정적인 신호지만, 본질적으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본다. 2019년 10월 생리대 전성분 표기제가 시행됐어도 그 성분이 생리대에 사용되어 짧지 않은 시간 인체에 닿았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거의 전무하다. 정부도 문제없다는 발표 외에 신뢰할만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니 결국 여성들이 자기 몸을 실험체로 각개전투 중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최초로 생리컵의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소셜벤처 ‘이지앤모어’ 이지혜 대표는 “2017년 논란 전에는 생리컵이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아 직구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 역시 종류가 제한적이었다. 2020년 현재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컵 브랜드가 10개 이상일 정도로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에서는 다양한 생리용품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온·오프라인 정보 불균형 해소, 고급문화상품이 아닌 생필품으로써의 건강한 생리대 보편화 등 남은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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