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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인스타로 도로연수 등록, 싼 맛에 했다 '큰일'

전문학원 아니면 전부 불법, 운전자가 다 책임지게 될 수도…경찰청 홈피에서 '인증' 확인해야

2020.10.27(Tue) 16:29:55

[비즈한국] 장롱 면허를 탈출하기 위해 도로연수를 알아보던 신 아무개 씨(29)​는 ​얼마 전 ​관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보게 됐다. 유튜브 채널 하단에는 ‘방문운전 연수, 자차 연수’라는 안내와 함께 가능한 지역,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신 씨는 안내된 번호로 연락해 도로연수를 등록했다. 업체 측은 국가공인 운전전문학원이라고 소개했지만 약속한 날 만난 강사는 강사자격증을 보여주지 않았다. 강사가 가져온 차량의 조수석에도 보조 브레이크가 없었다. 

 

신 씨는 “분명 전화 안내에서는 국가공인 학원이라고 했는데, 막상 연수를 시작하자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달랐다. 수강료에 보험료가 포함됐다고 안내받았지만, 정작 연수를 하러온 강사 말은 달랐다. 곧바로 환불을 요구했으나 업체에서 자꾸 시간을 끌고 있다.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운전전문학원 통하지 않으면 전부 불법

 

유튜브 채널, SNS 등으로 도로연수 관련 콘텐츠를 올리고 불법적으로 도로연수를 알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운전전문학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수강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법이 점점 다양해져 경찰의 단속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범행에 사용된 운전학원 홈페이지 메인화면. 포털사이트에 '도로연수'를 검색하면 등록 업체와 미등록 업체가 무분별하게 섞여서 노출된다. 사진=서울경찰청 블로그

 

국가에서 허가받은 교육기관(운전전문학원 또는 운전학원)이 아닌 곳에서 허가받은 교육용 차량이 아닌 차량으로 수험료를 지불하고 교육을 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 교습에 해당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미등록 상태로 돈을 받고 운전 교육을 하다가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청 교통국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 등록된 학원 소속이 아니면 유상으로 운전교육을 진행할 수 없다. 관련 자격이 있거나 운전 면허를 취득한 지 2년이 지난 지인을 통해 무상으로 교육을 받는 건 괜찮지만 학원이나 알선업체를 통해 유상으로 교육을 받으면 안 된다. 각 시도 지방경찰청에서 주기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도로연수, 이제는 유튜브와 SNS가 통로

 

기자가 직접 SNS와 유튜브를 통해 불법적으로 도로연수를 알선하는 이들과 연락해봤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 도로연수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자 정식 교육기관과 미등록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섞여서 노출됐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도 ‘도로연수’, ‘도로주행’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니 불법 업체가 다수 검색됐다. 이들은 대부분 운전전문학원 도로연수 가격인 45만 원의 절반 값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일부 업체는 공인된 학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SNS 등으로 불법 도로연수 영업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A 씨는 “노란 차(운전전문학원 교육용 차량)로 해서는 백날 해봐야 운전이 늘지 않는다. 운전전문학원에서 면허를 딸 때 느끼지 않았냐. 노란 차는 도로에 나가도 다들 피해 다니기 때문에 비싼 돈 들여 50시간 교육 받아도 제자리걸음이다. 영상을 봐서 알겠지만 우리는 체계적으로 핵심만 교육한다. 금액은 10시간 기준 보험료, 기름값, 차량 포함 35만 원이다. 연수 장소는 원하는 곳으로 맞춰줄 수 있다. 대부분 고객이 본인 집 주변에서 연수를 받는다. 관악구 쪽이면 한적한 서울대학교 안에서 시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촉한 B 씨는 “10시간 기준 25만 원으로 금액이 매우 저렴하다. 업체에 소속된 강사가 아닌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그렇다. 보험을 들거나 본인 차량이 없는 경우 금액이 추가된다.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생긴 적은 한 번도 없으니 믿어도 된다”고 설득했다. 

 

서울의 한 운전전문학원 관계자는 “네이버 블로그, 카페에서 최근에는 유튜브, SNS까지 날이 갈수록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다. 경찰에서도 사실상 방관하다시피 하고 있다. 단속을 해도 계속해서 나오니까 감당하지 못한다. 경찰 조직 내에 불법 영업 단속만 전담하는 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법 도로연수의 가장 큰 문제는 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다. 운전전문학원의 경우 교육 차량 조수석에 보조 브레이크 등 안전장치가 있지만, 불법 업체나 개인 강사는 일반 차량을 가지고 운전 교습을 진행하기 때문에 훨씬 위험하다.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는 문구도 거짓말이다. 연수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수강생인 운전자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협회 관계자는 “보험회사에서 불법 도로연수 중 사고가 났다는 걸 확인하면 보험 처리를 안 해준다. 강사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추행, 폭력 등의 사고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또 단속에 걸릴 경우 수강생이 처벌을 받진 않지만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돈을 아끼려다 번거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정식 등록된 학원에서 연수를 받는 게 안전하다. 운전연수를 받기 전 업체가 경찰청 인증을 받은 곳인지 해당 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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