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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하늘은 드론, 땅은 UGV" 현대전 게임체인저 '군용 지상 로봇'의 필요성

우크라이나 넘어 태국까지 실전성 증명…한국형 군용 지상 로봇 DMZ 투입 '기대'

2026.01.09(Fri) 12:25:36

[비즈한국] 최근 몇 년간 현대전의 양상을 뒤흔든 ‘게임 체인저’가 하늘을 지배하는 무인항공기(UAV·드론)였다면, 2026년 현재 전 세계 군 당국이 주목하는 새로운 전장은 바로 ‘지상’이다. 전장을 누비는 군용 로봇, 즉 무인 지상 차량(UGV·Unmanned Ground Vehicle)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UGV의 역사는 드론보다 깊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개발한 궤도형 자폭 로봇 ‘골리아트(Goliath)’이 그 시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유선 유도 방식을 채택해야 했고, 시야 확보의 어려움과 느린 속도로 인해 전장에서 큰 효용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후 수백 종의 군용 로봇이 등장했으나 폭발물 처리(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등 제한적인 임무에만 투입될 뿐이었다. 평면적인 공중과 달리 장애물이 많은 지상 환경은 자율주행과 통신 유지 난이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성숙은 이러한 흐름을 완전히 뒤바꿨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고밀도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UGV를 단순한 보조 수단에서 전투의 주역으로 격상시켰다.

 

태국 국경분쟁에서 실전 배치된 테미스 국방 로봇. 사진=drone_wars 인스타그램

 

흥미로운 점은 이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가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북유럽의 강소국 에스토니아라는 사실이다. 밀렘 로보틱스(Milrem Robotics)가 개발한 ‘테미스(THeMIS)’는 현재 가장 성공적인 다목적 UGV로 평가받는다. 2015년 첫 공개 이후 16개국 이상에 수출된 THeMIS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탄약과 식량 수송, 부상병 후송은 물론 감시·정찰 임무까지 수행하며 병사들의 생존성을 크게 높였다. 이에 러시아군이 THeMIS 노획 시 한화 약 2300만 원 상당의 포상금을 내걸고 ‘공개 수배’를 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개방된 평야 지대와 달리 통신 장애가 잦고 지형이 험난한 지역에서도 UGV가 유효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 분쟁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미 지난 5월, 해상 국경 분쟁 당시 한국산 호위함인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함을 투입해 무력 시위를 벌였던 태국군은, 이어진 지상 국경 분쟁에서도 과감하게 무인 전력을 운용했다. 태국 육군은 에스토니아산 테미스 차체에 미국제 기관포와 호주산 부품을 결합해 자체 개량한 ‘D-아이언(D-Iron)’ 전투 로봇을 실전에 투입했다.

 

교전 초기였던 7월 24일, 태국군의 전투 로봇은 30mm 기관포를 앞세워 캄보디아군의 전방 관측소와 장갑차를 정밀 타격했다. 태국군은 병력 투입 전 무인 로봇을 선봉에 세워 아군의 인명 피해 없이 주요 진지를 점령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태국군은 휴전 이후에도 고위험 국경 순찰 임무에 로봇을 투입하며 병력 자원 감소 문제와 장병 안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이는 평야뿐만 아니라 산악과 밀림 지대에서도 UGV가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동참하고 있다. 우리 군은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에 대응하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무인 복합 전력과 AI 기술 적용을 국방 혁신의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5년 2월 밀렘 로보틱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10월 개최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서 한국형 모델인 ‘테미스-K(THeMIS-K)’를 선보였다. 이는 검증된 THeMIS 차체에 한화가 독자 개발한 원격 사격 통제 체계(RCWS·Remote Controlled Weapon Station)와 한국형 센서 및 통신 시스템을 결합한 모델로, 한국의 산악 지형과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파생형이다.

 

민간 산업계의 AI 혁명이 로봇 혁명으로 이어지듯, 국방 분야의 ‘무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비록 시작은 다소 늦었으나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과 IT 기술을 보유한 한국 방위산업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조만간 휴전선 철책선 주변을 병사 대신 순찰하며, 유사시 적을 제압하고 아군의 생명을 지키는 국산 군용 로봇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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