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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배민·카카오 PB상품이 '노브랜드'보다 무서운 이유

자체 데이터 활용한 불공정 행위 가능…대규모유통업법 대신할 규제 마련될까

2020.11.18(Wed) 10:11:41

[비즈한국] 온라인 플랫폼이 만든 자체 브랜드, PB(Private Brand) 상품의 영역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쿠팡, 배달의민족,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그간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PB 상품의 영역과 비중을 급속히 늘리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플랫폼 업체의 PB 상품이 대형 유통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욱이 플랫폼 기업은 기존 유통업체와 달리 아직 별다른 규제가 없어 향후 더 큰 독점 가능성도 제기된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세와 함께 그들이 판매하는 PB 상품의 영역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물, 화장지 같은 생필품부터 식품, 의류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 중이다. 사진은 쿠팡 고양물류센터로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김보현 기자

 

#플랫폼 기업들이 PB 상품에 ‘진심’인 이유

 

플랫폼 기업 가운데 PB 상품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쿠팡이다. 쿠팡은 2017년 자체 브랜드 ‘탐사’를 통해 PB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올해 7월 PB 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자회사 CPLB를 출범했다. 생필품 브랜드 ‘탐사’를 통해 생수와 화장지 등을 비롯해 식품 브랜드 ‘곰곰’, 의류 브랜드 ‘베이스알파에센셜’ 등 10개가 넘는 PB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또한 초소형 배달서비스 ‘​B마트’​의 확장세에 힘입어 PB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에 이어 최근에는 서울시에 먹는샘물 유통전문판매업 신고를 하며 생수 PB 사업 진출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쿠팡은 지난 7월 PB 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출범한 뒤 공격적으로 채용을 진행해 PB 상품 확대를 예고했다. 사진=온라인 채용 사이트 ‘사람인’​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카카오커머스도 PB 상품 판매에 나섰다. 올 초만 해도 자체 PB 상품 없이 플랫폼 기업으로서 역할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카카오커머스는 지난달 SPC삼립·오뚜기 등과 함께 PB 브랜드 ‘톡별’을 론칭하고 햄, 참치, 스파클링 음료 등 6종의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기업이 너도나도 PB 상품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PB 상품 판매의 목적은 충성고객을 유치해 더 많은 마진을 남기는 것이다. 유통업체는 유통만 하고, 제조업체는 제조만 하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 지나갔다. 이마트 ‘노브랜드’가 시장에 잘 안착한 대표적인 사례다. 플랫폼 기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영역을 파괴한다. 이제 소비자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다가 터치로 물건을 구매하고 영상·웹툰 등 콘텐츠까지 소비한다. 아직은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고수하지 않는 영역인 생필품, 가공식품류가 대부분이지만 확장되는 건 금방이다. 플랫폼 기업은 메인 플랫폼에 기반한 데이터를 갖고 뛰어들기 때문에 기존의 유통업체, 제조업체가 상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PB 상품의 품질이 향상된 점도 확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근거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과거와 비교해 PB 상품의 품질이 NB(National Brand) 상품만큼 좋아졌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앞서의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여전히 품질보다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상품이 다수지만, ‘싼값에 산다’던 대중의 인식은 많이 개선됐다. 인지도 10%의 NB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전부 유통사나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공정 경쟁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아무도 ‘그렇다’고 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이 절대 유리한 이유 ‘데이터’

 

대형 유통사에 플랫폼 기업까지 PB 상품 영역을 확대하는 데 반해 아직 ‘​승부의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는 수면 아래 있다. 기존 대형 유통업체가 PB 상품을 출시할 때부터 제기된 여러 부정적 문제는 플랫폼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권영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 발간한 보고서 ‘대규모 유통업자의 PB 상품 유통에 관한 공정거래 정책 시사점 연구’에서 “교섭력의 우위를 확보한 대규모 유통업자들이 납품업자의 상품을 PB 상품으로 납품하도록 강요하거나 납품 단가를 과도하게 낮게 책정하고, 다른 유통업자에 대한 PB 상품 납품을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등 다양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할 개연성이 존재한다. 이런 행위에 대해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을 통해서는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불공정거래행위 중 사업활동방해 행위로 규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연구위원은 17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유사한 문제가 플랫폼 기업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보고서를 낸 2018년 이후로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나 정부는 관련 규제나 지침을 마련하지 않고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규제부터 만드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플랫폼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 각종 불공정 거래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므로 정부에서 문제를 주시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은 이미 플랫폼 기업과 대형 유통업체, 스타트업까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아마존이 11번가 투자를 통해 국내에 진출할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 유통업계가 긴장 상태에 들어섰다. ​사진=아마존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더해진 건 ‘데이터’다. ‘P-플랫폼(Producing-Platform)’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김병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아마존의 PB상품이 ‘오픈마켓의 데이터를 자사 제품 개발에 활용해도 되는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연합은 아마존이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15만 명 유럽 판매자의 비공개 판매 데이터를 부당하게 사용했는지를 조사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P-플랫폼(Producing-Platform)’이란 ‘생산하는 플랫폼’, 즉 온라인 플랫폼이 상품을 전달하는 유통업체에서 생산과 유통을 함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이다. 김 교수의 책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에 따르면 아마존닷컴의 PB 상품은 135개 정도이며 기존 제조사가 아마존만을 위해 만든 브랜드까지 포함하면 450개에 달한다. PB 상품도 식품·의류·생활용품·가전용품·뷰티용품 등 2만 개가 넘는다.

 

반면 국내의 상황은 미국과 다르다. 아마존이 독점적 위치를 차지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쿠팡·​배달의민족·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이마트·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 마켓컬리 등 스타트업까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11번가가 아마존과의 협력 계획을 발표해 다시 한번 판이 흔들리고 있다.

 

김 교수는 “유통업계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지각변동 하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 제품 가격이 낮아지고 배송은 빨라지며 혜택은 많아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편리하다고 생각하지만 플랫폼에 귀속된 공급업체들에겐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다만 플랫폼이 낮은 가격과 높은 수수료를 요구했을 때 공급자도 대안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같이 하나의 독점적 플랫폼이 등장한 것보다는 양호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언제 독점적 플랫폼이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자사 제품을 우대하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한 네이버 쇼핑에 ​공정위가 ​제재를 가한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도 제정해 노출 순위 조작과 같은 기만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계획을 밝혔는데, 언론, 학계, 업계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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