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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약 스토리] '금계랍에서 BTS까지' 의약품 광고 변천사

1969년 10대 광고주 중 8곳이 제약사…효능 과대 포장 지양하고 '브랜드 가치'에 주력

2021.03.24(Wed) 10:34:13

[비즈한국] 우리나라 제약 산업은 경제 규모에 비해 매우 더디게 발전했다. 국가 주도로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해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제약 산업은 기초 과학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요즘, 우리나라는 ‘카피약 강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선진국과 나란히 경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비즈한국’은 우리나라 제약 산업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봄으로써 우리 제약 산업이 지닌 잠재력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쳐본다.

 

“인천항 룡골 개풍국에 신효한 안약이 있는데 노인이라도 항상 시험한 즉 어둡던 눈도 다시 밝고 소년이 항상 시험한 즉 눈이 늙지 않고 또 예맥도 벗어지고 안채가 나고 눈물도 흐르지 아니하오니…” 1899년 4월 뎨국신문에 실린 한 의약품 광고다. 의약품은 국민 생활에 밀접한 만큼 광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과대·과장 광고 논란도 꾸준히 제기된 의약품 광고는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시대 흐름과 함께해온 의약품 광고…경쟁으로 부도 맞기도

 

1896년 의약품 수입상사 세창양행이 독립신문에 게재한 말라리아 치료제 ‘금계랍’ 광고를 시작으로 의약품 광고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성장해왔다. 1897년 동화약방 활명수 광고로 한방에 의한 제조 매약업이 성행했고, 1900년대 초에는 일본과 서양 등에서 들어온 수입 약에 맞서 조선이 내놓은 약을 광고하는 움직임이 거셌다. 해방 이후에는 국산 의약품 광고가 많아졌고, 1960년대에는 자양강장제와 비타민 등에 국민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의약품 광고 열풍이 일었다.

 

독립신문과 황성신문에 실린 금계랍 광고. 세 번째 사진은 당시 금계랍 병.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 광고 심의 30년, 그 의미와 나아갈 길’

 

프로권투선수 김기수 씨를 내세우며 ‘체력이 국력’이라는 슬로건을 강조한 일동제약 아로나민 광고, “피로회복엔 박카스”라는 이미지를 각인한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도 이즈음 나왔다. 1960년대 광고 시장에서 제약사는 그야말로 ‘대형 광고주’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의약품 광고 심의 30년, 그 의미와 나아갈 길’에 따르면 의약품 광고는 196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전체 광고비 70% 이상을 차지했다. 1969년 10대 광고주 중 8곳이 동아제약·한일약품·한독약품·유한양행·종근당·영진약품·일동제약·한국화이자 등 제약사였다.

 

그러나 과장 광고의 그림자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한국광고협회가 발간한 ‘한국광고 100년’에 따르면 1960년대 초부터 제약업계의 광고 경쟁으로 비난 여론이 일었다. 경쟁 심화로 몇몇 제약사는 부도를 내기도 했다. 당시 보건사회부는 의약품 과대광고 단속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 규제는 제약업계의 광고 전략에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앞서의 보고서에서 “광고에 의존하던 제약업계는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1970년대부터 의약품 광고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신제품 개발에서 방향설정과 경쟁의식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 제형과 성분을 달리 한 약을 들고나온 후발 주자들도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웅담 성분의 간장약, 우루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대웅제약과 “코!코!코! 코리투살~” 슬로건으로 유명한 감기약을 내세운 부광약품이다.

 

19080~1900년대에는 회사 이미지를 구축하고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캠페인 광고가 많아지기도 했다. 박카스의 ‘새 한국인’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1993년 버스 종점 편 박카스 광고. 사진=동아제약 유튜브 캡처

 

1970년대 중반부터 의약품 광고 비중은 줄었다. 식음료·전자 등 다양한 산업의 광고가 등장한 영향도 있었지만, 의약품 광고 규제가 나날이 강화된 탓이 컸다. 1976년에는 드링크 제품 광고가 자숙 차원에서 중단되기도 했다. 1980~1990년대 10대 광고주 중 제약사는 0~2개에 그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회사 이미지를 구축하고 사회에 선한 메시지를 주려는 ‘캠페인 광고’가 많아지는 계기도 됐다.​

 

#유튜브, 블로그 등 광고 늘어나는 추세…브랜드 가치 알리는 광고 중요해질 듯

 

2000년대 중후반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CM송을 활용한 의약품 광고가 등장했다. 2010년 우루사 광고. 사진=대웅제약 유튜브 캡처


1990~2000년대 일반의약품 광고 트렌드에 대해 이광현 일동홀딩스 상무는 ‘2021 의약품 광고심의 실무 매뉴얼’에서 “의약분업과 약값 인하, 리베이트 금지법 등 규제로 전문의약품 부문 수익이 줄어들며 1990~2000년대 초반 제약회사들은 일반 의약품 마케팅 비용을 높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2000년대 중후반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CM송을 활용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개인화된 미디어 시대가 오면서 제약사들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약업계가 인기 모델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던 경남제약이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기용해 레모나 매출을 대폭 올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9년 10월 BTS를 모델로 발탁한 경남제약은 2020년 전년보다 58.3% 오른 70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1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경남제약은 레모나 새 모델로 트와이스를 선정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제약업계가 인기 모델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던 경남제약이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기용해 레모나 매출을 대폭 올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남제약은 레모나 새 모델로 트와이스를 선정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사진=경남제약 홈페이지


텔레비전, 신문 등 전통 매체 대신 유튜브나 블로그 등 매체를 활용하는 광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 광고 심의 건수는 2018년 1417건, 2019년 2180건, 2020년 3273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인쇄광고는 2018년 1527건에서 2020년 152건으로 크게 줄었고, 방송광고도 2018년 724건, 2019년 696건, 2020년 629건으로 감소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바이오 기업에서 부수적인 제품을 출시하면 블로거나 유튜버를 통해 홍보하고는 한다. 전통 매체를 활용한 마케팅보다 훨씬 저렴하기에 많이 활용하는 듯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들은 유튜브로 여러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가령 5700명 정도의 구독자를 지닌 일동제약은 ‘일동제약의 힐링 메시지’와 일동제약 상무가 직접 출연해 마스크팩을 체험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은 광고 영상만 싣는 형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제약사가 대다수다.

 

제약업계가 주력하는 전문의약품의 경우는 어떨까. 앞서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선 시장 진입에 용이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드는 일반의약품보다 캐시 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에 더 관심이 높다”고 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2019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완제의약품 중 전문의약품은 1만 5286품목, 일반의약품은 5557품목 생산됐다. 그러나 1990년부터 전문의약품에 대한 대중광고가 금지됐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은 병·의원과 약국 혹은 약국 도매업체에 영업하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결국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미디어 환경에서는 캐릭터나 CM송을 활용한 광고보다도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는 참신한 광고가 눈길을 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의약품이든 일반의약품이든 브랜드의 신뢰를 쌓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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