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덕에 컸는데" 부동산플랫폼 '네모'에 중개사들 반발 속사정

[비즈한국] 부동산 중개플랫폼 직방이 손자회사 네모인부동산중개법인을 통해 ‘직접 중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직방 자회사 플랫폼 네모에 상가 매물 2500여 건을 올렸는데, 현재 등록 매물이 1만 2600여 건으로 늘어났다. 네모 상가 매물에서 네모인 매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25%에서 52%까지 높아졌다. 최근 네모인은 증가한 중개 매물을 소화하고자 공인중개사 채용 공고를 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대형 부동산 중개플랫폼의 직접 중개 진출을 우려하지만 직방 측은 ‘독립된 계열사 경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직방은 2019년 6월 네모 운영사 슈가힐의 지분 전체를 인수했다. 사진=직방, 네모 홈페이지

네모는 국내 최대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이다. 건물주나 공인중개사가 광고를 의뢰한 사무실과 상가 매물을 앱과 웹에 노출한다. 네모 운영사인 슈가힐은 2017년 네모를 출시했다. 2019년 3월에는 네모인부동산중개법인을 설립해 직접 중개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슈가힐에 따르면 네모는 현재까지 앱 다운로드 270만여 건, 누적 등록 매물 55만여 개, 월간 매물 조회 180만여 건을 기록했다. 직방은 2019년 6월 슈가힐 지분 전체를 인수했다. 네모(슈가힐)와 네모인은 각각 직방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슈가힐과 네모인은 최근 공인중개사 채용 공고를 냈다. 슈가힐은 5월 18일까지 중개원 00명(두 자릿수)과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 00명을, 네모인은 6월 4일까지 상가·사무실 전문 공인중개사 00명을 뽑는다. 슈가힐 관계자는 “네모인이 설립된 지 2년을 넘어서면서 중개 물건과 고객이 늘어났지만 정규 공인중개사는 11명뿐”이라며 “슈가힐에서 공인중개사를 채용해도 기본 교육 및 수습과정을 이수하고 네모인 소속으로 중개활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네모인이 확보한 상가 매물은 1년 만에 다섯 배 늘었다. 네모에 등록된 상가 매물에서 네모인 매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분의 1 수준에서 절반까지 올랐다. 비즈한국이 19일 네모에 등록된 상가 매물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물 2만 4000여 개 중 1만 2600여 개(52.8%)가 네모인이 올린 물건이었다. 지난해 5월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당시 네모 상가 매물 9700여 개 중 2500여 개(전체 25.8%)가 네모인 물건이었다.

이런 배경에는 모회사 슈가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네모인은 현재 네모 홈페이지를 통해 매물 등록을 받고 있다. 건물주가 이곳에서 상가 중개 매물을 내놓으면 직방과 다음부동산에도 동시에 광고를 노출해준다. 다른 중개인에게 매물을 내놓지 않는 조건으로 네모인에 중개를 맡기면 중개수수료를 최대 40%까지 지원하는 판촉도 벌이고 있다. 현재 네모는 중개 매물 등록이 무료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네모인이 네모(슈가힐)에 광고비를 지급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슈가힐 관계자는 “네모인과 슈가힐 계약관계는 양사 보안으로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플랫폼 ‘네모’ 시작 화면에 뜬 ‘전속 중개’ 판촉 이미지와 매물 등록 화면. 사진=네모 앱 캡처

일반 공인중개사(법인)는 네모에 매물을 노출하는 대가로 광고비를 낸다. 10개 매물을 1개월간 노출하는 데 드는 광고비는 지역에 따라 최소 7만 7000원~19만 8000원(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 달한다. 행정구역이나 지하철을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는 ‘프리미엄 상품’을 이용하면 일반 광고비의 3배(서울 강남구 역삼동 상가 기준, 60만 5000원)가 든다. 건물주가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직거래 매물을 올리려면 90일 기준 22만 원을 낸다.

네모인과 경쟁하는 일반 공인중개사는 불만을 토로한다. 본인을 공인중개사로 소개한 한 네티즌은 A 종합교육기업 커뮤니티에 “상가·사무실 중개 플랫폼으로 유명한 ‘네모’에서 자체적으로 ‘네모인 중개법인’을 만들어 플랫폼의 소비자 수요를 독점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중개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중개사가 다달이 내는 광고 수수료로 커왔고 현재도 그 돈으로 운영 중인 회사가 중개사들의 뒤통수를 쳐도 크게도 치며 밥그릇을 빼앗아도 밥솥까지 통째로 빼앗아가려는 행태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대형 부동산 중개플랫폼의 직접 중개 사업 진출을 우려하고 있다. 직방은 최근 신규 비즈니스모델(BM) 지원·영업 매니저로 공인중개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지만 ‘직접 중개’ 사업을 모회사 사업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비판이 일자 모집 공고를 삭제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직방과 같은 대형 부동산플랫폼 기업이 중개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소위 ‘골목상권’에 해당하는 중소상공인이다. 이들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형 부동산플랫폼이 경쟁업체를 내놓는 것을 달갑게 볼 수 없다. 튼튼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부동산 중개법인이 탄생하면 영세한 부동산 중개인은 공룡업체에 소속되거나 상권을 빼앗기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지금은 이들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매출이 크다 보니 불매운동과 같은 반발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직방 관계자는 “네모인은 직방이 네모를 인수하기 전부터 존재하던 네모 자회사로 직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직방은 자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자회사는 각자 대표를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아직까지 (직방이) 직접 중개 영역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직방 실적은 흑자 전환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직방은 2020년 서비스 매출 458억 원, 영업이익 38억 원, 순이익 74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 상승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흑자로 돌아섰다. 직방은 2019년 고용·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손실 42억 원, 순손실 24억 원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4년 만에 적자 전환이었다. 지난해 자회사인 슈가힐에는 48억 원을 단기 대여했다. 지난해 말까지 슈가힐에 빌려준 돈은 총 63억 원이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