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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주사에 25억 원 '졸겐스마',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

'평생 비용' 측면에선 오히려 합리적…약가 결정 시 가격 투명성 높일 방안 병행돼야

2021.06.04(Fri) 11:06:06

[비즈한국] 1회 투약에 20억 원이 훌쩍 넘는 치료제 ‘졸겐스마’가 국내에서 허가됐다. 이를 두고 “터무니없이 비싸다”, “아무리 약이 귀하다고 해도 어떻게 몇십 억 원씩 하느냐”, “제약회사가 신약으로 이윤을 창출한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절망적인 가격이다”, “약값을 내려라”, “세금이 아깝다”하는 이야기가 적잖다. 그러나 고가의 신약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전문가들과 환아 보호자 사이에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노바티스가 신청한 졸겐스마주(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를 시판 허가한다고 밝혔다. 2020년 8월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시행됐는데, 졸겐스마는 3월  ‘킴리아주’ 이후 두 번째로 허가된 첨단바이오의약품이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조직이나 유전물질 등을 원료로 한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를 말한다. ‘혁신 신약’ 으로도 불린다.

 

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노바티스가 신청한 졸겐스마주를 허가한다고 밝혔다. 사진=노바티스 제공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제조한 졸겐스마주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다. SMA는 척수와 뇌간(중추신경계)의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돼 온몸의 근육이 점차 위축되고 굳어지는 희귀질환으로, 신생아 약 1만 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 국내에는 약 200명 정도 환자가 있다. 주로 5번 염색체의 생존운동신경원(SMN)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생긴다.

 

국내 한 약학대학 교수는 “뇌와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이 죽는 질병이다.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가장 심각한 1형 SMA의 경우 태어나고 2년 이내에 90% 이상이 사망한다. 못 앉고 못 걷고 못 삼키고 숨을 못 쉬면서다. 2형과 3형, 4형은 1형보다는 덜하지만, 2형도 평생 식물인간처럼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졸겐스마주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생존운동뉴런1(SMN1) 유전자 기능성 대체본을 운반체(벡터)로 전달해 중추신경계에서 SMN 단백질을 생성하게 한다. 제1형 SMA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STR1VE 연구에서 졸겐스마는 SMA의 자연적인 양상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주요 평가변수인 14개월째 무사건생존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또 18개월 시점에서 20명의 환자(91%)가 보조호흡장치 없이 생존했고 19명의 환자(86%)는 급식 튜브 같은 도움 없이 식사할 수 있었다.

 

졸겐스마주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생존운동뉴런1(SMN1) 유전자 기능성 대체본을 운반체(벡터)로 전달해 중추신경계에서 SMN 단백질을 생성하게 한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아직 국내 판매 가격이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미국 내 가격이 210만 달러(약 25억 원)로 책정되면서 ‘초고가 의약품’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평생 비용’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SMA 치료제는 전 세계에서 세 개가 있다. 바이오젠의 ‘스핀라자’, 로슈의 ‘에브리스디’ 그리고 이번에 허가된 ‘졸겐스마’다.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는 국내에서 각각 2017년 12월, 2020년 11월 허가됐다. 이중 졸겐스마는 ‘원샷 치료제’다. 스핀라자는 1회 12mg(5ml)를 2주마다 4회 투여한 후 4개월마다 투여해야 하는 주사제이고, 에브리스디는 1일 1회 0.20~5mg씩을 투여하는 먹는 액상형 제제다. 졸겐스마는 정맥으로 한 번만 투여하면 된다.

 

앞서의 약학대학 교수는 “스핀라자는 1년에 4~5번씩 맞아야 하는데 병원에 방문해 척추 안으로 전문적으로 주사해야 한다. 한 번 맞는 데 4억 원씩 부담해야 하며(미국 기준, 국내에서는 첫해 5억 5415만 원, 다음 해부터 2억 7707만 원으로 급여가가 책정됐다) 평생을 맞아야 하고 병원비까지 내야 한다. 에브리스디도 먹는 약이지만 평생 복용해야 하는 점은 같다”고 했다. 에브리스디는 아직 국내에서 급여가 인정되진 않지만 로슈는 에브리스디의 정가를 연간 최대 34만 달러(약 3억 8000만 원)로 책정했다.

 

이 교수는 “초고가 의약품이라는 비난을 지속하면 개발사 입장에서는 개발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 유전자치료제는 기술적으로 개발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50년 동안 연구해서 나온 약이 몇 개에 불과하다. 또 희귀의약품은 환자가 얼마 안 되고 시장이 작다. 결국 임상에 들인 비용, 인건비, 개발비용을 모두 합쳐 이익이 날 수 있는 가격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물론 개발사가 한국 기업이면 기업이 국내에 세금을 내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비판이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빨리 한 번 투약해서 나으면 미래에 들여야 하는 돌봄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환자나 보호자들 입장에선 약이 개발되고 또 그걸 쓸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졸겐스마 미국 판매 가격이 210만 달러(약 25억 원)로 책정되면서 ‘초고가 의약품’ 논란이 인다. 그러나 ‘평생 비용’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노바티스 홈페이지


문종민 한국척수성근위축증 환우회 이사장은 “가격으로 화두가 되는 점은 환우, 보호자들에게도 부담이다. 보험 등재가 느려질 수도 있다. 사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사실은 본인들이 낸 세금으로 급여를 해줘야 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보니 ‘그런 돈을 쓸 바에 아이를 죽여라’와 같은 비난을 하는 경우가 있다. 환우들은 상처를 받는다. 약이 개발되고 또 좀 더 저렴한 급여가로 쓸 수 있게 해주는 기회를 주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졸겐스마는 급여 적용 언덕을 넘어야 한다. 건강심사평가원 관계자는 3일 “급여 결정신청이 접수돼 검토되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사가 약제급여 평가를 신청하면, 심평원 약제평가위원회가 120일 이내에 심의한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가 약가협상에 들어간다. 별도의 재평가 등 절차가 없다면 240일 이내에 보건복지부가 약가를 고시한다.

 

해외에서는 졸겐스마에 급여를 인정하는 추세다. 졸겐스마는 최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승인을 받았고, 일본에서도 지난해부터 급여가 적용됐다. 약가는 1억 6700만엔(약 16억 9300만 원)이다. 문종민 이사장은 “급여가 적용되면 산정특례제도를 적용받아 본인부담금이 10% 정도이고, 본인부담액 상한제를 적용하면 실제 부담액도 좀 더 줄어든다. 또 일정 소득 범위 안으로 들어오면 지자체에서 보조해주는 제도도 있다”며 “다만 급여 기준을 좀 더 폭넓게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제약사의 협상 내용이 철저히 비공개인 터라 제약사가 가격 면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급여 이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치가 있더라도 정부와 제약사가 약가를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따라 환자가 내야하는 본인부담금도 달라진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소장은 “‘가격 투명성’이 중요하다. 개발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임상시험비는 얼마나 썼는지 등을 밝혀 공정한 가격으로 협상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실제 약가가 공시 약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제약사가 약가 협상에 실패하면 공급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정부와 제약사가 어떻게 논의해서 약가를 결정했는지 그 과정이 모두 공개되지 않는다. 결국 제약사의 주도권을 통제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 있을지 논의해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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