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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CEO] 판사 출신 강한승 신임 쿠팡 의장의 '역할'

악재 잇단 상황에서 김범석 창업주는 책임 내려놔…김앤장 시절 화물차법 소송전 승리 주도

2021.06.22(Tue) 10:47:34

[비즈한국] 쿠팡이 위기에 직면했다. 쿠팡을 둘러싸고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김범석 쿠팡 창업주가 대표직과 의장직을 차례로 내려놓았다. 김 창업주가 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 같은 상황에 김 창업주의 뒤를 이어 새롭게 의장직에 오른 강한승 쿠팡 의장에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린다.

 

쿠팡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강한승 신임 의장의 이력과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쿠팡 제공

 

김범석 창업주가 17일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사유는 ‘글로벌 경영에 전념’이었다. 김 창업주는 지난해 12월 30일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러나 시기가 공교롭다. 쿠팡이 김 창업주의 대표직 사임을 발표한 것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또 의장직 사임은 경기도 이천시 쿠팡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일 발표됐다. 

 

그러면서 김 창업주의 그간 행보에 이목이 쏠렸다. 김 창업주는 쿠팡과 관련한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는 날이면 여지없이 모습을 보였다. 쿠팡의 상장을 축하하는 오프닝 벨 행사에 참석한 게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쿠팡과 관련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질 때면 김 창업주는 자취를 감췄다. 김 창업주는 9건의 노동자 사망 사고에 직접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김 창업주의 ‘책임회피론’이 불거지면서 소비자 사이에서는 쿠팡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여론이 확산했다. 쿠팡의 구독 서비스 해제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쿠팡탈퇴’, ‘#쿠팡불매’와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조금 편리하자고 사람이 뒷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간 발생한 일들이 우리 가족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유료 서비스를 도저히 이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3월 1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쿠팡 상장기념 ‘오프닝 벨’ 행사. 이날 행사에는 김범석 쿠팡 창업주(왼쪽에서 세 번째)가 참석했다. 사진=쿠팡 제공


쿠팡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하면서 여론의 이목은 강한승 의장에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쿠팡에 합류한 강한승 의장은 김 창업주가 의장직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신임 의장으로 임명됐다. 

 

강 의장은 법조인 출신이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권, 국회법제사법위원회 파견 판사,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을 지냈다. 2013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기업 소송을 전담했다. 

 

업계에서는 강 의장이 대내외적으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는 ‘소방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쿠팡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리스크 대응이다. 쿠팡은 전국 각지에 다수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노동 인력만 수만 명에 달한다. 노동 관련 문제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다. 

 

강 의장은 이미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불거진 한국통합물류협회와의 소송전을 승리로 이끈 바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을 위반하고, 업계의 사업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1년 넘게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결국 협회는 2016년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쿠팡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김앤장 소속이었던 강 대표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를 끌어냈다. 1심 재판부는 “판매자가 필요에 따라서 상품을 운송하는 행위는 화물자동차법에서 말하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역시 1심과 같은 이유로 쿠팡 측의 손을 들었다. 

 

쿠팡의 행보에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멤버십 해지에 그치치 않고, 소셜미디어에 인증 게시글을 올려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쿠팡에 악재로 작용할 중대재해처벌법도 강 의장의 역할이 남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가 안전 확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한승 의장이 피고인석에 앉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재판부나 검사 측에서는 강 의장의 존재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강 의장은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이다. 

 

한 변호사는 “법조인이 대리인이 아닌 피고인이 된다면 재판부나 검사 측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법 전문가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이라든지 민·형사 소송이 진행되는 절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재판에서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변수가 되기도 한다”며 “또 법조계에는 선후배 문화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대선배와 피고인으로 마주한다면 부담스럽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어차피 전문적인 부분은 해당 분야의 임직원들이 주도적으로 할 것이다. 강 의장은 대 사회관계의 네트워크를 잘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서 대내외적인 부분을 종합적으로 조율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면 쿠팡의 위기 탈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쿠팡의 성장과 동시에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무리한 요구라 여길 게 아니다. 자신들을 성장하게 한 소비자들과 직원들을 기억하고 그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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