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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코로나 연말을 위로하는 사색의 공간,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국보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전시…이집트 미라 진품 볼 수 있는 이집트 전시실도 볼 만

2021.12.30(Thu) 14:36:31

[비즈한국] 지난 11월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은 두 분의 금동 반가사유상을 모신 장소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던 부처님의 모습은 요즘 같은 때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코로나 탓에 새해 일출 명소 상당수가 문을 닫은 지금, ​이곳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는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역병의 시대, 생로병사를 사유하다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지나면 소극장만큼이나 널찍한 공간이 나온다. 삼면을 에두른 벽면은 은은하고, 어두운 천정에 작은 조명들이 별처럼 빛난다. 깊은 공간 저 멀리 반가사유상 두 분이 생각에 잠겨 있다. 서로의 존재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아련한 미소를 머금은 반가사유상들은 한쪽 다리를 올려 반가부좌를 틀고, 갸름한 손을 얼굴에 댄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이를 마주한 관람객들도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든다. 

 

사유의 방에 자리한 금동미륵반가사유상들은 우리의 찬란한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왼쪽의 반가사유상은 해와 달이 장식된 관을 썼다. 관처럼 화려한 옷자락이 몸매를 따라 유려하게 흘러내린다. 소박한 관을 쓴 오른쪽 반가사유상은 상의를 벗은 채 띠 모양 목걸이를 둘렀다. 웃는 듯 아닌 듯 미묘한 미소,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한 얼굴, 배꼽 아래로 흘러내리는 부드럽고 유려한 옷주름, 손과 발의 섬세하고 미묘한 움직임이 세계 불교 조각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일본에도 이와 똑같은 모습의 목조 반가사유상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1962-2)은 동양불교 조각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사진=구완회 제공

 

반가사유상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오른쪽의 반가사유상(1962-1)은 해와 초승달 모양이 결합된 화려하고 높은 일월식보관(日月飾寶冠)을 쓰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반가사유상은 원래 석가모니가 태자였을 때 인간의 생로병사와 인생의 덧없음을 생각하던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게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하나의 도상으로 확립되었고, 다시 한반도로 넘어오면서 불교 예술의 절정을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태자 시절의 부처님은 미래에 인간을 구원할 미륵보살로 바뀌었다. 생로병사의 고해 속에서 신음하는 중생들이 자신들을 구원할 미륵보살을 찾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요즘 같은 역병의 시대라면 더욱 그렇다. 

 

사유의 방은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상 처음으로 건축가가 참여한 전시실이다. 그 덕분에 현세를 벗어나 다른 차원에 있는 듯한 분위기에서 반가사유상에 집중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런 공간에서 반가사유상을 보고 있으면, 우리도 나름의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을 듯하다. 

 

#실감 나는 디지털 영상도 보고, 이집트 미라도 보고 

 

오랜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면 ‘디지털 실감 영상관’도 빼먹지 말고 보는 것이 좋다. 작년에 문을 연 디지털 실감 영상관은 이름처럼 우리 문화재를 실감 나는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거대한 삼면 벽과 바닥에서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영상이 펼쳐지는 제1관은 요일마다 프로그램이 다르다. 왕의 행차와 신선들의 잔치, 금강산 기행, 윤회의 길까지 역사 기록에 기반한 영상이 마치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간 느낌을 준다. 

 

가상현실(VR) 체험을 할 수 있는 제2관은 사전 예약이 필수. 벽면부터 천장까지 고구려 벽화 영상이 투사되는 제3관과 다양한 조각상이 춤을 추는 경천사 십층석탑 외벽영상도 놓치기 아깝다. 

 

작년에 문을 연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선 우리 문화재를 실감 나는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박물관 3층 세계문화관에는 국내 최초의 이집트 상설전시실이 운영 중이다. ‘삶, 죽음, 부활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꾸며진 전시실은 이집트의 장구한 역사와 그들이 맞닥뜨렸던 자연환경부터 신화, 미라까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이집트 문명을 풀어준 열쇠가 된 상형문자를 체험할 수도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패널을 따로 설치해 이해를 도왔고, 이집트 관련 서적과 함께 휴식 공간도 마련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집트 전시실을 꾸미기 위해 세계적인 이집트 문화재 소장 기관인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박물관에서 전시품을 빌려왔다.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이집트 진품 미라와 고대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집트 전시실은 2022년 3월 1일까지 운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3층 세계문화관에 생긴 국내 최초의 이집트 상설전시실. 이집트 진품 미라와 고대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이집트 전시실은 2022년 3월 1일까지 운영된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국립중앙박물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문의: 02-2077-9000

관람시간: 월·화···일요일 10:00~18:00, 수·토요일 10:00~21:00, 월요일·1월 1일·설날·추석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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