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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반, 비육사료는 NO" 건강하고 맛도 좋은 펫푸드 시장 주목

사육 편의성 및 비육 보다 건강과 가치 소비에 초점…수입산 비중 높아 상품 경쟁력 확보해야

2022.01.14(Fri) 16:31:30

[비즈한국] 서울 토박이였던 김우성 씨(38)​는 2015년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으로 귀농을 결정했다. 식용곤충이 대체 식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말에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사육에 도전한 것. 하지만 판로 확보가 쉽지 않았다. 곤충이라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넘어서기 힘들었다. 그때 만난 새로운 기회가 바로 펫푸드다. 기존 육류 단백질 사료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반려동물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2017년 곤충 단백질인 굼벵이로 펫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김 씨는 자신의 농장뿐 아니라 다른 농가에서도 원료를 공급받아 식용곤충 펫푸드를 생산하는 벅스펫 대표다.

 

작년 9월 열린 ‘2021 서울펫쇼’에서 한 반려견이 관람객의 손에 안겨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사랑하는 가족에게 아무거나 먹을 수 있나요

 

펫푸드란 사람이 먹는 음식만큼이나 질 좋은 반려동물용 음식을 뜻한다. 소·돼지·말 등 가축을 살찌우려는 비육용 사료, 개·고양이의 배를 채우기 위한 단순 사료 및 잔반 사료와 개념이 다르다. 요즘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이 먹는 사료와 간식이 안전한지, 영양가가 있는지, 맛은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펫푸드 시장 고급화 현상은 가족 구성원이 된 반려동물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기조 확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반려인 장하림 씨(26)​는 “함께 사는 반려묘가 입맛이 까다로워 주로 치킨류를 많이 먹는다”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료를 주고 싶어서 잘 먹지 않더라도 여러 제품을 구매해서 줘본다”고 했다. 14개월 된 반려견과 함께 사는 30대 이 아무개 씨는 “강아지가 육류 알레르기가 있어서 육류가 섞인 제품은 최대한 피하고 연어가 들어 있는 수입산 사료를 주로 먹인다”며 “강아지 기호에 맞는지 아닌지도 제품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사항 중 하나”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 펫푸드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7348억 원이었던 펫푸드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1조 3329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2조 2519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펫푸드에 공급하는 농축수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민신문에 따르면 펫푸드 생산·유통에 관여하는 업체 수가 농업법인 등을 포함해 약 2000곳에 달한다. 

 

곤충 동애등에를 사육해 펫푸드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박기환 엔토모 대표는 “악취 저감 여부, 비육 촉진 여부 등에 마케팅 소구점이 잡히는 다른 사료 시장과 펫푸드 시장은 전혀 다르다”며 “펫푸드 시장은 유아용품 시장과 비슷해 건강이나 가치 소비에 (마케팅)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단가를 잘 따지지 않는 감성 소비의 영역이기 때문에 곤충 사료를 비롯한 펫푸드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고,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도 펫푸드 주목

 

펫푸드가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정치권은 펫푸드 농업·농가에 대한 지원책을 고민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021년 8월 경기도 고양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짧은 유통기한과 제품 신선도, 고가의 비용에 대한 (펫푸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며 “값싸고 질 좋은 국내산 펫푸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펫푸드 산업을 육성하고, 펫푸드 생산·공급 과정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5월 “국내에서 자체기술 펫푸드를 만들면 동물건강과 국내 펫시장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펫푸드에 관한 법률을 만들겠다”고 했다. 

 

펫푸드 농업·농가 지원 정책을 펼치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충북 괴산군은 사리면에 2022년까지 70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1550㎡(3층) 규모 곤충산업거점단지를 조성한다. 단지 내부에 가공시설을 구축해 사료관리법상 곤충사료제조가공업자가 프리미엄 반려동물 사료 등을 가공하고 유통하는 걸 도울 계획이다. 전북 정읍시는 2021년 민선 7기 공약사업으로 ‘반려동물 사료 생산 틈새 농업 육성’을 집행했다. 토끼·기니피그 등이 먹는 반려동물용 건식과 간식을 생산하는 농가 등 4곳에 생산용 하우스와 저온저장고를 지원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틈새시장으로서 펫푸드가 농가 판로 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만, 영세한 농가가 기반 시설을 구비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건초류 생산 증대를 위한 하우스, 원료와 생산품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저온저장고를 농가들에 지원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시민이 편의점에서 반려동물 간식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 펫푸드 기업과의 경쟁력 확보가 관건

 

다만 펫푸드 시장 성장세를 믿고 무작정 펫푸드 농업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까닭에 수입산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실이 2020년 10월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에서 수입산 비중이 65.3%를 차지했다. 펫푸드 사업에 진출했던 CJ제일제당, 빙그레 등 규모 있는 기업들도 외국 펫푸드 업체에 밀려 철수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랜 역사를 지닌 해외 펫푸드 생산업체들이 이미 반려인들과 돈독한 유대관계, 신뢰를 형성하고 있어 길어야 10년 된 우리 업체들이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 기업도 오랜 기간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 진출을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진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상곤 경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농업인들이) 펫푸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기술력이 있거나, 가격이 싸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며 “외국 업체는 오래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력 우위에 있고, 값싼 외국 농축수산물을 원료로 조달하는지라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전 교수는 “곤충 사료는 비교적 접근하기 쉽고, 해외 업체들이 잘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김용헌 인턴 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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