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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고체연료 우주 발사체 성공, 진짜 ICBM일까?

공격용이 아닌 순수한 북한 정찰 용도…향후 평화적 활용도 충분히 가능

2022.04.04(Mon) 15:18:36

[비즈한국] 1979년 처음 시작되어 지난해 5월까지 계속된 미사일 지침(Missile Guideline)의 가장 큰 제한은 장거리 미사일, 특히 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고체연료 로켓은 군용 목적은 엄격하게 그 사거리를 제한하고, 민간 용도로는 아예 원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것은 한국이 북한 공격 용도가 아닌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큰 손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체 연료가 사용된 우주 발사체. 사진=국방부 제공

 

미국의 이런 우려가 1970년대 당시에는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었다. 군축 연구자인 피터 하이에스(PeterHayes)는 1993년 보고서에서 1970년대 한국이 아틀라스 센타우르(Atlas-Centaur) ICBM의 자료를 몰래 입수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만약 이 자료 입수가 성공적이고, 독자 개발에 나섰다면 우리는 북한의 화성-15급 ICBM을 수십 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우주 개발에 나서야 했던 대한민국은 수십 년 동안 미사일 지침의 그늘에서 숨죽일 수밖에 없었으니, 이번 시험발사체 발사 성공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우주 개발 역사상 가장 큰 경사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이유는 이제 한국도 복수의 우주 발사체를 설계하고 운용할 역량을 갖춘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우주 개발과 발사체는 KARI(항공우주연구원)를 중심으로 한 액체연료 로켓 개발로 이루어져서, 나로호(KSLV-1) 및 누리호(KSLV-2)의 발사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누리호와 같이 발사 가능한 2종의 우주 발사체를 확보하고, 외나로도 우주센터에도 누리호 발사장과 고체연료 우주 발사체 발사장 2곳으로 운용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한 종류의 로켓이 발사 실패나 사고가 나더라도, 나머지 다른 한 종류의 우주 발사체가 임무를 수행하여 국가의 위성 발사능력이 언제 어느 때나 유지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토종 우주 스타트업의 출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는 둘 다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서 정부 지원을 장담하고 있고, 특히 국가 연구기관인 KARI와 ADD(국방과학연구소)의 로켓 및 우주 발사 기술을 민간에 이전한다는 스핀-온(Spin-on)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ADD가 설계하고 제작한 고체 발사체가 성공했으니, 이제 앞으로 대한민국의 우주 스타트업은 큰 추력과 정밀한 제어가 가능한 액체연료 로켓 기술뿐만 아니라, 구조가 간단하여 가성비가 있고 튼튼한 고체연료 로켓 기술도 이전받아 국제 시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이유는 독자적이고 강인한 우주 감시체계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민군 겸용 정찰위성 및 통신위성, 군 전용 통신위성들을 모두 해외 발사 로켓에 실어 우주 궤도에 보냈다. 인공위성의 핵심 기밀인 이동 궤도와 위치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유사시 적은 위성이 오는 시간을 쉽게 알아내어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고체연료 우주 발사체가 완성되는 2024년 이후에는 보안을 유지한 군용 위성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으로 중요한 시점에 신속발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중국과 러시아, 미국은 위성요격 미사일(ASAT) 개발에 성공했는데, 유사시 북한이나 적대 국가가 우리 군 위성을 ASAT 미사일로 쏘더라도 미리 위성을 실어놓은 고체연료 로켓만 있으면 빠르게 회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연구되는 최신 유행인 초저고도 위성(Super Low Altitude Satellite)과 고체연료 로켓을 조합하면 큰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다. 초저고도 위성은 일반 위성보다 훨씬 낮은 300km 고도로 지구를 도는데, 이 때문에 초소형 위성도 50cm급 영상 해상도를 가지는 우수한 성능을 낼 수 있다. 다만 이런 위성은 수명이 여러 날에서 한 달 정도에 불과하므로, 평소에는 지상에 대기했다가 전쟁이나 긴급 상황 시 준비해 둔 고체연료 발사체로 초저고도 위성 수십 기를 궤도에 얹으면, 전쟁이나 위험한 상황에서 엄청나게 정밀한 위성 영상을 24시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일부 언론이나 유튜브에서 말하는 것처럼 고체연료 우주 발사체가 사실상 ICBM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자 기술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우리 고체연료 발사체는 결코 공격 용도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우선 이번 고체연료 발사체는 위성 발사에 대한 중요 기술을 검증하기 때문에, 2단 로켓 등 몇 가지 기능이 생략되어 있다. 또한, 이 테스트 때문에 8장의 조종 날개를 가지고 있는데, 실제 미사일로 전용하려면 조종 날개를 북한 북극성-2형 미사일처럼 접는 기능이 추가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탄두를 안전하게 표적에 명중하기 위한 재돌입체(Re-entry Vehicle) 기술을 아직 연구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세계평화와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북한과 달리, ICBM과 같은 초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지도 않고, 그 어떤 핵무기 개발 및 보유를 시도하고 있지 않다. 혹자는 이번 고체연료 발사체가 알려지지 않은 고위력 탄도미사일, 일명 ‘현무-4’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근거 없는 억측일 뿐이다.

 

이번 고체연료 발사체의 성공은 단순한 로켓 발사의 성공이 아닌,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큰 전환점이자 한국의 ISR(Intelligence, Surveilla 엄청나게 발전시킬 퀀텀 점프(Quantum Jump) 혁신의 시작이다. 2024년에 예정된 고체연료 발사체의 실용화를 간절히 기대하며 개발에 노력한 연구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항공모함 발사 버전 및 개량형의 개발도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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