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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부장에 고함] 우영우 직장상사 정명석이 보여준 '라떼의 여유'

'꿈 같은 상사' 호평 쏟아지는 놀라운 관대함…솔직함과 내려놓음이 주는 인간적 신뢰감

2022.07.25(Mon) 16:29:26

[비즈한국]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장안의 화제이자 인기몰이 중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다.
 

사진=ENA드라마 ‘이상한변호사우영우’​ 화면 캡처

 

공중파도 아닌 케이블 TV에서 편성한 이 드라마는 지난 8화의 경우 전국 유료 가구 기준 13.093%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수도권 기준으로는 무려 14.97%, 거의 15%에 육박하는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 요즘 웬만한 공중파 드라마의 시청률이 10% 미만이고, 이 드라마의 1화 시청률이 0.948%였던 걸 생각하면, 실로 믿기 어려운 시청률의 변화이기도 하다.

 

놀라운 시청률의 결과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현재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 중인 이 드라마는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글로벌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해외에서는 대만과 일본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인기라는 후문인데, 이런 인기몰이 덕분일까. 미국 CNN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오징어 게임’의 뒤를 잇는 한국 히트작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청률을 담보하는 슈퍼스타급 스타 배우와 간판급 네임 밸류의 작가가 없는 이 드라마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대중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수많은 이들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캐릭터를 꼽는다. 단순히 안쓰럽게 봐야 하는 자폐 캐릭터가 아닌, 위트와 유머가 있는 캐릭터. 비슷한 부류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폐를 바라보는 사회의 왜곡된 시선이 너무나 뻔하게 묘사되는데, 우영우는 그런 현실조차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관점으로 극의 스토리를 잡아간다. 바로 이런 지점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부분이라는 평가다.
 

사진=ENA드라마 ‘이상한변호사우영우’​ 화면 캡처

 

그런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회차를 더 해가면 갈수록 주인공 우영우 캐릭터뿐만이 아닌, 우영우의 주변 캐릭터들도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우영우가 몸담은 대형 로펌 ‘한바다’의 동료 및 선배들 모두 흥미로운 캐릭터들인데, 이 중 가장 눈에 들어왔던 캐릭터는 주인공 우영우의 직속 상사인 정명석(강기영) 변호사였다.

 

1화에서 우영우의 자폐에 대한 편견을 갖고, 한바다 대표에게 우영우를 자기 팀에 영입한 것을 불편해했던 그는 무심코 던진 사건에서 우영우가 신입 변호사답지 않게 사건의 핵심을 꿰뚫자, 그간의 편견을 거두고 바로 우영우를 칭찬한다. “잘했어요. 숨겨진 쟁점을 잘 찾았어. 그리고 내가 (그 이면을 상사로서) 먼저 봤어야 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어”라는 말로 자신의 실수까지 인정한다.

 

또 3화에서는 우영우가 자폐가 있으니 변론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법정에 못 서게 하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정 변호사는 그것을 바로 대표한테 항의해 차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클라이언트가 주요 고객이기에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대표의 입장에, 그는 우영우와 함께 변론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같은 팀 팀장으로서 영우를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 이후, 스스로 자폐가 변론에 방해되는 요소라고 여겨 사표를 낸 우영우. 그런 그녀의 사표를 정명석 변호사는 바로 처리하지 않고 무단결근을 연차로 처리해 다시 한 번 상사로서 영우에게 일할 기회까지 챙겨주기도 한다. 세상에 이런 상사가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다.

 

사진=ENA드라마 ‘이상한변호사우영우’​ 화면 캡처

 

6화 또한 정명석의 관대함에 ‘관세음보살’​을 외치게 된다. 6화에서는 공익 사건의 증인으로 우영우를 비롯한 팀내 인턴 변호사들이 수십억 클라이언트를 기분 상하게 만들어 고객을 잃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사내 식당에서 동료 변호사에게 망신당한 정 변호사. 인턴들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게 되는 상황이 되자, 그는 “신입들이 사과할 일 아니야. 그깟 공익 사건, 그깟 탈북자 사건이라고는 말하지 말자. 수십억짜리 사건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자. 마저 먹어. 난 쪽팔리니까 먼저 가야 해”라고 말하며 식당을 유유히 떠난다.

 

몇 화의 에피소드만 봐도 정명석은 놀랍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상사다. 요즘 같은 현대사회에서는 말 그대로 정말 ‘꿈같은 상사’. 마치 유니콘과 같은 존재나 다름없는 캐릭터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관대함이 가능할까 싶어서 찬찬히 이 드라마를 다시 살펴봤다. 그렇게 다시 살펴보니 상사 정명석의 가장 큰 미덕은 놀랄 만큼의 솔직함과 ‘내려놓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조건 맞지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이것만 잘해도 요즘의 MZ 세대 부하직원들에게 “이런 ‘라떼’ 같은 ‘꼰대’” 소리는 듣지 않지 않을까.

 

우리 제발 그만 젠체하지 말고, 후배들을 솔직하게 칭찬할 때는 칭찬해 보자. ‘라떼’에 내가 했던 경험에 함몰되기보다 ‘라떼’부터 내가 오래 일했고 그 과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밑의 후배들의 부족함을 보듬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유. 그런 ‘라떼’의 여유를 갖는 상사. 그런 마음의 여유가 당신에게도 내게도 생기길 바라본다. ‘꿈같은 상사’ 정명석 변호사만큼은 아니어도 이 정도의 마음의 여유만 있어도 당신은 후배들에게 꽤 멋진 상사로 기억될 것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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