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방송국 놈들, 여기서 끊는다고?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흑백요리사2)’를 보고 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제작진의 ‘끊기 신공’이 전 국민을 애태우고 있을 테니까. 시즌1의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흑백요리사2’에 대한 기대감은 증폭됐는데, 그런 만큼 어느 정도 불안 요소도 있었다. 과연 같은 포맷으로 시즌1만큼의 실력자들을 섭외할 수 있을까? 긴장감은 덜하지 않을까? 그러나 ‘흑백요리사2’가 공개되자 그 불안은 쓰잘 데 없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미 나는 화요일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으니까.
‘흑백요리사2’는 백수저와 흑수저로 나뉘는 ‘요리 계급 전쟁’이란 포맷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시즌1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업그레이드시킨 점이 돋보인다. 12월 16일 공개된 1~3화에선 ‘히든 백수저’라는 설정이 재미났다. 시즌1 때 백수저로 참가했던 김도윤, 최강록 셰프가 다시 재도전하되, 1라운드는 흑수저 80인끼리의 경쟁이었는데 그 사이에서 히든 백수저가 도전하게 하여 백종원, 안성재 심사위원 두 사람 모두의 합격을 얻어야 한다는 설정. 백수저의 초반 베네핏을 제거하여 재도전을 수긍하게 만든 동시에, 히든 백수저가 합격을 받으면 1라운드를 통과하는 흑수저의 수도 한 명 더 늘리는 전략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23일 공개된 4~7화는 또 어떤가. 80명의 흑수저를 대거 축약하는 1라운드 이후 백수저와 흑수저의 1:1 대결인 2라운드를 거친 다음엔 흑백 팀전이 있을 것이란 걸 예상할 수 있다. ‘흑백요리사2’에선 이 팀전에 변화를 줬다. 먼저 팀전에 등장하는 백수저와 흑수저의 숫자를 인위적으로 맞추지 않았다. 시즌1에선 심사위원들의 슈퍼패스로 흑수저 ‘중식여신’과 ‘만찢남’이 올라와 팀전에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이 일부러 흑백 숫자를 맞추려 하진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흑백 수가 동일하게 맞춰졌기에, 제작진의 입김이 살짝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팀전에 올라가는 백수저가 10명, 흑수저가 9명이었음에도 심사위원들이 패자부활자로 꼽은 이는 백수저의 선재스님과 정호영 셰프. 숫자가 맞지 않는 대신 팀전은 7인, 5인, 3인이 참여하는 3번의 요리 대결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가면을 쓴 100인의 심사위원의 압도적 면모는 여전한 가운데, 마지막 에이스 3인끼리의 대결에선 특별 심사위원으로 시즌1 참가 셰프들을 초빙해 반가움을 안겼고.
1~3화만 해도 시즌1과 비교했을 때 참가 셰프들의 캐릭터 면면은 좀 덜 재미있지 않나 했다. 그 또한 역시 하등 쓰잘 데 없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시즌1을 하드캐리했던 최현석 셰프는 여전히 대체불가한 존재이긴 하나, 시즌2의 손종원 셰프는 그와는 또 다른 매력을 부각하며 방송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흑백요리사2’의 재미는 인기 요리 예능인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냉부)’와의 묘한 접점과 시너지 효과에 있다. ‘흑백요리사2’에는 손종원, 정호영, 샘 킴 3인방은 물론 최강록과 ‘냉부’ 원조 멤버 중 하나인 레이먼 킴 셰프를 출연시켜 그들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러면서 ‘냉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
흑백 1:1 대결에서 손종원이 도전자에게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막으실 수 있으시겠어요?”라는 멘트를 던질 때 나만 감탄했나? 여기에 ‘냉부’에서 손종원과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는 김풍이 저 장면의 캡처 사진을 SNS에 올리며 “니놈 막지못스 카이종원 쏘제 파이팅!”이라고 글을 올렸을 때 세간의 뜨거운 반응은 번외의 재미 요소.
존경스러운 셰프들을 새로이 알게 되는 즐거움은 여전했다. ‘산이 깎여도 산이지’라는 반응을 얻었던 시즌1의 여경래 셰프를 떠올리게 하는 후덕죽 셰프나 박효남 셰프를 보다 보면 나이는 이미 어른이지만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재스님의 명성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수행자의 마음으로 요리에 접근하는 그 모습은 감탄스러웠다. 1:1 대결에서 자처해서 선재스님과 같은 조건으로 요리한 ‘뉴욕으로 간 돼지곰탕’의 자세도 멋있었고.
사제 대결도 놓칠 수 없는데, 미쉐린 2스타 ‘스와니예’를 이끄는 이준 셰프와 그 밑에서 수셰프로 일했던 ‘삐딱한 천재’의 메추리 대결은 여러 모로 생각할 여지를 줬다. “제자한테 지는 건 좋은 거야”라고 말했던 이준 셰프가 제자와 대결할 때, 진심으로 제자가 잘해서 기쁘다면서도 동시에 자신도 이기고 싶다고 하는 솔직함이 인상적이었다. 박효남 셰프의 대인배 면모도 좋지만, 아직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아 하는 승부사의 근성도 좋았거든. 패배했을 때 자신의 접근법이 너무 보수적이었나 돌이켜보는 빠른 인정과 반성도 돋보였다. 이렇듯 요리 서바이벌 예능을 보면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 성찰을 주는 게 ‘흑백요리사’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식재료에 대한 진지한 접근도 ‘흑백요리사2’의 집중 요소. 의령 메추리, 창원 미더덕, 원주 우설, 파주 청국장처럼 평소 접하기 어렵거나 주재료로 맛을 내기 어려운 재료들을 갖고 난다 긴다 하는 셰프들이 고심하며 창의적인 접근을 하는 과정을 보면서 시청자도 덩달아 그간 접했던 식재료와 요리에 대해 곱씹어보는 재미가 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하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 있을까(여전히 1년째 ‘만찢남’ 레스토랑 예약에 실패 중이다ㅠㅠ)? 방구석에서 ‘흑백요리사2’만 보고 있어도 여느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정식을 음미하는 느낌이 충만하니까. 아, 물론 무엇이든 음식과 함께하는 건 필수! 공복에 ‘흑백요리사’를 보는 건 명백한 자기학대입니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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