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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부장에 고함] '오라면 오는 만만한 친구' 엄정화의 진정한 가치

정말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는 소중함…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일까

2022.06.30(Thu) 16:21:31

[비즈한국] 지난 2월 파일럿 방송만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어 본방송을 시작한 ‘서울체크인’의 주인공은 이효리다. 제주댁 이효리가 서울에 오면 어디서 자고 누굴 만나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서다. 그러니까 이효리의, 이효리를 위한, 이효리에 의한 예능이 분명하다.

 

사진=TVING ‘서울체크인’ 캡처

 

그런데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인 효리만큼 이 프로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주연급 조연이 있다. 효리의 서울 친구, 엄정화다. 그녀가 이토록 뻔질나게 ‘서울체크인’에 얼굴을 보이는 사연은 대체 뭘까? 그 사연은 ‘서울체크인’ 9편에서 소개가 된다.

 

‘서울체크인’의 9편에서는 엄정화와 함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주인공인 배우 이정은, 이효리가 함께 하는 자리가 펼쳐진다. 알고 보니 배우 이정은은 이효리가 출연한 첫 드라마 ‘세잎클로버’의 연기 선생님이었던 것. 이효리는 20여 년 전 드라마 출연 후 이정은과 처음 만나는 자리였기에 조금 어색할 수 있는 기운을 걱정했나 보다. 그래서 당시 방영 중이던 드라마 속에서 절친으로 출연한 엄정화를 그 자리에 함께 초대한 것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엄정화가 연기한 미란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본인이 마치 힘든 일을 겪은 것처럼 연기해 제주도의 은희(배우 이정은)를 한걸음에 달려오게 만든 속없는 친구로 등장한다. 은희가 친구들과의 자리에 등장하자 미란은 깔깔깔 웃으며 “얘는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제일 만만한 친구”라며 친구들에게 은희를 소개한다. 순간 미란의 웃음과는 상반된 어두운 표정을 짓는 은희는, 미란의 말에 마음에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입는다.

 

사진=TVING ‘서울체크인’ 캡처

 

재밌는 건 현실 속의 엄정화는 미란과 정반대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서울체크인’에서 유독 엄정화를 자주 찾은 이효리는 엄정화에 대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만만한 언니”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이효리는 보고 싶을 때도 엄정화를 찾지만, 단둘이 만나기 어색한 사람을 만날 때나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을 만날 때도 뻔질나게 정화 언니를 찾는다. 

 

그럴 때마다 엄정화는 기꺼이 토 달지 않고 그 자리에 나와 어색한 사람들 사이에 온기를 넣어준다. 들러리 세우지 말라고 눈치를 주는 법도 없고, 더 이상 부르지 말라고 앙탈을 떨지도 않는다. 그녀는 말하자면 효리에게 ‘기꺼이 들러리가 되어주는 친구’다. 

 

누구나 쉬워 보이는 게 싫고 ‘만만한 친구’로 불리는 것을 꺼리고 저어하는 시대에, 유명인인 엄정화가 만만한 친구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는 지점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심지어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오라면 오지만, 가라고 하면 서운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상황으로 뒤바꿔 생각해 보면,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기는 사람. 그게 엄정화다. 

 

사진=TIVING ‘서울체크인’ 캡처


속된 말로 ‘만만함’을 자처하는 엄정화를 보고 이런 친구야말로 세상에 더 없는 소중한 친구가 아닐까 싶었다. 쉬운 게 아니라, 언제나 부를 수 있고, 그걸 인정해 주는 친구라면 얼마나 멋지고 든든한가. ‘서울체크인’에서 이효리가 엄정화를 두고 웃으며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지 않는 만만한 언니”라고 말하는 마음의 중심에는 그렇게 한달음에 따뜻한 에너지를 품고 오는 엄정화를 향한 고마움도 보여서 참으로 보기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라면 오는’ 행위는 쉬운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주는 친구의 다른 의미로도 읽힌다. 당신에게는 오라면 오는, 기꺼이 들러리 서주는 친구가 있는가? 반대로 당신은 친구들에게 그런 존재인가? 이 기회에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아끼는 사람에 대한 진심의 표현은 내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기도 하니까.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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