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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내건 전 정부,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 붕괴 역설 현주소

중국 저가 물량 공세에 국내 대기업 대부분 철수, 한화솔루션·OCI만 명맥 유지

2022.08.26(Fri) 12:28:46

[비즈한국] 탈원전을 내건 문재인 전 정부가 태양광 산업 집중 육성에 나섰지만 국내 산업 생태계는 붕괴되며 일부 대기업만 명맥 유지 수준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세계 태양광 산업 밸류 체인(가치사슬) 전 단계를 독점하는 양상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태양광 산업에서 손을 떼거나 고사하면서 사실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OCI 정도만 남았다. 이러는 사이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내 태양광 중소기업들은 단순 조립 수준 업체로 전락했다. 

 

올 7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세계 태양에너지 엑스포’ 현장. 사진=박정훈 기자


태양광 산업 가치사슬은 크게 폴리실리콘(규소를 주원료로 하는 태양전지 기초소재), 잉곳(폴리실리콘을 주조한 덩어리), 웨이퍼(잉곳을 얇게 자른 판), 셀(웨이퍼에 회로를 새긴 태양전지), 모듈(태양전지를 모아 놓은 패널)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중국은 이러한 태양광 가치사슬 전 단계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특히 잉곳·웨이퍼는 중국 점유율이 95% 이상이고, 이 중 웨이퍼는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 10개사가 모두 중국 기업이다. 

 

국내 태양광 대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를 기술력으로 대응해왔지만 중국 업체들이 기술 투자로 격차를 줄여가는 사이 사업에서 철수했다. 

 

태양전지 기초소재인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더 이상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OCI는 2020년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접었다.  같은 해 한화솔루션도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었다. 한국실리콘은 ​이보다 앞서 ​2018년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 OCI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대기업도 없다. 국내 마지막 잉곳·웨이퍼 전문 제조업체였던 웅진에너지는 경영 악화로 회생절차를 밟다 지난 7월 말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파산한 웅진에너지에게 남은 절차는 오는 9월 채권자 신고와 10월 채권자 집회뿐이다. 웅진에너지 이전 이미 SK실트론과 SKC솔믹스 등이 잉곳, 웨이퍼 사업에서 철수했다. OCI의 계열사 넥솔론은 2018년 파산했다. 

 

태양광 모듈(패널)과 관련해 LG전자는 올 상반기를 끝으로 전면 철수했다. LG전자는 2010년 태양광사업을 시작해 그간 북미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LG전자 측은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노력했지만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태양광사업을 종료했다”고 강조했다. 

 

지속되는 적자에도 태양광 모듈사업을 강화화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북미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지난해 미국 주거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24.1%로 4년 연속 1위, 미국 상업용 모듈 시장에서는 20.6%의 점유율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에게 시장 여건은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바이든 정부는 16일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가치사슬에서 비중국 공급망 강화를 선포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태양광 제품에 세금을 돌려주는 내용이 포함된 ‘더 나은 재건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강한 의지를 갖고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 환경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 업체 프레세던스리서치는 전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가 2021년 1972억 달러에서 2030년 3686억 달러로 87%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장 성장 과실이 대부분 ​중국으로 ​가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중국 정부는 자국 태양광 기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5% 줄이겠다는 3065목표를 발표하며 기업들의 태양광 투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태양광 생산 전기를 석탄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보다 50~100%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실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태양광 가치사슬을 중국이 장악하면서 국내 태양광 기업들의 위기가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조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태양광 비용과 제조부문의 공급망 리스크’ 보고서에서 “중국 태양광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가 기존 폴리실리콘계 중심의 태양광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은 국내 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유무기 화합물로 태양전지를 생산해 기존 실리콘계와는 가치사슬이 다른 페로브스카이트 등의 차세대 태양광 발전기술로의 전환을 통해 실리콘계열을 벗어나는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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