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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전월세 갱신청구권 안 쓴 세입자가 의도한 것은?

2년 후 상승률 더 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현재 조정 가격도 2년 전보단 높다는 것 알아둬야

2022.10.11(Tue) 10:48:46

[비즈한국]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국회의원이 2021년 6월부터 2022 8월까지 신고된 서울 전·월세 계약(72만 4161건)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전월세를 재계약한 세입자 2명 중 1명 비율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보장된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 기간 전체 전·월세 계약 건수 중 신규계약은 75%, 갱신계약은 25%로 집계됐다고 한다. 갱신계약(재계약) 18만 1134건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거래는 10만 269건으로 약 55%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앞 부동산중개소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 건수 중 82.7%는 전월세를 상한선인 5% 수준으로 올려 재계약했고, 같은 금액으로 재계약한 건수는 10.4%이라고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전월세 가격 인상률이 기존 계약 대비 5%이내로 제한된다. 이를 전월세상한제라고 한다.

 

하지만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하면 5% 인상률을 초과해 재계약을 진행할 수도 있다. 전체 재계약 중 세입자가 전세월상한제를 따르지 않고 5% 이상 오른 시세로 계약한 거래비율이 19.5%로 나타났다. 재계약 5 건 중 1건은 5% 이상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기사 내용을 보면 월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은 2021년 6월 13.0%에서 12월 20.9%로 높아졌고 2022년 7월 23.7%로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특히 아파트 전세 계약에서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사용 비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마도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보도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포인트가 있다. 과연 임대차 2법 때문에 현재 부동산 시장의 임대차 가격이 안정화되었냐는 것이다. 이 칼럼을 끝까지 정독한 뒤 스스로 판단해보길 바란다.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보자. 

 

첫 번째, 재계약한 세대가 임대차 2법을 왜 따랐을까? 이건 답을 누구나 정확히 알 수 있는데, 기사에서도 이 자료를 발표한 국회의원도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임대차 2법을 지킨 이유는 하나다. 이전 계약 때보다 전세 혹은 월세 시세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상승했을까? 당연히 5%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1년 7월 재계약한 세대는 2019년 7월 시세와 비교하면 되고, 2022년 7월 재계약을 한 세대는 2020년 7월 시세와 비교하면 된다. 재계약 시점에 2년 전 가격보다 5% 이상 오른 세대가 무려 55%라는 것이다. 

 

​두 번째, 재계약한 세대 중 19.5%는 임대차 2법을 따르지 않고 5% 이상 임차 보증금을 올려주었다. 왜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를 활용하지 않고 시세대로 임차 비용을 더 올려줬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부동산 임대차 경험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 답부터 말하지만 다음 재계약 때 임대차 2법을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즉 이 계약의 의미는 지금보다 2년 후에 전월세 시세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세입자들이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에 침체돼 대부분의 지역이 조정되고 있는데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냐고? 당연히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입주 물량이 몰려 현재 전세가가 약세인데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시장이 될 경우, 특히 인기가 많은 아파트의 경우는 전세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초역세권이나 초인기 학군지 아파트들이 그 예다. 

 

두 가지 질문의 답변으로 현재 시장을 정리해보자. 현재 전세시세가 조정되고 있나? 대부분 지역이 조정되고 있다. 왜 조정되고 있을까? 2021년 시세가 필요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1년 폭등 가격과 비교하면 당연히 지금 시세는 조정되는 것이 정상이다. 

 

게다가 지금 전세 재계약들은 2021년 시세와 비교하면 안 된다. 주거 전세 계약의 경우 계약 기간이 통상적으로 2년 주기이므로, 2022년 재계약자라면 2021년이 아니라 2020년 시세와 비교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세 시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왜냐하면 대부분 지역이 2021년 시세보다 조정됐지만 2020년 시세와 대비해서는 상승한 지역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문제가 더 큰 세대도 있다. 임대차 2법은 2020년 8월부터 실시됐다. 만약 2020년에 임대차 2법을 사용했다면 그 전 계약 시점은 2018년이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냐면, 4년 전 시세보다 현재 전세 시세가 빠진 지역은 거의 없고 대부분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이 경우는 대부분 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보증금을 추가로 올려주지 않고 월세를 추가하는 반전세 형태로 재계약을 하게 된다. 

 

지금 전세 거래량이 거의 없다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세 시세가 하락했다면 거래량이 감소했을 리 없다. 지금은 전세 시세를 낮추지 않으려는 임대인과 전세 시세 조정을 기다리는 임차인의 신경전이 있는 시기다. 그래서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다. 

 

향후 전세 시세가 하락할 수도 있고, 상승할 수도 있다. 역전세가 날 지역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전세 시세가 낮지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 시세가 조정될 수밖에 없는 곳으로 수요가 이동할 것이다. 그곳의 전세는 객관적인 기준으로도 저렴할 테니까.

 

전세 시장은 지역에 따라 상품에 따라 한동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안정적인 임대 물건 확보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임대차 2법은 폐지하고, 문재인 정부 초기에 실시했던 민간임대사업자제도가 부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 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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