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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현 기소에 비덴트서 발 빼는 초록뱀, 시장에 미칠 파장은?

초록뱀, 비덴트 CB 회수 움직임, 수사 '유탄' 맞은 기업도…빗썸은 무죄 판정받은 이정훈 전 의장 품으로

2023.02.10(Fri) 11:32:44

[비즈한국] 지난 2일 빗썸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졌던 강종현 씨가 관계사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10월 강지연 이니셜 대표와 오빠 강 씨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한 지 넉 달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종현 씨는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에서 회삿돈을 빼돌리고 주가조작과 전환사채(CB) 발행 등에 관여해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대중의 관심을 받은 강 씨의 구속으로 여러 관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름에 따라 빗썸과 초록뱀, 비덴트 관계사 등에서도 여러 변화가 읽힌다.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사업가 강종현 씨가 지난 2월 1일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 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며 의외의 지점에서 개미투자자에게 어려움을 안기기도 했다. 비덴트와 연관된 뉴지랩파마 얘기다. 

 

뉴지랩파마는 지난 1월 27일 대주주 K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해 반토막이 됐다. K 씨는 당시 비덴트와 관련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K 씨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가 뉴지랩파마의 실소유주라는 풍문이 돌면서,​ 경영권 변경이 발생하거나 대주주 보유 물량이 출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사망 당일인 1월 27일 종가 기준 1만 1620원이던 주가는 지난 8일 종가 기준 4640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뉴지랩파마는 올해 가장 큰 낙폭을 보인 코스닥 상장사가 됐다. ​

 

뉴지랩파마와 비덴트의 연결고리는 ‘빗썸라이브’​다. 뉴지랩파마는 지난 2022년 1월 이니셜이 발행한 전환사채 120억 원을 취득하고, 이니셜과 빗썸라이브를 통한 라이브커머스 제품 유통 등의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니셜은 강지연 대표가 지분 70%를 보유했으며 비덴트 지배구조(비덴트→인바이오젠→버킷스튜디오→이니셜1호투자조합→이니셜)의 최상단에 자리한다. 빗썸라이브를 운영하며 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여러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했다. 

 

‘빗썸라이브’는 상호에 빗썸이 들어가지만 사실상 강 대표가 주도권을 쥔 비덴트의 사업이었다. 빗썸은 자체적으로 ‘빗썸메타’를 통해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며 빗썸라이브와 선을 그었다. 각 법인의 주소지 또한 각각 이니셜타워, 빗썸홀딩스에 위치한다. 빗썸을 둘러싼 강 대표와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의 갈등을 엿볼 수 있는 신사업이었다.

 

그러나 최근 빗썸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부터 변화의 조짐을 보이던 강 대표와 이 전 의장의 힘겨루기가 최근 검찰 수사와 판결로 이 전 의장 쪽으로 기운 것. 강종현 씨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2022년 9월 30일 ​강지연 이니셜 대표는 ​빗썸코리아와 빗썸홀딩스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반면 이정훈 전 의장은 사법 리스크를 해소했다. 1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경영권 행사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지난 1월 3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비덴트가 빗썸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서, 비덴트의 우호세력이던 초록뱀그룹의 엑시트(투자 회수)가 더욱 빨라졌다. 비덴트의 빗썸 지분 매각 시도가 불발된 데다, 강 씨에 대한 수사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탓이다. 초록뱀그룹은 과거 비덴트에 1000억 원이 넘게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며 빗썸 매각 소식이 나올 때마다 주목을 받았다. 비덴트의 인수 시도 배후에 초록뱀그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재욱 대표가 이끌던 시절부터 초록뱀그룹이 비덴트를 ​쭉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

 

1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가운데)이 지난 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이 전 의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초록뱀그룹은 비덴트에서 엑시트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2022년 10월 초록뱀컴퍼니와 초록뱀 블록체인 신기술조합 2호가 보유한 전환사채권 전량을 처분한 데 이어 올 1월에도 초록뱀컴퍼니가 보유 중이던 비덴트 전환우선주를 대량 매도했다. 지난 1월 17일 비덴트 공시에 따르면 초록뱀컴퍼니는 1월 두 차례 전환우선주 전환청구권을 행사하고 비덴트 주식 320만 주 가운데 절반인 160만 주를 매도했다. 

 

초록뱀그룹 관계자는 “전환사채 계약서상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회수를 요청할 수 있어 현재 일부를 상환 받았고, 계속 상환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비덴트 쪽 내부 자금 사정에 따라 한 번에 상환을 받을 수 없어 현재 회수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초록뱀그룹은 당분간 신규 투자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초록뱀그룹과 비덴트의 합작사 ‘메타커머스’​에 대한 협업도 중단됐다. ​비덴트와 초록뱀미디어는 지난 2022년 1월 합작법인 ‘초록뱀 메타커머스 신기술조합 3호’를 설립했다. 초록뱀그룹 등에서 제작한 방송에 노출된 PPL 상품을 빗썸라이브에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버킷스튜디오가 지분 77.8%를, 초록뱀미디어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는 공동 출자 형태였으나 현재 비덴트가 지분 99.9%를 보유 중이다. ​

 

초록뱀그룹이 잠행에 들어갔지만 시장에서는 양 사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두 기업 간 동맹의 키를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쥐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강종현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초록뱀그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원 회장이 그간 무자본 M&A 과정에서 발행되는 전환사채에 투자해 이익을 얻었던 만큼, 원 회장과 초록뱀그룹이 회수에 집중하는 상장사들이 앞서 뉴지랩파마 사례처럼 뜻밖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스튜디오산타클로스다. 초록뱀그룹과 비덴트의 공동 인수 시도 이후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초록뱀미디어의 자회사 스카이이앤엠이 지분 99.68%를 출자한 ‘초록뱀신기술조합6호’는 ​2022년 8월 기존 최대주주인 에스엘바이오닉스 지분을 양도 받아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최대주주가 될 계획이었다. 버킷스튜디오는 ‘변경 예정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강종현 씨에 대한 의혹과 양 사의 동맹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공동 인수는 무산됐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2022년 9월 16일 공시를 통해 주식양수도계약 해제를 알렸다. 

 

​초록뱀그룹과 비덴트가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공동 인수를 시도했던 배경에는 과거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 일가와 초록뱀그룹의 이브이첨단소재 투자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브이첨단소재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손자회사다. 두 상장사는 ‘에스엘바이오-스튜디오산타-넥스턴바이오-이브이첨단소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연결된다. 이브이첨단소재에는 원 회장 외에도 무자본 M&A 세력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투자해 시장의 의심을 사고 있다. 이들은 조합 형태로 비덴트 관계사인 인바이오젠 전환사채도 인수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초록뱀 관계자는 “초록뱀그룹은 2020년 10월 이브이첨단소재 전환사채에 투자했으나 2021년 전환기일이 도래해 2022년 4월 모두 엑시트했다”며 “당시의 투자가 이후 스튜디오산타클로스를 인수하려 했던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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