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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흑표 능가하는 K3 차기 전차가 넘어야 할 세 가지 장벽

3km 이내 최고 수준 공격과 방어 구현이 목표…드론 활용한 철저한 방어체계 갖춰야

2023.07.24(Mon) 10:44:24

[비즈한국] 세계 최고의 3.5세대 전차 중 하나인 K2 ‘흑표’(Black Panther) 전차의 시제 차량이 등장한 지 벌써 18년이 지났다. 그동안 흑표 전차는 국산 파워팩의 개발 지연으로 인한 양산물량 축소, 전차 예산에 대한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 등 그 성능에 걸맞지 않은 많은 시련을 겪었어야 했으나, 터키의 차기 전차 알타이(Altay)에 기술 및 부품 수출을 시작으로 900대가 넘는 막대한 K2GF 전차 및 K2PL전차를 수출하는 데 성공하여 명실상부한 ‘한국 방위산업 최강 수출품’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이런 긴 고난 끝에 온 소중한 성과를 바탕으로, 군과 방위산업, 그리고 국방과학연구소는 일명 ‘K3’로 불리는 차기 전차의 본격 개발을 추진 중이다. 차기 전차의 개념 모델이 등장한 지는 몇 년 되었으나, 그동안 연구되던 차기 전차는 아주 대략적인 개념 모델과 외형 디자인에 충실한 수준이었으나, 이제 본격적으로 내부 구성품과 무장, 목표 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잡아가는 단계로 보인다.

 

K3 차기전차의 상상도. 일러스트=최재혁(DeathPig)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 군사과학 기술학회 종합 학술대회를 비롯하여 최근 공개석상에서 발표되는 차기 전차 K3의 대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현재 존재하는 그 어떤 전차라도 3km 이내에서 전차 주포의 직사 사격으로 격파할 수 있으면서, 반대로 3km 이내에서 현재 존재하는 그 어떤 전차의 주포 공격도 방어하는 방어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 K3 전차는 현재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 AG)이 개발 중인 130mm 활강포를 탑재한다. 130mm 활강포는 현재 K2전차의 120mm 활강포보다 50% 이상 관통력이 높아지며, 이를 통해 러시아의 최신형 T-14 아르마타(Armata) 등 현존 모든 전차를 원거리 직사 사격으로 격파할 수 있다.

 

그런데 K3 전차는 미래의 위협을 자신이 장착할 이 130mm 활강포로 가정하고 있어, 120mm 전차 포탄을 막아내는 K2전차 대비 방어력을 50% 이상 증가할 필요성이 있었다. 55톤인 K2 전차의 방어력을 50% 늘리기 위해 추가 장갑을 장착한다면 전차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둔중한 기동력으로 제대로 작전할 수 없으므로, K3 전차는 세 가지의 새로운 방어 개념을 도입했다.

 

첫 번째는 무인 포탑이다. K1전차는 3명의 승무원 중 2명이 포탑에 탑승하는데, K3 전차는 포탑에 사람을 없앤 무인 포탑을 설치한다. 무인 포탑을 가진 전차는 1980년대부터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계속 연구되었으나, 전자기술의 부족으로 수십 년 동안 실현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T-14 아르마타가 최초로 주력전차(MBT)에 무인 포탑을 도입한 후, 미국이 에이브럼스 X(Abrams X) 실험용 전차를 선보이는 등 서서히 무인 포탑 전차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포탑에 사람이 없으니 같은 중량으로 더 강한 장갑을 포탑에 부여하거나, 아예 포탑에 장갑을 없애서 차체 방어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캡슐형 전투실’이다. 포탑과 차체에 나뉘어 있는 승무원 탑승 공간을 차체로 모아서 하나의 구역에 모든 승무원을 모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좁은 공간에 집중적으로 방어 장갑을 둘러서 무게 대비 방어력 효율을 올릴 수 있다.

 

마지막 개념은 능동 방어체계 APS(Active Protection System)이다. 이미 K2 전차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이 완료된 능동 방어체계는 포탄, 대전차 로켓,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요격탄을 자동으로 발사하는 것인데,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APS는 파괴 시 주변 파편 피해가 커서 실제 장착되지는 못했다. K3에 장착될 APS는 주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탄두와 발전된 탐지체계를 갖춘 더 발전된 APS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K3 전차는 K2 흑표 전차를 능가하는 공격력, 방어력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혁신적 기술이 투입된다. 대규모 자동화 기능과 조종 장비의 발전을 통해서 유사시 어느 정도 무인 운용이 가능하고, 360도 전 방향 감시 카메라는 증강현실(AR) 기술과 접속되어 승무원들은 전차 모든 방향의 시야를 확보하면서 작전할 수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적용하여 연료 효율은 물론 초 저소음 주행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K3가 기존 K2와 크게 다른 점은 비 가시선(Non Line-of-sight) 전투 능력이다. 드론과 장거리 미사일, 혹은 자폭 드론을 전차에 장착하여, 전차포의 사거리를 넘어서는 원거리의 적을 탐지하고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렇게 K3 전차의 목표 성능을 정리하다 보면 마치 K3가 미래전에서도 아무 걱정이 없는 ‘무적의 주력전차’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2023년 오늘날의 전쟁은 미래 전차가 아무리 좋은 무기와 장갑을 갖춰도 전투 중 쉽게 위험에 빠지거나, 파괴될 수 있다. 특히 러시아는 그들이 자랑하는 최신예 전차 T-14 아르마타의 투입을 섣불리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와 달리 전차가 무조건 ‘세고’, ‘맷집이 좋으면’ 지상전의 왕자가 되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3가 미래전에서 차기 주력전차로 인정받기 위해 이겨내야 할 장애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로 생각해 볼 것은 ‘전투 지속능력의 장벽’이다. 최신 무기들은 날이 갈수록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어 위력과 치명성이 증가하지만, 동시에 복잡하고 섬세한 장비들이 많아지고, 한 번에 탑재하는 장비도 줄어들었다. K3의 주 무장인 130mm 포는 1m 이상의 강판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반대로 기존 120mm 활강포보다 훨씬 탄약의 크기가 커서 탑재할 수 있는 탄약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거기다가, 전차 포탑뿐만 아니라 정찰 드론, 장거리 미사일도 같이 탑재하여 기존 전차보다 더 잦은 재보급이 필요한 문제가 있다.

 

두 번째 장벽은 ‘스텔스 기술 한계’의 장벽이다. 현대전의 핵심 무기 중 하나인 5세대 전투기는 적 레이더파에 잘 잡히지 않는 ‘스텔스’(Stealth) 기술을 적용하여 구형 전투기와의 교전에서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5세대 전투기의 가격은 기존 4세대 전투기보다 훨씬 비싸졌지만, 이 스텔스 기술의 우위를 활용하여 미래 전쟁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는 추세이다.

 

반면 전차의 경우 투자를 아무리 많이 해도 스텔스가 그리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땅에서 움직이니 소음이 발생하고, 레이더보다 사람의 눈과 적외선 카메라를 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표적 수십 km 밖에서 떨어진 곳에서 비행하는 전투기와 달리 전차는 가시선(Line-of-sight)에서 전투하는 것이 기본이라, 수십 톤의 무게를 가진 전차가 몰래 숨어서 적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 드론이나 미사일만 전차에 장착하면 더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 전차 외의 다른 차량이나 헬기가 더 적합할 것이다. ‘전차여야만 하는 이유’가 부족한 것이다.

 

마지막 장벽은 ‘능동 방어의 장벽’이다. 전차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과 포탄을 요격한다는 능동 방어 개념은 기술 한계에 다다른 전차 장갑 방어 기술을 대신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신기술이지만, 여러 한계점 때문에 우리 군의 전차에 도입을 추진하다가 중단되는 사례가 있었다. 가장 처음 만든 국산 능동 방어체계의 경우 성능이 우수했지만, 전차 주변에 파편 피해가 너무 심해져서 보병과 같이 작전하는 전차의 기본 작전개념을 수행할 수가 없었고, 최근 추진 중인 폴란드 수출형 K2 흑표 전차는 파편 피해가 훨씬 작은 신형 탄두를 사용했지만, 이 역시 완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능동 방어시스템의 요격탄 부족 문제, 발사 범위 문제도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과거 개발한 국산 능동 방어시스템의 요격탄은 4발이고, 폴란드 수출형 K2에는 2발의 요격탄과 2발의 예비 탄을 가지고 다닌다. 최신 대전차 미사일들이 다탄두, 혹은 기만 탄두 등을 사용하거나, 동시에 여러 곳에서 공격이 오는 경우 대응이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K3 전차가 이런 ‘미래 전차의 세 가지 장벽’을 이겨낼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세계 방위산업체들이 연구 중이거나, 혹은 현실적으로 개발이 가능한 몇 가지 기술을 적용한다면 해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130mm 주포에서 발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및 정찰 드론 개발을 준비해야 한다. T-14의 경우 미래형 전차로 주목받지만, 장거리 공격 및 탐지 수단이 없고, 독일 라인메탈사가 개발한 KF51 판터(Panther)에는 장거리 공격 드론을 4기 탑재하지만, 그 대가로 거대한 포탑에도 불구하고 탄약 적재량이 기존 전차보다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적절한 탑재량을 갖추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130mm 주포에서 장거리 공격 및 정찰 드론을 발사하고, 전차 포탄과 다기능 드론을 같은 자동장전 장치에 탑재하는 것이 공간 활용과 작전 유연성 측면에서 가장 좋다.

 

실제로 120mm 전차포용 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이탈리아의 경우 130mm 주포보다 훨씬 작은 76mm 주포 발사형 정찰 드론까지 이미 실증한 상태이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개발 중인 소형 다목적 무인기 등 국내에서 몇 가지 소형 정찰 및 공격 드론들이 개발 중인데, 이들 기술을 활용하면 130mm 주포에서 발사할 수 있으면서, 30~40km 밖의 적을 정찰하거나 타격하는 무인 드론 개발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둘째, 쿼드콥터 드론보다 우수한 체공능력을 가진 소형 드론을 운용해야 한다. 현재 K3 전차의 정찰 드론으로는 수직이착륙(VTOL) 기능을 갖춘 전기추진식 드론을 장비할 예정인데, 미래전의 위협으로부터 전차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넓은 지역을 떠 있는 드론의 비행 능력이 필수적이다. 전차라는 좁은 장소에서 운용할 드론이 이런 조건을 만족하긴 쉽지 않지만, 기존 쿼드콥터형 드론보다 우수한 체공능력을 가지면서도, 수직이착륙 기능을 갖춘 미래형 드론 비행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능동 방어와 수동 방어가 동시 지원되는 미래형 자체 방어체계를 연구해야 한다. 현재 능동 방어시스템의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다 영역 연막탄(Multispectral smoke)를 사용하는 수동방어 시스템을 사용하면, 능동 방어시스템이 적 포탄이나 미사일을 탐지하는 탐지 센서도 작동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적외선 및 밀리미터파 레이더를 사용하는 현재의 능동 방어시스템 탐지 센서 대신 신개념 센서를 도입하고, 연막탄의 연막 확산 범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방식으로 동시 운용이 가능하다면 미래형 전차는 그야말로 ‘지상의 이지스함’ 같은 지상전의 왕자로 미래전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K3 차기 전차는 곧 정부의 투자와 탐색 개발이 추진되며, 2025년에서 2030년 사이에 체계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다. 몇 년 남지 않은 ‘마지막 준비기간’ 동안 방위산업계와 국방과학연구소, 육군이 K3 전차에 필요한 기반 기술과 작전개념을 잘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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