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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29년 전 LG트윈스 우승 때 주식을 샀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10배 올랐지만 기다린 시간 대비 '아쉬움'…투자 수익보다 더욱 커다란 삶의 기쁨 선사

2023.11.14(Tue) 10:35:29

[비즈한국] 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시간이 날 때면 동대문 서울운동장을 찾았다. 야구를 워낙 좋아했던 아버지는 시합이 있는 날이면 야구장에서 아들과 신나게 야구를 관람했다. 동대문 야구장이 있던 자리에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가 자리를 잡았지만, 즐거웠던 아버지와의 야구 관람은 아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이후 아들은 LG트윈스 어린이회원에 자연스레 가입했다. 없는 형편이었지만, 아버지는 1994년 LG트윈스 우승을 계기로 아들에게 어린이회원을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아들은 어린이회원 상징이나 다름없는 빨간색 점퍼를 매일 입고 학교에 신바람 나게 등교했다. 야구는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이자 꿈이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한국시리즈 우승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BO 중계화면 캡처

 

시간이 흘러 LG트윈스가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6대 2로 승리하며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오늘의 승리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LG트윈스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함께 일궈낸 값진 승리”라고 말했다. 29년의 시간 동안 야구장을 누비던 선수는 감독이 되고, 꼬마 팬이었던 아들은 중년이 됐다. 빨간색 점퍼와 싸인볼이 아들에게는 아버지의 유산처럼 남았다.

 

29년을 기다린 것은 LG 계열사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LG 계열사들은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기념한 프로모션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제품,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할인 이벤트를, LG유플러스는 통화·문자 등 무료 제공 이벤트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LG트윈스 우승 날은 ‘LG 계열사들 매출 올리는 날’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왔다.

 

구단 금고에 보관된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도 29년 만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고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8년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지급하라”며 당시 80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했지만, 지금까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또 아와모리 소주는 1994년 우승 축승회에서 LG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축배를 든 술이다. 구 선대회장은 당시 “내년에도 우승하면 이 술로 다시 건배하자”고 했지만, 오랫동안 축배를 들지 못했다.

 

그렇다면 만약 29년 전, 아버지가 아들에게 어린이회원 가입 대신 LG트윈스의 모기업인 LG 주식을 사줬다면 어떻게 됐을까. 기다림 끝에 낙이 왔을까. 한국시리즈 우승 날인 1994년 10월 23일 이후 처음 개장한 10월 24일 LG 주가는 9882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1만원대를 찍기도 했지만, 결국 시가인 9966원보다 낮게 장을 마쳤다. 당시 우승도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LG는 13일에는 0.62% 오른 8만 1800원으로 마감했다. 29년 전부터 LG 주식을 갖고 있었다면 단순히 주가만 비교하더라도 10배 오른 수익을 냈겠지만, 기다리는 시간 대비 만족스러운 결과로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도 최근 영 신통치 않다. 지난 7월 13만 원대까지 올랐던 LG전자 주가는 10만 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2차전지주들의 롤러코스터 행진 속에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LG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조 4694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 감소했다. 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 등으로 지분법 손익이 감소한 영향이었다. 그러나 LG와 LG전자의 경우,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상승, 실적 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신성장동력으로 전장을 꼽은 LG전자는 3분기 전장 부문에서 호실적을 이어가며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DTD, 엘레발, 먹튀의 저주, 감독의 무덤, 모래알 군단 등 LG 야구를 둘러싼 조롱섞인 신조어들은 오랫동안 LG트윈스 팬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오랜 LG트윈스 팬들은 기다림의 시간을 모두 보상받았을 정도로 요즘 행복하다고 말한다. 또 기다림과 추억도 주가가 오르는 것 이상의 가치를 줬다고 이야기한다. 아버지와 야구를 관람하던 아들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주식을 남겨줬더라면 돈은 조금 벌었겠지만, 야구를 알려줌으로써 결국 행복의 가치를 남겨줬다고. “당신 팀은 글렀다”는 야유에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던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 시절 했던 명언이 떠오른다. ​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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