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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임스 웹이 오리온성운에서 포착한 '점보'들의 비밀

별에 붙잡히지 않은 '떠돌이 이중 행성' 무더기로 발견…어떤 의미일까

2023.12.04(Mon) 14:21:21

[비즈한국] ESA(European Space Agency, 유럽우주국)가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오리온성운의 모습을 공개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찍은 오리온성운. 가운데 붉은 손가락 모양의 형체는 갓 태어난 어린 별이 토해낸 항성풍이 오리온성운 속 짙은 성간 물질을 파고들며 충격파를 남긴 흔적이다. 사진=NASA, ESA, CSA/Science leads and image processing: M. McCaughrean, S. Pearson


사진 가운데를 보면 붉은 손가락 모양의 형체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다. 갓 태어난 어린 별이 토해낸 항성풍이 오리온성운 속 짙은 성간 물질을 파고들며 충격파를 남긴 흔적이다. 물질 분출의 여파로 주변의 수소 분자 구름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선명한 붉은 빛을 내고 있다. 또 기다란 붉은 손가락 끝마다 작지만 선명한 녹색 빛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유독 철 원소가 풍부하다. 그리고 가장 강한 충격파가 성간 물질과 부딪히는 곳이기 때문에 온도도 주변보다 더 뜨겁다. 붉은 손가락이 녹색 매니큐어를 바른 듯한 독특한 풍경이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오리온성운 속에서 예상치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어떤 별에도 붙잡히지 않은 채 홀로 우주 공간을 떠도는 떠돌이 행성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물론 기존에도 이런 떠돌이 행성들은 많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한 영역에서 수십 개 이상 떼로 발견된 건 드물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이 혼자가 아닌 행성 두 개가 서로의 곁을 맴도는 이중 행성이라는 점이다. 지금껏 이런 이상한 경우는 거의 알려진 적이 없다. 대체 이들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왜 하필 오리온성운에서 이렇게 많이 발견됐을까? 

 

오리온성운에서 발견한 수상한 천체를 소개한다.

 

오리온성운은 지구에서 가장 가깝고 거대한 별 탄생 지역 중 하나다. 이번 제임스 웹 사진은 특히 오리온성운 속 어린 별들이 모인 트라페지움 성단이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겨냥한다. 아주 많은 어린 별들이 한창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가스 먼지 구름이 반죽되면 납작한 먼지 원반을 형성한다. 어린 아기 별은 그 중심에서 탄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린 별들은 얇은 먼지 원반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형태를 프로플리드라고 한다. 

 

앞서 허블 우주 망원경 관측을 통해 오리온성운에서 이미 180개가 넘는 프로플리드가 확인되었다. 이번 제임스 웹 사진에서도 더 선명하게 다양한 프로플리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중 가벼운 별들은 태양 질량의 10%를 살짝 넘는다. 무거운 별들은 태양에 비해 40배까지 질량이 무겁다. 

 

그런데 이 외에도 무언가 오리온성운 속 공간을 떠다니고 있다. 바로 떠돌이 행성이다. 보통 행성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우리 태양계 행성처럼 중심에 별을 두고 그 곁을 맴도는 모습이 가장 익숙하다. 하지만 모든 행성이 그런 것은 아니다. 별 없이 홀로 우주 공간을 떠도는 떠돌이 행성도 있다. 별 곁을 맴도는 행성보다 떠돌이 행성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기존 관측에서도 평균 목성 질량 3~5배 정도의 육중한 질량을 가진 떠돌이 행성 몇 개가 발견된 적이 있다. 그런데 제임스 웹은 더 뛰어난 성능 덕분에 훨씬 작고 어두운 떠돌이 행성들을 발견했다. 가장 가벼운 행성은 목성 질량의 0.6배밖에 안 된다. 이번 제임스 웹 사진에서 천문학자들은 이런 떠돌이 행성을 약 540개나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그 중 약 9%에 달하는 40여 개는 이중 행성이다. 떠돌이 행성이 혼자가 아니라 옆에 엇비슷한 다른 떠돌이 행성과 함께 짝을 이룬다. 목성 정도의 덩치 큰 행성 두 개가 짝을 이룬 채 같이 우주 공간을 떠도는 떠돌이 이중 행성이라니.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천문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떠돌이 이중 행성을 목성 수준의 질량을 가진 이중 천체라는 뜻에서 ‘점보(JuMBO, Jupiter Mass Binary Objects)’라고 부른다. 만화영화에서 하늘을 떠다니던 무거운 아기 코끼리의 이름이 점보 주니어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우주 공간을 떠도는 육중한 가스 행성에 꽤 잘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오리온성운 속에서 발견한 이중 떠돌이 행성 ‘점보’. 사진=NASA/ESA/CSA/M. McCaughrean, S. Pearson


떠돌이 행성에서는 이런 이중 행성을 찾기 어렵지만, 행성보다 살짝 더 무거운 갈색왜성의 세계에서는 쌍성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오리온성운 속 점보는 갈색왜성 쌍성과도 중요한 차이가 있다. 

 

보통 갈색왜성이 쌍성을 이루면 두 별은 상당히 가까이 붙어 있다. 아무리 멀어도 4~5AU 정도 거리를 둘 뿐이다. 그런데 오리온성운에서 확인된 점보의 경우 두 육중한 가스 행성이 25~390AU까지 상당히 먼 간격을 두고 짝을 이루고 있다. 또 갈색왜성 쌍성은 보통 질량이 비슷한 두 별끼리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점보들은 두 가스 행성의 질량 비율이 평균 5대3 정도다. 이러한 몇 가지 차이로 인해 점보를 단순히 가벼운 버전의 갈색왜성 쌍성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그렇다면 떠돌이 이중 행성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걸까? 

 

홀로 떠도는 떠돌이 행성은 원래 어떤 별 곁에 붙잡혀 있다가 근처를 지나가던 다른 별의 중력으로 인해 궤도를 벗어나 홀로 우주를 떠돌게 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점보들 역시 그런 슬픈 사연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점보는 혼자가 아닌 이중 행성이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다. 설령 과거에 별 곁에 붙잡혀 있던 시절부터 이중 행성으로 존재했더라도 원래의 궤도를 벗어나 튕겨 날아가는 과정에서 계속 이중 행성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 둘 중 하나만 떨어져 나가고 다른 하나는 계속 별에 잡혀 있거나 둘 모두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날아가는 경우가 훨씬 일반적이다. 

 

좀 더 극적인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원래는 전혀 상관없는 동떨어진 두 별 곁에 행성이 하나씩 있었다. 그러다가 두 행성 모두 복잡한 중력 상호작용 과정에서 원래의 궤도를 벗어나 별 바깥으로 튕겨 날아갔다. 그런데 마침 두 떠돌이 행성이 서로의 곁을 지나게 되었고, 둘의 중력으로 인해 새롭게 떠돌이 이중 행성이 된 것이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럴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그런데 오리온성운 속에서 발견된 점보가 너무 많다. 이는 점보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이 꽤 흔한 방식이라는 것을 뜻한다. 낮은 확률의 우연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지극히 일반적인 메커니즘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오리온성운 속 트라페지움 성단은 이곳저곳에서 먼지 구름이 수축하며 어린 별들이 쉬지 않고 탄생하는 곳이다. 어린 별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기 때문에 어린 항성계 주변으로 다른 인접한 별이 지나가면서 그 곁을 돌던 행성이 떨어져 나오는 상호작용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또 어린 별들 주변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짙은 먼지 입자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들은 저항력을 만들어 별 주변을 맴도는 행성들의 속도를 느리게 한다. 행성의 속도가 달라지면 궤도의 크기도 변한다. 이처럼 먼지 구름과 행성의 직접적인 상호작용도 점보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점보를 일반적인 외톨이 떠돌이 행성처럼 고향을 탈출하는 방식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하나의 가스 구름 속에서 이중 행성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별 형성 시나리오를 적용해봤을 때 이러한 방식도 좋은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보통 거대한 먼지 구름이 수축하면서 여러 개의 작은 반죽 덩어리로 나뉘게 된다. 이를 분화(fragmentation)라고 한다. 그런데 분화된 먼지 반죽 덩어리의 최소 질량은 점보들의 질량보다 훨씬 무겁다. 목성 수준보다는 그대로 무거운 갈색왜성 수준의 질량까지 반죽된다. 이보다 더 작은 덩어리는 어지간하면 모이지 못한다. 따라서 점보를 일반적인 별 탄생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산물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점보의 형태가 오리온성운에서만 유독 많이 발견되는 형태인지, 아니면 또 다른 어린 별 탄생 지역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형태인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어린 별들이 높은 밀도로 바글바글 모여 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별 탄생 지역의 특징이라는 걸 생각해봤을 때, 아마도 다른 별 탄생 지역에서도 이런 점보들이 꽤 많을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다. 즉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흥미로운 메커니즘이 별 탄생 지역에서 빈번하게 벌어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오리온성운 트라페지움 성단의 경우 그나마 1400광년 정도로 가까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작은 떠돌이 행성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더 멀리 있는 성운이라면 떠돌이 행성을 개별적으로 구분해 보는 건 제임스 웹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오리온성운만큼 떨어져 있거나 더 가까이에 있는 별 탄생 지역, 어린 성운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이런 점보들이 또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ESA는 제임스 웹이 관측한 오리온성운 사진을 인터랙티브 홈페이지에서 제공한다. 직접 확대, 축소하면서 사진을 아주 자세히 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한 어린 별들, 프로플리드, 떠돌이 행성, 점보의 모습도 하나하나 크게 들여다볼 수 있으니,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초고화질의 아름다운 오리온성운을 직접 탐험해보기를 바란다. 어쩌면 천문학자들이 놓친 또 다른 점보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

https://arxiv.org/pdf/2310.01231.pdf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Space_Science/Webb/Webb_s_wide-angle_view_of_the_Orion_Nebula_is_released_in_ESASky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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