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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3] 천재 이윤열의 등극

2016.05.18(Wed) 14:37:45

   
▲ 이윤열 게임 장면 캡처.

스타판에 격언이 하나 있다. “축구에 펠-마-호-지(펠레-마라도나-호나우두-지단)이 있다면, 스타엔 임-이-최-주작이 있다.”

오늘은 이 격언의 두 번째 주인공인 ‘이윤열’을 알아보자. <스친소>에 나와서 기계춤이라는 새로운 ‘관문’을 만들던 그런 멀대만 좋은 애, <지니어스>에 나와서 홍진호에게 도움은커녕 짐만 된 그애가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면서 스타리그를 정복한 이 사람이다.

이윤열이 본좌로 거듭나게 된 스타리그가 파나소닉 스타리그다. 사실 이윤열은 MBC GAME의 전신인 겜비씨에서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할 정도의 거물이었다. 하지만 온게임넷에선 파나소닉 스타리그가 데뷔였다. 이상하게도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죽만 쑤었다. 그러나 첫 대회 출전에 우승까지 차지했을 정도니 정말 거물이긴 했다.

   
▲ <고수를 이겨라>에 출연한 고등학생 이윤열. 방송화면 캡처.

2001년에 iTV 신인왕전으로 데뷔한 이윤열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경북 구미 출신인 이윤열은 방학 때마다 서울에 올라와 게임을 해 ‘방학테란’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 별명은 추후 한빛소프트 소속 ‘유인봉’으로 이어지고 ‘이영호’로 이어진다.

사실 방송 데뷔는 iTV <고수를 이겨라>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아마추어와 프로게이머가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윤열은 당시 데뷔하지 않은 게이머였고, 상대는 ‘마우스 오브 조로’라는 별명을 가진 ‘최인규’였다. 그리고 최인규는 이윤열한테 실신 당했다. 

이윤열의 강점은 ‘자원최적화’와 ‘유연한 빌드에 있었다. 2001년 국민 맵은 ‘로스트 템플’이었다. 이윤열은 로스트 템플에서 앞마당을 먹고 자원을 뽕을 뽑는 빌드에 능했다. ‘앞마당 먹은 이윤열이라는 수식어가 있을 정도로, 이윤열의 자원 최적화는 끝내줬다. 앞마당을 먹고 수비 병력을 최소화하며 공격 병력 생산에 치중한 이윤열의 물량은 문자 그대로 남달랐다. 

동시대 테란인 김정민과 임요환이 각각 안정성과 게릴라로 주목받은 반면, 이윤열은 물량에 중심을 두었다. 자원최적화에 기반을 둔 물량 생산은 필연적으로 갖가지 경우의 수를 요한다. 상대의 러시 타이밍을 계산해야 하고, 위치마다 다른 멀티 타이밍을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걸 계산한 게 이윤열의 두뇌다. 

   
▲ <지니어스>에 출연한 이윤열. 방송화면 캡처.

비록 <지니어스 1>에서 홍진호의 파트너로서 무기력하게 패배했지만, 게임 하나는 기깔났다. 두 번째는 유연한 빌드였다. 이윤열은 단순 ‘막멀티’ 테란이 아니었다. 김정민처럼 단단하게 플레이도 하고, 임요환처럼 유연한 게릴라 전술도 쓸 줄 알았다. 뭔가 다른 놈이었다. 피지컬(물량)도 되는 놈이 융통성(빌드)까지 갖추니 이길 재량이 없었다.

이윤열이 ‘최고’로 거듭나게 된 시점은 2002년이다. 박정석이 온게임넷에서 임요환을 꺾고 우승할 때, 이윤열은 이미 겜비씨에서 3연패를 거두었다. 양대리그 우승으로 최강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온게임넷에 진출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무참하게 우승했다. 팬들 사이에서 파나소닉 스타리그의 부제목은 ‘이윤열을 이겨라’였는데, 아무도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

이때 준우승자인 조용호는 겜비씨에서도 이윤열에게 패배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때 전 대회 우승자인 박정석은 어김없이 ‘우승자 징크스’의 희생양이 되면서 16강에 탈락했다. 홍진호는 3위로 입상했으며 후에 홍진호, 조용호와 함께 ‘조진락’ 3대 저그로 불리는 박경락은 4위를 차지했다.

   
▲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출연한 이윤열은 전설의 벼봇 댄스를 선보였다. 방송화면 캡처.

결승전은 3:0으로 원사이드하게 끝났는데, 지금 기억에 남는 건 1경기다. 보통 테란 대 저그전은 바이오닉(마린, 메딕) 위주인데 당시 이윤열은 메카닉(골리앗) 위주였다. 지금에야 멀티 먹고 드랍이나 다크스웜, 울트라 등등 여러 가지 해법이 나왔지만 당시만 해도 골리앗엔 뮤탈리스크 저글링이 정답이었던 시절이다.

체력이 높은 뮤탈리스크가 먼저 들어가고 저글링이 후진입하는 전술이 최선이었는데, 결승전 경기에 떨렸는지 조용호는 저글링이 먼저 들어가고 뮤탈리스크가 뒤에 들어가는 최악의 수를 두었다. 그 전투가 일어났던 곳도 넓은 개활지가 아닌 좁은 다리여서 근접유닛인 저글링이 제대로 공격을 펼치지도 못하고 죽었다. 1경기의 여파가 컸는지 2, 3경기 역시 무난하게 발렸다. 불과 한 달 전 겜비씨 KPGA 4차 대회에선 3:2로 펠레스코어가 나왔는데, 1달 만에 3:0 스윕이 나와버렸다. 나에겐 임요환이 빠르게 탈락한 스타리그로 기억된다.

파나소닉 스타리그를 넘어 이제 다음 리그는 많은 스타리그 올드팬들에게 최고의 결승전으로 꼽히는, 우리의 ‘콩’이 대인배로 거듭나고 ‘엄마 사랑해요’라며 눈물 흘린 ‘서딸딸’이 탄생하게 되는 올림푸스 스타리그였다.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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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1을 좋아하는 흔한 20대. 브런치 @jonnaalive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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