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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덕] ‘수원더비’ 머플러 구매 체험기…“바보야, 문제는 경기력이야”

2016.07.12(Tue) 09:02:51

지난 10일 오후 12시.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갔다. 전국적으로 폭염특보도 발효됐다. 기자는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를 찾았다. 가만히 서 있어도 옷 속에서 땀이 흘렀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이날은 수원블루윙즈와 수원FC의 K리그클래식에서의 두 번째 ‘수원더비’가 열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오후 7시부터였다. 그런데 왜 킥오프 7시간 전부터 빅버드를 찾았을까. 이를 설명하려면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수원더비를 기념해 나온 머플러. 왼쪽엔 수원블루윙즈, 오른쪽엔 수원FC의 엠블럼이 들어갔다.

지난 5월 14일 K리그클래식 첫 번째 ‘수원더비’가 열렸다. 당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K리그 최초 동일 연고의 ‘지역 더비’라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수원블루윙즈와 수원FC 구단에서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기념품을 준비했다. 

그중 가장 이슈를 모았던 것 중 하나는 ‘수원더비’ 기념 머플러였다. 축구 응원용 머플러를 반으로 나눠 양쪽에 수원블루윙즈와 수원FC의 엠블럼과 패턴이 들어간 것으로 500개 한정으로 제작·판매됐다.

인기는 대단했다. 경기 당일 킥오프 4시간 전 이미 수원FC 기념품가게 앞에 머플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팬들이 500명이 넘었던 것. 뒤늦게 경기장을 찾은 기자는 결국 구매하지 못했다. 수원FC 구단 관계자들도 “우리도 못 구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리고 10일 두 번째 ‘수원더비’가 열리게 됐다. 이번에도 경기를 앞두고 수원블루윙즈 구단 측에서는 ‘수원더비’ 기념 머플러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시 이번에도 500개 한정이었다. 특히 지난 첫 번째 수원더비 때 판매한 머플러와 이번에 판매될 머플러를 위 아래로 나란히 놓으면 머플러 중앙에 수원성곽 모양이 완성되는 모습을 띄었다.

이에 기자 역시 이번에는 머플러를 구매하고, 그 인기를 확인하기 위해 오후 12시부터 빅버드를 찾은 것이다. 기념품가게의 오픈 시간은 오후 4시였다.

   
▲ 지난 10일 오후 12시 ‘수원더비’를 앞둔 수원블루윙즈 기념품가게.

 

 

 
▲ ‘수원더비’ 기념 머플러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덕분에(?) 기자는 오후 12시에 메달권으로 줄을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호응이 크지 않았다. 12시에 수원블루윙즈 기념품가게 앞에는 줄을 서는 대신 세워놓은 물건이 2개밖에 놓여 있지 않았다. (덕분에 기자는 메달권에 들 수 있었다.) 

이후에도 일찍 와서 대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픈 1시간을 남긴 3시쯤에도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3시 45분 기념품가게가 오픈해 판매를 시작했을 때는 60여 명의 팬들이 줄을 서 머플러 등 기념품을 구매했다.

   
▲ 오후 4시 기념품가게가 문을 열자 ‘수원더비’ 머플러를 사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서고 있다.

폭염 때문이었을까. 비슷한 머플러가 두 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양 팀 모두 경기력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을 기다리고 있던 한 수원팬은 “지난 수원더비 머플러 대란을 보고 이번에도 못 살까봐 걱정돼 일찍 왔는데 사람이 너무 없어 놀랐다”며 “최근 두 팀의 성적에 팬들이 실망해 그런 것도 같다”고 말했다.

현재 수원블루윙즈는 K리그클래식에서 9위, 수원FC는 최하위인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일 수원과 울산의 경기에서 수원이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추가시간 내리 두 골을 허용하며 역전패 당하자, 수원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수원더비에서도 수원블루윙즈의 서포터 ‘프렌테 트리콜로’의 항의는 이어졌다. 프렌테 트리콜로가 자리 잡는 골대 뒤편 관중석 N석을 가득 채운 응원걸개가 모두 뒤집혀서 거꾸로 걸린 것이다.

   
▲ ‘수원더비’에서 수원블루윙즈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가 구단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응원걸개를 모두 뒤집어서 거꾸로 걸었다.

또한 경기가 시작되자 서포터들은 ‘감독은 책임지고 프런트는 뒷짐지고. 철밥통’ ‘낙하산인사들이 수원을 망친다. 마누라 자식 빼고 전부 다 바꿔 –이건희 회장’ 등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수원블루윙즈는 운영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됐다. 제일기획은 “다양한 스포츠 관련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제일기획은 SNS 등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과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제일기획으로의 이관으로 ‘긴축 재정’에 따라 투자가 줄어들면서 뛰어난 기량의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워졌고, 이는 경기력 저하로 나타났다. 이기는 경기가 줄면서 성적은 떨어졌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고 외면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올해와 지난해 5~6월 같은 기간 빅버드를 찾은 관중수를 비교해봤을 때 약 700명이 줄었다.

   
▲ 수원블루윙즈가 올시즌 후반전에 골을 자주 먹으면서 승리를 날리자 온라인상에 ‘수또속(수원팬아 또 속냐)’이라는 유행어까지 나오고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

축구계 관계자는 “결국 스포츠는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눈을 사로잡는 멋진 플레이를 선보이고 이겨야 관중들이 찾는다. 팬들이 구단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관련 상품을 만들어내도 팬들이 외면하고 소비하지 않으면, 마케팅을 아무리 잘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전반 17분 터진 권창훈의 결승골로 수원블루윙즈가 1 대 0 승리를 거뒀다. 프렌테 트리콜로 역시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아 세우고 걸개를 거꾸로 걸며 분노를 표출했지만, 경기에 들어가자 콜을 외치고 응원가를 부르는 등 최선을 다해 선수들을 응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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