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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은폐는 없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 '인보사 사태' 2심 무죄

"불투명성 존재하지만 형사 책임 묻는 건 별개"…대법원 계류 중인 식약처 행정소송 '남은 변수'

2026.02.05(Thu) 16:17:15

[비즈한국]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논란으로 촉발된 이른바 ‘​인보사 잔혹사’​가 사법부의 잇따른 판단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7년여간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을 옥죄어온 민·형사 소송에서 법원이 ‘고의적 기망이나 은폐는 없었다’​는 취지의 판결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이 명예회장의 명예회복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관련 민·형사 소송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으며 명예회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웅열 명예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의사결정이나 업무 처리 방식의 불투명성이 존재했던 점은 분명하나 이를 형사 책임으로 묻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피고인이 인보사 성분 변경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고의로 은폐해 주가를 부양하거나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식약처 허가 성분인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인보사를 제조·판매해 환자들로부터 약 160억 원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2020년 기소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코오롱 측이 2019년 3월 미국 STR(유전학적 계통검사) 결과 확인 이후에야 성분 착오를 인지했다고 보고 그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사기나 허위 공시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오전 내려진 민사 판결에서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소액주주 1300여 명이 제기한 총 26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업보고서상 성분 기재에 일부 거짓이나 누락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나, 이것이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중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성분 변경이 인보사의 안전성이나 효능에 결정적인 유해성을 초래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코오롱 관계자는 “재판부 판단에 감사드린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인보사 미국 임상시험을 잘 마무리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들로 인해 경영진의 의도적 조작이 아닌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 착오였다는 점을 인정받았다고 보기도 한다. 1남 2녀를 둔 이 명예회장으로서는 인보사를 ‘네 번째 자식’이라 부를 정도로 애착을 보인 만큼 이번 판결로 사법 리스크의 큰 고비를 넘기며 명예를 회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인보사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한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로 국산 29호 신약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2018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는데 인보사는 누적 3700명에게 투여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19년 당초 임상 3상 시험계획에서 밝힌 동종 연골 유래세포가 아닌 신장 유래 세포를 활용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같은 해 7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미국에서 진행하던 임상시험도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2020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보류 해제 통보를 받고 환자투약을 재개한 끝에 지난해 7월 임상 3상 환자 투약을 마쳤다.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시험을 진행한 코오롱티슈진은 오는 3월 환자 추적관찰을 종료하고 7월 중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한 뒤 내년 1분기 중으로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게 목표다.

 

다만 식약처와 진행 중인 행정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는 점은 변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와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놓고 다투고 있는데 1심과 2심 식약처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2월 “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가 사용됐다는 점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신뢰를 저해하는 중대한 결함”이라고 판단하며 식약처의 손을 들어줬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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