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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청년] “나도 내가 뭐하고 살지 몰라”

청년 공감 프로젝트 ‘날 선,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1) 프로 알바러

2017.04.04(Tue) 11:23:19

[비즈한국]​ 제19대 대선이 벼락같이 시작됐다. 정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선거 보도는 대선후보 위주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유권자는 보도의 주변으로 쫓겨나며,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청년, 특히 ​기성 매체와 기자의 범위 바깥에 있는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비즈한국’은 ‘미스핏츠’ ‘밀레니얼 오브 서울’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날이 선 채로, 날 것 그대로’ 풀어본다. 

# 프로 알바러의 새 알바

―요즘 알바는 뭐하고 있어? 
“당구장밖에 안 해. 당구장도 정식으로 하는 건 아니고. 솔직히 바(Bar)도 그만둔 지 얼마 안 됐고. 형식상 그만뒀지 맨날 형들 때문에 가긴 했지. 우리야 뭐 맨날 일이 있는 게 아니라 손님이 오면 손님이랑 노는 게 일이니까. 만약 갔다가 재수 없게 손님이 온다, 그러면 일하고.”

―바에서 인센티브제로 돈 받는다며. 어떤 식으로 받는 거야?
“말하긴 좀 그런데, 간추려 말하면 손님이 와서 양주를 먹어. 양주가 50만 원짜리야, 그걸 팔잖아? 그 50% 25만 원은 우리 돈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돈으로 따지면 우리가 더 많이 버는 거지. 사장님보다. 사장님은 원가 나오고 가게 세 나오고 하는데 우리는 순수입 받는 거니까. 그냥 어떻게 생각하면 되느냐면, 가게를 영업하는 거야. 손님들 계속 부르고 연락하고 계속 먹게 하면 그대로 떨어지는 거야.”

사진=송유빈


―바는 대부분 그렇게 줘?
“우리랑 비슷한 형식으로 운영하는 데는 거의 없지. 호빠 이런 데는 아예 다르니까 빼고. 그냥 바는 기본급이 있고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돼. 들어보니까, 기본급 주는 대신 손님 오면 인센티브가 없어, 그 대신 지정 손님, 친한 손님 오면 인센티브 10% 준다던데?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되지.”

―알바몬 보면 바 알바도 많잖아. 거긴 시간당 얼마, 이렇게 써 있던데.
“TC제라고 해야 되나. TC라고 노래방 도우미도 TC로 받고 그러는데, 예를 들어 시급이 3만 5000원이면 실장이 1만 원 떼어가고 2만 5000원 주고. 왜냐면 걔네도 술 먹고 놀아주는 직업이니까. 그걸 TC라고 불러. 근데 우리는 TC를 안 받고 일하는 거니까.”

―그래서 얼마 벌었어?
“수입은 얘기 못 하겠다. 이게 좀 애매해서. 이거에 관해서 수입 말하는 게 이쪽 계통에서 보면 좀, 우리는 그래서 형들끼리도 수입 얘기는 안 해. 근데 살면서 제일 많이 번 건 아니야. 내가 관리를 안 했으니까. 워낙 술 잘 안 먹으니까.”

# 몰라, 나도 뭐 해먹고 살지

―대학 졸업했잖아, 이제부터 뭐하면서 지낼 거야? 
“가장 큰 건 군대 문제. 공익으로 갈지 현역으로 갈지. 이걸 정해야 내가 뭐든 하거든? 재검을 받아야 되는데 언제 가. 아예 하루 비우고 가야 되는데. 저번엔 3급 받았어. 시력부터 체중까지 다 3급이었어. 술 먹고 다리 뚫린 거에 기대하고 있지. 다리를 관통했는데 군대를 가라면, 진짜 나라 상대로 고소할 거야.”

―앞으로 뭐 해먹고 살 것 같아 평생? 뭐 해먹고 살고 싶어?
“나도 모르겠다. 나도 궁금하다. 나도 뭐 해먹고 살지 모르겠다. 차라리 뭐 하나 파고 그랬으면 모르는데, 워낙 막 살아 가지고 진짜. 솔직히 ‘뭐 해먹고 살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그냥 가게라도 하면 좋지. 돈 모아서. 뭐, 옷 가게든, 음식점이든 뭐든. 장사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사업을 해보고 싶어.”

사진=송유빈​


―어릴 때 뭐 하고 싶었어?
“아 딱 하나 기억나. 고고학자. 중학교 때까지 꿈이었어. 난 집에 그것도 있어. 이집트어 사전, 세계 유네스코 그런 거. 미스터리나. 근데 공부해야 되니까 포기했지(둘 다 웃음).”

―공부했으면 잘했을 텐데.
“너보다 잘했겠지(둘 다 웃음).”

―근데 왜 그만 뒀어.
“재미가 없었어. 나랑 안 맞잖아.”

―그럼 그만두기 전엔 어떻게 했냐. 심지어 잘했잖아.
“고1때까지? 그전까지는 그냥 멋모르고 어른들이 하라고 하니까 했던 거지. 시키는 대로, 다른 애들 다 하니까. 근데, 솔직히 말해서 후회해. 다들 그러잖아 후회할 거라고. 진짜 후회해. 항상 그래, 내 후배한테 공부하라고. 공부가 제일 쉽다고. 공부하고 나서 알바 해도 된다고. 확실히 깨달아. 공부가 답이야. 늦게 공부를 잡으려니까 또 안 잡히고. 공부는 습관이 들어야 되는데 몇 년간 공부 안 하다가 하려니까, 앉아서 이걸 못 해.”

―지금은 뭐 하고 싶어?
“딱히. 우선 별 일 없이 편하게 살고 싶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나이로서는 미래는 하나도 안 보고 현재만 보면 제일 편해. 당연히 졸업한 입장으로 암묵적으로 슬슬 취업 스트레스 있고 불안해지고 있는데, 그런 거 다 제외하면,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다니면서 놀러 다니고 적당히 쓸 돈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돈을 엄청 모아서 차를 사고 그런 건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이 나이대에 적절히 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고등학교 때 알바하면서 돈 모으고 그러느라 애들처럼 논 적 없으니까 지금이 만족스러운 거야.”

# 나도 알아 내 미래 보장 안 되는 거

―네가 저번에 그랬잖아, 너 인생 막장이라고. 왜 네 인생이 막장이라고 생각해?
“꿈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생각해, 내가 느끼기에는. 난 항상 꿈이 없잖아. 옛날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난 지금도 그게 스트레스야. 학교에서 ‘꿈이 뭐예요?’ 하고 묻는 거 너무 싫어. 꿈이 없는 거 자체가 막장이라고 생각해. 내가 꿈이 없기 때문에 내가 대학을 이번에 졸업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뭘 해야 될지를 모르겠어, 아직도. 그러니까 내가 막 산다고 얘기하는 거야.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야. 눈앞에 보이는 것만. 나도 내가 알아, 내가 내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만족하고 살고 있다는 거. 나도 내 미래 보장 안 된다고 생각해.”

―나도 꿈 없는데?
“물론 너도 꿈이 없다고 하지만, 넌 교대 나왔으니 할 건 있잖아? 난 그것도 없는 거고. 나도 교대든 뭐 그런 대학 나왔으면 할 건 있겠지. 근데 사회복지과 나와서 그쪽 일할 생각도 전혀 없고.”

사진=송유빈​


# 어차피 대통령 바뀐다고 사는 방식이 바뀌진 않아

―촛불집회 갔었어?
“처음 백만 모였을 때. 내 생일이었어. 그 이후로 간 적은 없어. 그때도 생일 때라 빼서 간 거였는데, 그 이후엔 알바하니까. 바가 밤에 일 하는 거니까 갈 수가 없지. 생일날 밤엔 할 거 없어서 그냥 출근 준비하다가 뉴스 딱 떴는데 (촛불집회) 하고 있길래, 한번 가보자. 그래서 후배한테 전화해서 ‘​야 너 가냐?’​ ‘​네, 오빠 저 가요.’​ 그래서 갔어.”

―어땠어?
“추웠어…. 그다음부터 추워서 안 가…. 추운 거 쥐약이야. 물론 재미있었어. 촛불 꺼지면 옆 사람이 붙여주고. 그게 인상적이었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합된 것도 신기했고. 근데 남자들이 여자 꼬시려고 오는 것도 봤어. ‘몇 명이세요? 같이 다닐까요?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번호 주실래요?’ 뉴스에도 나왔잖아. 촛불집회 나온 남자들이 일부러 헌팅하러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거 보면서 에이 한심하지 그거는.”

―주변 사람들이랑 이런 얘기 한 적 있어?
“이런 얘기 안 하지. 굳이 한다면 촛불집회 장사 안 된다는 사장님들 말씀? 장사하시는 분들, 특히 음식점 사장님들 그때가 피크인데 사람이 없어. 진짜로. 매출에 영향이 갈 정도로. 어쩔 수 없이.”

―왜 정치 얘기 주변 사람들이랑 안 해?
“내 주변에 그런 얘기 할 애들이 없잖아. (웃음) 다 자기들 놀고먹고 술 먹는 데 정신없지. 나보다도 더 심하게 노는 애들도 있는데. 그렇다고 바에서 형들이랑 정치 얘기 할 순 없잖아. 해 봤자 촛불집회 얘기 했었어. ‘난리야 난리.’ 이러고 끝이야. 솔직히 정치에 관심 있는 애들 별로 없어. 끼리끼리 논다고 내 수준이랑 비슷한 애들이랑 노는 거야. 박근혜 욕을 했음 했지.” 

―대통령에 따라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
“이건 반대. 어디 나라 어딜 가든 그 나라 정치 있고 거기 맞춰서 내가 잘 살아야지, 공산주의 국가 그런 게 아닌 이상, 대통령에 따라 달라지진 않아. 솔직히 박근혜가 이러고 있다고 쳐도 멀쩡히 잘 사는 사람은 잘 살잖아. 우리 같은 사람의 경우에 크게 영향을 받지도 않지. 특히 나는. 저런 것보다는 내가 발전해야지 잘 살 텐데. 대기업, 높은 사람, 결국은 정치에 연관된 사람은 영향을 받겠지. 예를 들어 내 주변 사람만 봐도, 너나 내 친구들, 학생들, 학교 선생님들이나, 장사하는 사장님들. 대통령이 하야하든 말든, 탄핵되든 말든 사는 방식이 바뀌진 않잖아.” 

―우린 알바 많이 하니까, 최저임금 1만 원 이렇게 오르면 너한테도 영향 크지 않을까.
“최저임금 1만 원 불가능해. 사장님들이랑 그런 얘기 많이 했는데, 나도 반대야. 최저임금이라는 게 밥 한 끼랑 커피 한 잔 정도여야 하는데, 우린 밥 한 끼 먹으면 끝이잖아. 아님 김밥 한 줄에 커피 한 잔 먹던가. 하여튼, 그만큼 복지가 안 되니까. 예를 들어 최저임금 1만 원 해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자영업자들은 알바 안 써. 다 정직원 뽑아버리지. 그게 훨씬 낫거든. 알바는 시급 일일이 다 줘야 돼. 근데 정직원으로 들어오면 솔직히 말해서 월급제여서 시간 신경 안 쓰고 줘도 되니까. 실제로 월급 받는 게 시급으로 받는 것보다 적어. 아줌마 뽑겠지. 그럼 시급으로 알바 하는 사람들이 문젠 거지. 나 같아도 그렇게 할 거야. 지금보다 거의 1.5배 이상을 줘야 되는 건데, 그 정도 쓸 바에야 안 쓰지. 그러니까 장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수입은 그대로인데 인건비가 더 나가 버리는 거야. 그럼 그만큼을 다른 데에서 빼줘야 되는데, 복지로. 근데 안 그러면 다 망하지. 나 같아도 안 하겠다. 나도 알바 하면서 만 원 되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말이 안 돼.”

# 복지갓-이재명

―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있어?
“나 이재명.”

―오, 왜?
“나도 과가 이쪽이라 그럴지도 모르는데, 이재명이 ‘성남복지’잖아. 난 수업시간에 얘 복지 보고 신선한 충격 받았어. 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 자체에 놀랐어. 난 다 마음에 들어. 기억나는 게 우선, 2층으로 시장실 옮기고 원래 있던 8층에 북카페 만들었잖아. 그것도 놀랐고, 생리대 무료화한 것도 그렇고. 그 병원 호스피스 짓고. 근데 그 병원이 수준이 엄청 좋대. 국가 세금도 엄청 아끼거든? 내가 알기론 몇십억? 아꼈다고 하던데. 그걸 만약 얘가 대통령이 돼서 국가 전체로 치면 몇 조가 되는 거잖아. 진짜 충격 받은 정치인이야. 성남에서 한 걸로만 따지면, 대통령이 됐을 때는 복지가 한층 업 되는 거지.”

사진=송유빈​


―청년 배당은 어떻게 생각해?
“결국은 어떤 사람은 주고 어떤 사람은 안 주고 그렇게 되는 거잖아. 차라리 이거보다는 서울에서 하는 거, 적금을 들어, 얼마씩 꼬박꼬박 넣으면 서울시에서 1000만 원인가를 더 줘. 난 이게 더 낫다고 생각해. 자기가 돈을 모으면 돈을 플러스로 더 주는 거.”

―그럼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서 청년 배당 받으면 뭐 하고 싶어?
“난 저거 받으면 내가 안 써. 나도 되게 힘들게 살거든? 난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께 돈 안 받았으니까. 근데 난 내 쓸 돈 있으니까 뭐 하러 받아. 학교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학원 하나 끊겠지 굳이 한다면. 영어학원이나 다니겠지, 뭐.”

―왜 복지에 이렇게 신경 쓰게 된 거야?
“난 사회복지학과니까 복지 생각이 많은 거고. 또 일찍 사회생활을 했으니까. 확실히 예를 들어 알바만 해도, 고용 복지 쪽에 좋게 나오면 훨씬 편하지, 살기가. 말한 것처럼 시급 만원 제도도 복지가 되어야 하는 거고.”

―그럼 고용 쪽에서 이건 진짜 좀 됐으면 하는 게 있어?
“될 수 있다면 실업급여. 난 실업급여 받아본 적 없어. 4대보험 안 들어. 돈 아깝잖아. 이모들은 들어놔. 만약에 여행 연속으로 2주 갔다 오면, 실업급여 못 받아. 연속으로 꾸준히 일해야 돼. 이모들만 일정하게 나오니까 이모들은 하고 알바생은 안 하는 거지. 나도 못 받기 때문에 사장님께 들어달라고 했다가 말았어, 그냥.”

# 큰 욕심 없이 적당히 살고 싶어

―네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해?
“그냥 생각나는 게, 사회생활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사상 있잖아. 갑질. 군대든 대학이든 회사든 윗사람 밑으로 내리갈굼이라고 하지. 이거 지금도 심하잖아. 가족만 봐도 할아버지부터 내려오는 거고. 난 이 내리갈굼을 너무 심하게 겪은 게 많아서. 아 바뀔 수 있을까.”

사진=송유빈​


―실현 가능할지 생각하지 말고 원하는 정책이 있어? 내 친구는 담뱃값 2700원으로 내리면 무조건 그 후보 뽑겠다더라(둘 다 웃음).
“오 그거 좋은데(둘 다 웃음). 아냐 진짜 좋아. 음, 나는 대학교 등록금. 저거 아직도 안 됐잖아. 반값이 아니라 그냥 지원해줘야지. 난 내가 등록금 내서 알지만, 엄청 커. 한 분기에 320만 원씩 2년제면 1300만 원 정도 나가니까. 예를 들어 대학을 안 갔고 고등학교 때도 일해서 계속 쭉 돈 모았으면 작은 가게 인수할 정도는 됐을걸. 하다 못해 동대문 옷 가게는 했을 거야. 고등학교 친구 중에도 졸업하자마자 사업하는 친구들 있고. 나는 교육을 받고 싶어서 학교를 더 갔는데 빚만 생긴 거야. 어중간한 학교 가서 이도저도 아니고. 그나마 나는 내가 냈으니 다행인데, 학자금 대출 받은 애들은 졸업 후에도 대출금 갚아야 되잖아. 돈 내려고 공부하나 돈 벌려고 공부하지.”

―어떤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
“되게 쉬워. 살면서 큰 욕심 없이 내가 원하는 만큼 적당히 먹고살고 자고 놀고 할 수 있음 되지. 크게 돈 모을 생각보다는 부양가족이 있으면 걱정 없이 먹고살고, 여유 즐기고. 그럼 끝이지 뭐. 욕심 부려봤자 뭐하냐. 돈 욕심은 없어.”

인터뷰=원정현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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