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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션을 공유한다 '렌트 더 런웨이'

공유+셀피 익숙한 밀레니얼세대 겨냥…회원 600만, 매출 1억 달러

2017.05.01(Mon) 09:41:00

[비즈한국] 소유하는 것보다 공유하는 것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는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구세대적 사고 개념일 뿐이다. 이를 증명하듯 미래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공유 경제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카셰어링은 물론이요, 에어비앤비 덕분에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의 집을 빌리는 것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그렇다면 패션은 어떨까? 사실 패션은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까지는 공유의 개념이 덜 활성화되어 있다. 특별한 날 빌려 입는 턱시도나 웨딩드레스, 한복 외에는 아직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공유 경제에 익숙한 젊은 층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이미 패션도 공유하고, 또 대여하고 있다. 패션 트렌드분석회사인 WGSN의 로나 홀은 “패션 공유는 신세대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이들은 물건을 소유한다는 개념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트레이더 제너레이션이다. 빌리고, 반납하고, 또 빌린다”라고 덧붙였다.

 

렌트 더 런웨이는 오피스우먼을 위해 유명 브랜드의 옷과 가방, 액세서리를 대여해준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다. 사진=렌트 더 런웨이 페이스북


패션 공유가 젊은 층 사이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인스타그램 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시시콜콜한 일상생활을 SNS에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10~30대들에게 패션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옷을 새로 사거나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가방을 살 수도 없는 노릇. 때문에 이런 점에서 패션 공유는 이들의 구미에 딱 맞는 서비스다. 

 

다른 의미에서 패션 공유에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우후죽순 등장한 SPA 브랜드 때문에 해마다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 가치 있는 소비다. 

 

이런 점에서 ‘렌트 더 런웨이’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하이패션계의 아마존’을 꿈꾸는 렌트 더 런웨이는 2009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기인 제니퍼 하이먼과 제니퍼 플라이스가 창업한 패션 렌털 업체다. 주로 유명 브랜드의 옷과 가방, 액세서리를 대여해주고 있으며, 처음에는 온라인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렌트 더 런웨이의 무서운 성장 속도는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2016년에는 총 1억 달러(약 11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창업 후 최대 수익을 거두었다. 또한 2014년 6000만 달러(약 680억 원)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2016년 말 다시 한 번 6000만 달러를 투자받는 데 성공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현재 기업 가치는 6억 달러(약 6800억 원)에 달한다. 

 

샌프란시스코 니만 마커스 백화점(사진)을 비롯해 미국 내 여섯 곳에 오프라인 매장도 가지고 있다. 사진=렌트 더 런웨이 홈페이지


렌트 더 런웨이의 주요 타깃은 오피스 우먼, 특히 전문직에 종사하는 20~40대 여성들이다. 매일 아침 ‘오늘 뭐 입지?’라고 고민하거나 철마다 옷을 새로 사 입는 것이 부담스러운 직장 여성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서비스다. 특히 유명 브랜드의 값비싼 의상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이들에게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이먼은 “직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다양한 출근 의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새롭고, 세련되어야 한다. 특히 전문직 종사자들이라면 그에 걸맞은 일종의 복장 규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복장은 대개 값이 비싸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혹시 빌릴 만한 물건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 렌트 더 런웨이가 구비하고 있는 아이템은 선택의 폭도 넓고 다양하다. 파티 드레스부터 일상복, 가방, 선글래스, 주얼리 등 10만 점이 넘는 물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취급 브랜드는 400개가 넘는다. 

 

현재 회원은 600만 명 정도. 이용료는 한 달 동안 무제한 이용 가능한 ‘언리미티드’ 서비스의 경우, 월 139달러(약 15만 원)다. 한 번에 최대 석 점씩 대여가 가능하며, 대여 기간은 하루나 한 달 등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 SPA 브랜드의 저렴한 옷 두 벌 정도를 사는 가격이면 적어도 명품 의상을 매일 갈아입을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입거나 혹은 사용해본 후 마음에 들면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반대로 큰돈을 들여 특정 물품을 구매하기 전에 시험 삼아 착용해보는 용도로 서비스를 활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분실하거나 파손한 경우에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이미 월정액에 보험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 심각하게 파손되거나 분실, 또는 도난 당한 경우에 한해서는 소매가격의 70%를 변상해야 한다. 

 

온라인 매출에 힘입어 렌트 더 런웨이는 오프라인 매장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만 총 여섯 곳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첫 번째 매장은 지난 2013년 문을 연 뉴욕 5번가의 헨리 벤델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이 밖에도 현재 코스모폴리탄 라스베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 니만 마커스 백화점에도 입점한 상태다. 

 

유니언스퀘어 매장에는 아이패드 체크인 카운터가 마련되어 있으며, 아이패드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탈의실을 예약할 수 있다. 사진=렌트 더 런웨이 홈페이지


이 가운데 2016년 12월에 문을 연 뉴욕 유니언 스퀘어의 매장은 규모 464㎡의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이곳은 소매점과 어플, 웹사이트를 합쳐놓은 형태로, 기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미래형 매장이다. 이곳의 상품들은 매일 교체되며, 대여는 물론이요, 구매도 가능하다. 

 

매장에 들어서면 우선 마네킹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의류 매장과 차별화된다. 이는 마치 고객들이 나만의 ‘드레스룸’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이먼은 “고객들이 매장에서 내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길 바란다. 집에 있는 드레스룸과 일상생활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매장 한편에는 아이패드 체크인 카운터가 마련되어 있으며, 아이패드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탈의실을 예약할 수 있다. 또한 55인치 양방향 대형 모니터를 통해서는 매장에 진열되어 있지 않은 20만 개가 넘는 상품들을 검색할 수 있다. 

 

‘애플’의 지니어스바와 동일한 형태인 서비스 스테이션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며, 손님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이곳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미리 주문한 상품을 픽업하거나 혹은 반납할 수도 있다. 

 

추가로 돈을 내면 개별적인 스타일링 가이드도 받을 수 있다. 상담 가격은 시간에 따라 25~75달러(약 2만~8만 원) 선이다. 이런 상담 서비스는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조언해주는 개인 스타일리스트를 둔다는 점에서 다른 대여 서비스 업체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렌털 서비스를 이용한 회원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은 인증샷. 렌트 더 런웨이의 회원 수는 현재 600만 명에 달한다. 사진=렌트 더 런웨이 페이스북


렌트 더 런웨이의 이런 행보는 대형 소매점들이 온라인 스토어에 집중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는 것과는 분명 반대되는 것이다. 이는 렌트 더 런웨이의 경우,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온라인 방문객 가운데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3% 미만이지만,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의 경우에는 15%로 껑충 뛴다. 상담 예약을 하고 매장을 방문한 경우에는 무려 78%가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렌트 더 런웨이의 이와 같은 성공 사례를 본다면 앞으로 패션 공유 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매일 옷장 문을 열면서 ‘입을 옷이 없다’고 푸념하는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콕 집어낸 패션 렌털 서비스가 앞으로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을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민주 외신프리랜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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