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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지주사 포기는 '이재용 구하기'?

지주사 전환 포기·45조 원 자사주 소각 발표…삼성 “엘리엇 요구에 답한 것일 뿐”

2017.04.28(Fri) 17:40:41

[비즈한국]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박정훈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1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향후에도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사업 역량을 분산시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보낸 ‘삼성전자 분할 및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대한 답변이다. 

 

이번 발표가 추후 번복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삼성전자는 자사주 보유 지분 13.3%(보통주 1798만 주, 우선주 323만 주)를 내년까지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가 기준으로 약 45조 원에 달한다.

 

이 발표는 그동안 제기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와는 반대되는 결정이라, 이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방법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포기했을 것 같지 않다. 여러 그림을 그렸지만, 현실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전부터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지주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등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및 관계사와 지분을 주고받으며 지배구조를 재편해야 하는데,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한 차례 큰 잡음을 일으킨 삼성그룹이 다시 국민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7.55%, 1.32%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와 사업부문사로 분할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기존 지분대신 신주를 받게 된다. 

 

금산분리원칙에 따라 이들 금융계열사들은 신주를 일정비율 이상 새로 취득하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을 받지 못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전량 매각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럼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는 오히려 더 취약해지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수십조 원의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발의되고 시행을 앞둔, 개정이 추진 중인 상법도 지주사 전환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어렵다는 판단이 섰을 경우, 자사주를 보유할 명분이 약해진다. 타 대기업집단은 오너 일가 후계자들이 기업을 승계하는데 자사주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는 지주사와 사업부문사 등으로 기업이 변화하면서 의결권이 부활했을 때의 일이다. 삼성전자가 향후에도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이재용 부회장에게 큰 힘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45조 원 상당의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희생적 결단을 내렸다는 명분까지 얻게 됐다. 

 

지난 2월 16일 서울중앙지법의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지주사 전환 포기와 45조 원 상당 자사주 소각 결정이 ‘이재용 부회장 구하기’를 위한 전략적 판단도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현재 뇌물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미르·K스포츠 재단 및 최순실 씨 측에 불법 지원한 자금 430억 원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지원을 위한 대가성 자금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지원금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갈과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뇌물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으려면 이 부회장 측 입장에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주주가치를 높이려던 것이었지, 경영권 승계 목적이 아니었다는 입증이 필요하다”며 “45조 원 상당의 삼성전자 자사주를 소각하고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은 진행 중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재판부에서 정상참작을 해볼 만한 여지가 생긴 것이다. 실리 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고 해석했다.

 

이런 세간의 시선에 삼성전자 측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지주사 전환 포기 발표가 왜 나왔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엘리엇이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 요구를 해왔고, 이번에 삼성전자가 답변을 한 것”이라며 “지난해 10월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시작 전이다. 재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재계 다른 관계자 역시 “‘이재용 부회장 살리기’가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최우선 순위에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은 무리가 있다”며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대선 정국에서 차기 정부의 불확실성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배구조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결정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현상유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결정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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