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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한국 창간 3주년 특집] 4차 산업혁명, 누구냐 넌④ 전략은 있다?

기계가 인간 노동 대체…일자리에 대한 국가적 전략 필요

2017.05.19(Fri) 14:50:35

[비즈한국] ​지난해 알파고 쇼크와 올해 대선을 거치며 ‘4차 산업혁명’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장밋빛 혹은 잿빛 전망만 있을 뿐 정작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명확히 짚어주는 글은 많지 않다. ‘비즈한국’이 창간 3주년을 맞아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짚는 특집을 준비했다. 이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데 큰 걸림돌은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상태로 정책적으로 도입하려다 보면 ‘창조경제’의 이름만 바꾼 것처럼 되어 버릴 여지가 크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를 통해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실패하는 정책이 되지 않기 위한 조건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염두에 둘 것은 4차 산업혁명은 소비가 아닌 생산에서의 혁신이라는 점이다. ‘인더스트리 4.0’의 ‘인더스트리’나 ‘4차 산업혁명’의 ‘산업’이라고 할 때는 생산자 관점이 반영된 말이다. 아이폰,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와 같은 첨단 ICT 분야가 발달한 미국이 아닌 제조업이 발달된 독일에서 이와 같은 논의가 시작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 스타벅스 사례가 대표적 4차 산업혁명

 

사실 4차 산업혁명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이서 찾아보면, 국내 최고 인기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를 들 수 있다. 1999년 스타벅스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와 지금의 작업공정을 비교해 보자. 과거엔 커피 분쇄기와 에스프레소 추출기가 분리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통합됐다. 커피를 주문받을 때부터 고객의 손까지 전달되기까지의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또한 커피 추출 시간 동안 직원은 다른 음료를 제조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주문을 받은 직원이 마커로 종이컵에 직접 주문내용을 기호로 표시해 제조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전달했다. 지금은 포스(POS)기로 주문을 완료하는 순간 주문내용이 스티커로 출력돼 이를 컵에 붙인다. 주문당 10초 안팎의 작업시간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아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앱 주문 시 적립쿠폰을 추가로 제공하는 등의 이벤트를 꾸준히 벌여 고객이 앱 주문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있다. 앱 주문 비중이 직접주문 비중보다 많아지면 직원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주문내용을 스티커로 출력한 모습(위). 스타벅스에서 앱으로 주문하는 모습(아래). 사진=우종국 기자·스타벅스코리아


이것이 3차 산업혁명과 무엇이 다를까. 클라우스 슈밥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이 구별되는 세 가지 근거로 △속도 △범위와 깊이 △시스템 충격을 들었다. 만약 스타벅스에서 주문 내용을 스티커로 출력하는 데 시간이 10초 넘게 걸린다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앱 주문 시 프로그램의 실행 속도가 느리거나 이동통신망 전송 속도가 느리다면 앱 주문 보급이 현저히 더뎠을 것이다. 

 

즉, 과거에도 주문서를 출력한다거나 프로그램을 이용한 원격주문의 개념도 있었고 시도도 있었지만 널리 보급되지 못했던 것은 속도 때문이다. 슈밥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중략) 신기술이 그보다 더 새롭고 뛰어난 역량을 갖춘 기술을 만들어냄으로써 생긴 결과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반면 커피 분쇄기와 에스프레소 추출기를 하나로 통합한 것은 3차 산업혁명에 가깝다. 두 개의 공정을 하나로 합치면 시간당 생산량이 많아지는 것 외의 변화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앱 주문은 면대면 주문을 매장 내에서의 원격 주문으로 바꾼다. 슈밥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다양한 과학기술을 융합해 개개인뿐 아니라 경제, 기업, 사회를 유례없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유도한다”고 말하고 있다. 

 

# 한국선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 활발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주요한 키워드로 언급되는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터, 사물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을 이루기 위한 수단인데, 마치 목적인 것처럼 얘기되는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슈밥 교수의 저서 ‘4차 산업혁명’에서도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터, 사물인터넷과 같은 신기술을 ‘제4차 산업혁명의 방법론’이라는 제목 아래 열거하고 있다. 지금은 인공지능 스피커,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홈 등의 소비재까지 4차 산업혁명에 포함되는 것처럼 얘기되고 있는데, 이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의 특징으로 꼽히는 변화들은 인건비 부담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업장에서부터 도입되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점, 패스트푸드점은 흔히 ‘알바’로 불리는 최저임금에 의해 운영된다. 최근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대면주문이 아닌 키오스크(kiosk)를 통한 주문이 일반화되고, 직원이 없는 무인편의점이 등장한 것은 비숙련노동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서비스업에서 4차 산업혁명의 요소들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사진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판매대로 주문하는 모습. 사진=우종국 기자


어찌 보면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 더디게 도입되는 것도 인건비가 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 일본, 한국, 대만, 중국 중 독일에서 4차 산업혁명론이 유래된 것은 독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1000달러(이하 IMF 2016년 기준)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일본 또한 3만 8000달러로 높은 편이다. 한국은 2만 7000달러, 대만은 2만 2000달러, 중국은 8000달러 수준이다. 선진국 기업의 생산기지가 많은 나라인 멕시코는 8500달러, 베트남은 2100달러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 중국, 베트남 등에 하청공장을 많이 세운 반면, 독일은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자국 내 강소기업들이 유명하다. 고임금 노동자를 데리고 국내생산을 해야 하므로 인건비 절감의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4차 산업혁명 도입을 가속화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 1만 원은 2016년 최저임금(6470원) 대비 50%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서 4차 산업혁명 도입이 더욱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제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중국, 베트남 등의 생산기지를 활용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을 추구하는 것보다 이익이다. 반면, 서비스업은 내국인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인건비 증가에 따라 기계화·자동화·디지털화 도입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할수록 일자리 감소에 대한 국가적 전략이 절실하다. 사진은 무인경비시스템에 도입된 사물인터넷들. 사진=KT텔레캅


단, 서비스업에서 4차 산업혁명의 요소들이 도입된다면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일자리는 점점 감소하게 된다.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경비원들을 해고한 아파트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동자 친화적 정책을 펼칠수록 고용주는 고용 대신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려 할 것이다. 

 

슈밥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위험성은 이 산업혁명이 국가적으로 혹은 국가 내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중략)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리더들이 국민의 삶이 향상되는 데 신뢰할 만한 전략을 국민에게 약속해 주지 않는다면 사회불안, 대규모 이주, 폭력적 극단주의가 심화되어 국가의 발전을 해칠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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