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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던진 '한미 FTA 폐기론'에 미국이 더 시끄러운 까닭

폐기하면 미국이 더 손해 분석 많아…미 산업계도 반대, 의회 통과 가능성 낮아

2017.09.05(Tue) 18:32:11

[비즈한국] 지난 2일(현지시각) 허리케인 재해지역인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한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얘기한 가운데, 한미 FTA를 폐기할 경우 한국보다는 미국이 더 손해라는 국내 정부기관 분석이 나왔다. 

 

지난 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은 공동으로 수행한 ‘한미 FTA 종료 시나리오에 따른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정부 산하인 이들 연구기관들은 한국이 FTA를 맺기 전 관세인하 효과 등 시뮬레이션을 통해 협상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는 곳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언급은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카드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진=AP/연합뉴스


분석결과에 따르면, 공산품의 경우 한미 FTA가 종료되면 한국과 미국 모두 상호(한국↔미국) 수출이 감소하나 미국 측 감소폭이 더 커져 대미무역수지 흑자가 2.6억 달러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관세율 변화, 수입의 가격탄력성, 현재 수입액 등을 고려해 추정한 것으로, 대미(對美) 수출(한국→미국)은 약 13.2억 달러, 대미 수입(미국→한국)은 약 15.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 이유는 한미 FTA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평균관세율(4.0%)이 미국(2.3%)보다 높으므로, 한미 FTA가 종료되면 한국은 11.6억 달러, 미국은 13.2억 달러의 관세절감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경우, 미국은 연간 약 7.7억 달러, 한국은 약 0.2억 달러의 관세절감 혜택이 없어지고,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던 쇠고기·돼지고기·오렌지·치즈·호두·아몬드 등 농산물들은 한국과 FTA를 체결한 EU,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으로 수입선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 개방된 서비스 분야에 진출한 기업들은 사업 철수 또는 지분 매각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법률 서비스의 단계적 개방으로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외국법 자문사와 변호사는 현재 각각 22개소, 103명이다. 또한 한미 FTA 발효 이후 방송채널사용사업 간접투자 한도가 기존 50%에서 100%로 확대 허용되자 간접투자를 100%로 확대한 미국계 사업자의 경우 지분을 50%을 매각해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한미 FTA 종료 시나리오에 따른 분석결과’를 발표한 같은 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자동차업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 폐기에 따른 문제점들도 가능성 중 하나에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해 볼 게 없는 이상 한미 FTA 폐기라는 최악의 상황도 시나리오에 넣겠다는 뜻이다.

 

다만 다음날인 5일 무역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카드를 다 보여드릴 수 없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진출한 700여 개 미국 기업들의 모임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5일 “한미 FTA 폐기는 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반미 감정을 일으킬 수 있어 우려된다. 주한 미국기업들의 성장과 한미 FTA의 수혜를 보고 있는 미국 농축산 및 제조업계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미 FTA 폐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암참이 인용한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미국 생산품의 대한 수출(미국→한국)은 21.8% 증가했으며 미국의 무역 적자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암참은 “한미 FTA가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도 인지하는 바이다”라고 해 개정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미국 산업계, 축산업계도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논의 발언에 대해 즉각 반응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회원들에게 긴급히 돌린 메모를 통해 한미 FTA 폐기를 막기 위해 “모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미 상의는 “한미 FTA 발효 이후 항공우주 분야에서 대한 수출이 80억 달러로 두 배가 됐고, 농업 분야 수출도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미제조업자협회 또한 회원들에게 긴급 이메일을 보내 한미 FTA 폐기를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정부 고위 관리, 의회 의원들, 주지사들을 접촉하라”고 했다. 미국축산협회도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연휴가 낀 주말이지만 당장 상원의원, 주지사, 아니면 누구라도 접촉해 한미 FTA 폐기는 미국 축산, 농업계에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에게 경고할 수 있게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한미 FTA 폐기론 관련 이슈에 관심이 모아졌다. 박춘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스트래티지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8월 22일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미국의 의도대로 개정협상에 착수하지 못한 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차 특별회기 개최 제안을 기다리는 와중에 던져진 트럼프의 초강수”라고 분석했다. 

 

한미 FTA 협정에 따르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종료를 선언하면 180일 이후 종료된다. 박 애널리스트는 두 가지 이유로 미국이 한미 FTA 종료를 시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첫째 한미 FTA는 표면적으로는 경제와 무역에 관한 협정이지만, 정치·외교·안보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한미 간 무역분쟁 발생 시 대북, 대중 공조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각료들과 공화당 의원들이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미국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의회가 ‘무역촉진권한(TPA)’을 정부에 위임했지만, FTA 폐기는 최종적으로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통령의 협정 폐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네브래스카주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성명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한미 FTA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처럼 트럼프의 돌발 노이즈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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