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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출신 전직 국회의원 연루 의혹…끝 모를 대북확성기 방산비리

감사원 추가 비위 확인하고도 마무리…공 넘겨받은 검찰 어디까지 칼 빼들까

2018.02.02(Fri) 17:23:41

[비즈한국] 최근 감사원이 군의 대북확성기 사업자 선정 과정 비리 감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이와 별도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동안 사업 전반에서 군 전·현직 관계자들의 연루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감사원이 실무자에 대해서만 징계를 건의한 데다, 대북확성기 ‘불량품’ 논란도 지속되고 있어서다. 

 

대북확성기 도입은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다. 2016년 1월 13일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심리적 수단”이라며 대북확성기를 언급한 직후 빠르게 추진됐다. 

 

당시 사업을 맡은 국군 심리전단은 지난 2016년 4월 고정형 확성기 24대(97억 8000만여 원), 기동형 확성기 16대(68억 1000만여 원), 총 40대를 각각 도입하기로 A 사와 계약했다. 사업비는 A 사와 체결한 계약 외에 방음벽 설치비, 운용실용 컨테이너 등을 포함해 총 174억 7000만여 원에 달한다.  

 

현재 운용 중인 대북확성기. 사진=국방부

 

대북확성기 도입 사업은 입찰공고 단계부터 비리 의혹을 부른다. 확성기가 아닌 방송용 음향장비를 주로 생산해오던 A 사가 선정되면서, 국방권익연구소와 탈락한 일부 업체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국군 심리전단 소속 관계자가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입찰 제안서를 바꿨다. 이렇게 특혜를 받아 선정된 업체가 납품한 대북확성기는 시장 평균 가격보다 비쌌으며 군이 제시한 성능에도 미치지 못했다. 군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데다 ‘불량품’을 비싸게 구입하기까지 했다는 얘기다.  

 

의혹은 군검찰단과 감사원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군검찰단은 2016년 중반 수사에 착수해, 2017년 초 국군 심리전단 소속 계약 담당자 B 상사와 입찰 제안서 평가위원장인 C 중령을 각각 구속, 불구속 기소했고, 감사원은 2017년 9월 감사에 착수, 지난 1월 31일 ‘대북확성기 전력화 사업 추진실태’ 결과 보고서를 통해 사업 전반에서 비리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비리 사실 확인됐는데…추가 수사요구 빗발쳐

 

군검찰과 감사원이 각각 비리 사실을 확인했지만, 군 안팎에선 추가 수사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2년간 비리에 대한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군 관계자와 특혜 받은 업체들의 일부 관계자들이 군 전·현직 선후배 관계였으며, 군 출신 정치인까지 연루된 정황이 나왔다. 그러나 군검찰은 이를 수사하지 않았고, 감사원은 국방부에 ‘실무자’인 계약 담당자의 행정처분만 건의하고 별도의 수사 요구는 하지 않았다. 

 

2016년부터 이 사업에 문제제기를 해왔던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특혜와 불법행위로 인해 한 업체가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업체가 챙긴 이득은 반대로 말하면 국고손실이다. 대북확성기 사건은 명백한 방산비리다”라며 “이를 가능할 수 있게 한 B 상사의 행위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만, 군검찰단은 이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거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평가서를 바꾼 행위’에만 수사가 집중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군검찰은 앞서의 B 상사에 대해 “계약에 유리한 평가서를 작성했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C 중령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군검찰단에 따르면 B 상사는 특정 업체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계약에 유리한 평가서를 작성했고, C 중령은 군이 A 사와 사업 계약을 체결한 직후 이 회사의 주식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가족의 명의로 사들였다. 

 

군 법원 재판 과정에서 B 상사는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고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C 중령은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2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돼 최종 1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군 내부 징계도 솜방망이로 끝났다. B 상사는 아직 징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으며, C 중령은 견책 징계를 받았다. 군 징계규정을 보면, 견책은 시말서 작성 수준인 경징계에 해당한다. 

 

군검찰은 민간인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어 현역 군인이 아닌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선 수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군 출신 방위산업 관계자는 “계약 담당자라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 전반에서 혼자 비리를 저지르는 건 군 보고 체계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민간인에 대한 한계가 있지만 군검찰의 수사 결과를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 감사원, 업무상 배임 확인됐지만 행정처분만

 

감사원 감사 결과에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군검찰보다 범위를 넓혀 조사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더해 드러나지 않았던 비리 사실까지 확인했지만 국방부에는 B 상사에 대한 징계 건의만 내놨다.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를 보면, 국군 심리전단 계약 담당자 B 상사는 대북확성기 사업에 선정된 A 사의 사업수주를 위해 활동하던 D 사로부터 정보를 제공 받았다. 평가기준은 이 과정에서 바뀌었다. 

 

D 사는 사업수주 대가로 A 사로부터 확성기 설치공사를 67억여 원에 하도급 받았다. 계약 업체는 국방부 승인 없이 임의로 하도급을 할 수 없지만, A 사는 임의로 진행했고 D 사는 약 35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그 밖에 B 상사는 ‘흡음형 방음벽’ 도입 계약에서도 또 다른 업체인 F 업체로부터 고가로 장비를 사거나, 납품이 적게 됐는데도 부족 납품분을 빼지 않고 계약 대금을 그대로 지급했다. 

 

문제는 앞서 관계자들의 행위가 현행법상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데도 행정처분만 내려졌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보고서에 “업체들이 35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반면 같은 금액만큼의 국고손실이 초래됐다”고 명시했지만 국방부 장관에게 B 상사의 해임을 요구하고 F 사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2억 원을 회수하도록 시정 요구하는 데 그쳤다.  

 

감사원이 지난 1월 31일 발표한 대북확성기 사업 감사 보고서.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를 확인했지만 국방부에 행정처분만 건의했다.


또한 앞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업체의 일부 관계자들이 같은 병과 출신으로 함께 근무한 적이 있거나 선·후배 관계였으며, 이들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업을 진행해왔다는 점도 확인됐다. 

 

군검찰 수사 과정과 국민권익위원회 민원, 경기북부경찰서 수사 등에선 한 정치인의 실명과 보좌관의 차명 계좌 등이 발견됐지만 감사원은 별도의 수사 요구는 하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나온 정치인은 예비역 장성 출신 전직 국회의원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국회에서 요구한 내용을 중심으로 행정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군 내부나 민간에서 연루자가 있었다는 점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감사원의 관련 팀이 앞서의 의혹과 요구 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수사 요구 등에 대한 결정은 추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불량품’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

 

대북확성기 사업은 선정 과정에서 특혜 비리뿐만 아니라 ‘성능미달’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국군 심리전단과 계약한 A 사는 사업 선정 전까지 방송용 음향 장비만을 생산하던 업체로, 소리를 멀리 보낼 수 있는 고출력 원거리 음향기기를 생산한 적이 없으며 관련 기술도 없다.

 

김영수 국방연구소장은 “문제가 심각한 것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동형 확성기”라며 “A 사가 국방부에 제안한 제품 성능표를 토대로 다른 음향 장비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군이 요구한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앞서 군은 대북확성기가 10km 떨어진 곳에서도 방송 내용을 명확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또렷한 가청 성능을 원했지만, 이 A 사의 제품은 도달거리가 3km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음향 장비 전문가들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이 제품이라면 도달 거리가 DMZ(4km)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 했다.

 

하지만 군은 ‘불량품’ 논란이 지속되는데도 장비 성능이나 검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군은 성능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사전에 미리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도 하지 않았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2016년 11월 국방부 감사실에서 작성된 ‘대북확성기 사업관리 적정성 여부 감사 결과보고’를 보면 “제안서상 기동형 확성기의 이동 간 요구 성능 누락”, “성능평가시 주요성능평가 누락” 등 성능평가가 실시되지 않았거나 성능평가 항목 자체가 빠져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방부 감사실 감사 결과 보고서.


지난해 초에는 군이 비공개로 대북확성기 자체 점검을 했고, 기동형 확성기 16대 모두 방송이 5km​까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지대와 날씨 등을 고려하면 북방한계선 1km​밖에 넘기지 못한다. 당시 군은 “계절적 요인이 있어 봄과 여름 등에도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발표했을 뿐, 정확한 방송 도달 거리 등 성능에 대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북확성기 성능은 앞서의 비리 사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만, 국방부는 장비 교체 등 별다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북확성기 ‘불량품’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대북확성기 성능이나 장비 교체 계획과 관련해선 군의 작전과 연결돼 공개할 수 없다”며 “대북확성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북확성기 비리에 대해 민간 검찰이 최근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경기북부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는데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에서 사건을 넘겨받았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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