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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속' 신동빈 롯데 회장 판결, '집유' 삼성 이재용과 뭐가 달랐나

면세점 선정, 포괄적 현안 아닌 구체적 현안으로 봐…'안종범 수첩' 정황증거 인정

2018.02.13(Tue) 20:47:32

[비즈한국]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선고 직후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4년,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당초 신 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 출연과 관련한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0억 원의 명목은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비용이다.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신 회장에 대한 판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일 열린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최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후 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을 요청 받았지만 실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검찰이 불기소했다.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개별 현안이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명시적·묵시적 부정 청탁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 회장의 경우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묵시적 부정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롯데 면세점 관련해 여러 차례 보고 받았기에 면세점 특허권 취득 문제가 롯데의 현안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기업이 롯데가 유일하다는 점을 비춰보면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유리한 방향으로 행사될 것이란 기대를 고려 요소로 삼았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이 ‘사초’라고 부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수첩의 증거 채택 여부도 이재용 부회장 2심과 달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2심 재판 당시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수첩에는 ‘엘리엇 방어 대책’ 등 삼성과 관련한 현안이 적혀있다. 그러나 13일 재판에서는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일정 범위에서 증거로 인정해 안 전 수석에게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6년,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수첩은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과 면담자 사이의 대화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증거능력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내용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정황증거로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전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11월 2심 재판에서도 같은 형량을 받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2심 재판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배경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한 점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2심과 최순실 씨의 1심과는 상이한 판단이다. 

 

이에 대해 노영희 변호사는 방송 출연에서 “이재용 부회장, 최순실 씨, 문형표 전 장관 재판에서 상이했던 판단은 결국 대법원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언급했다. 사안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한 하급심의 내용을 대법원이 한꺼번에 논의해 동일한 판단으로 하급심에 내려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3일 논평을 통해 “안종범 수첩을 인정하면서도 그 수첩이 가리키는 뇌물죄의 방향은 무시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 2심 재판부의 판결이 얼마나 비상식적이며 금권에게 굴복한 판결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롯데그룹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송달 받는 대로 판결 취지를 검토한 후 변호인 등과 협의해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항소 의지를 드러냈다.

 

현행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했을 때만 가능하다. 신 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의 판결을 받은 만큼 향후 있을 2심 재판에서는 이 부회장처럼 집행유예를 노려볼 수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에도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장에 선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신 회장에게 징역 1년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미 신 회장이 한 차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고 이 부회장도 집행유예를 받았기에 대부분 롯데 직원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4월 오픈한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롯데 경영권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롯데그룹 지분의 상당수는 일본자본이다. 특히 롯데호텔,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은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10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맡는 등 일본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아 왔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기소만 돼도 이사직에서 해임되는 게 관례”라며 “신 회장의 범죄 사실이 증명됐기에 이제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롯데의 경영권을 노려온 신 회장의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소유 지분 28.14%)가 신 전 부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롯데홀딩스 직원들로 구성된 종업원지주회가 지분 27.75%를 보유해 직원들의 선택에 따라 롯데의 경영권 일부는 신 전 부회장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롯데그룹은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임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안심시키도록 할 것”이라며 “당장 차질이 있을 동계올림픽은 대한스키협회 수석부회장 중심으로 시급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롯데홀딩스나 신 전 부회장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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