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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사외이사 대거 교체, '거수기' 걷어내니 '코드인사' 논란

금융당국 압박에 4대 금융지주 28명 중 절반 바뀌어…'실세형 선임'은 여전

2018.03.16(Fri) 15:09:54

[비즈한국]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3월 슈퍼 주총 시즌을 앞두고 사외이사를 대폭 교체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금융당국발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지주들은 새 사외이사 추천 작업 과정에서 그동안 논란이 돼온 ‘거수기’ ‘셀프 추천’ 등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번엔 ‘코드 인사’ 지적이 나온다.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3월 셋째 주부터 잇따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오는 22일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23일 KB금융, 하나금융의 주총이 열린다. NH농협은행의 주총은 30일 예정돼 있다.

 

이번 금융지주 주총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이다. 4개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24명의 임기가 끝나고, 총 14명이 교체된다. 일명 ‘KB사태’로 KB금융 이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던 2015년(14명)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변화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엔 각각 4명이 새로 선임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한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 KB금융. 사진=각 금융지주

 

단순 임기 만료로 교체되는 건 아니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동안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2년 임기로 시작해 1년 단위로 중임할 수 있는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최대 6년까지 임기를 채우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올해 교체 예정인 1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절반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거나 금융지주가 재선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교체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셀프연임’ ‘회전문 인사’ 등 금융지주 경영권 승계 과정을 비판해 왔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도 대상에 올랐다. 회장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선임된 사외이사는 다시 회장의 연임을 추천하는 구조라 투명한 경영이 어렵다는 취지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근 사임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도 직접 금융권 지배 구조개선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금융지주에 앞서의 내용을 포함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면서 ‘공식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에 집중된 힘을 빼고 독립된 사외이사진을 구성해 지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공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은 예고돼 있었던 일이지만 사실상 ‘최종 경고’와도 같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개선방안 마련 과정에서 이미 금융지주들이 방향을 읽고 있었고, 사외이사 선임 작업도 마무리했다. 개선 방안을 담은 법 개정도 올해 하반기 이뤄질 전망이라 표면적으로는 주총과 관련 없어 보인다”며 “다만 올해 주총은 관련 제도 개선으로 주주들의 참여 확대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개선방안을 발표한 건 일종의 ‘시그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개선방안에서 금융권의 취약한 지배구조의 원인으로 ‘제왕적’ 경영진을 지목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다. 법 개정이 마무리 되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위원회에 대표이사 회장의 참여를 금지하도록 명시했고, 사외이사가 연임하려면 외부평가를 의무화 해야 한다. 차기 회장 선출에 사외이사가 개입하지 않는 방침은 금융위 개선방안 발표에 앞서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이 이사회를 열고 결정했지만, 금융위는 별도로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NH농협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들은 최근 사외이사 교체 작업을 마무리했다. NH농협금융은 후보 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하나금융은 5명, 신한금융·KB금융·NH농협금융은 각각 3명이 교체된다. 

 

앞선 사외이사진과 비교해 경영진과 거리를 뒀지만, 이번엔 정부 측과 인연이 깊은 ‘코드인사’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거수기’나 ‘셀프 연임’ 등의 논란에서 벗어났지만 ‘실세형 사외이사 선임’ 만큼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도 있다. 

 

실제 하나금융은 박시환 전 대법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박 전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12기)다. 변호사 시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에 참여했다. 신한금융은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박 전 대법관도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에는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와 정구환 변호사가 포함됐다. 선우석호 교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이며, 1994년 논문을 함께 집필했다. 정구환 변호사 역시 경기고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경력도 있다. 

 

KB금융 노동조합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코넬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노동경제학 권위자이자 인사·조직관리·노사관계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의 사위기도 하다. 

 

다만 노조 추천인 권 교수가 사외이사에 선임되면 금융권 첫 사례지만, KB금융 이사회와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반대 의견을 내면서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 외국인 주주들은 ISS의 권고에 따라 표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 지배 구조개선 작업이 시작된 이후 처음 교체되는 사외이사인 만큼 선임 이후에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만이 정답이 아니다. 권한이 강화되면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점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확대 등 다른 방안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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