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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 대란' 중에도 커피점 일회용 컵 관리 '역주행'

다회용 컵 가능하지만 권유 안 해…업체들 "고객이 원해서" "바쁘다 보니" 핑계

2018.04.05(Thu) 17:34:20

[비즈한국]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으로 국내에서 수 일째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커피업계에서는 일회용 제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할인행사를 하는 등 다회용 제품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2018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16곳과 패스트푸드점 5곳 등에선 텀블러 등 다회용 컵을 이용할 때 10%의 가격 할인 및 리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 사용 억제에 대한 노력은 후퇴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 DB


정작 매장에선 여전히 일회용품이 널리 사용되는 등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5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스타벅스커피 매장은 점심식사 후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메리카노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자 점원은 테이크아웃 여부를 물었다. 매장에서 먹겠다고 답했지만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커피와 비닐로 포장된 샌드위치, 접시와 물티슈 등이 쟁반에 담겨 나왔다.  

 

최근 수일째 재활용 대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매장에선 여전히 일회용품이 널리 사용되는 등 재활용품을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머그컵 사용 여부를 묻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점원은 “손님이 따로 말하지 않는 이상 일회용컵에 담겨 나간다”고 말했다.​ 매장에 머문 1시간 동안 머그컵이나 개인용 컵을 사용한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서의 점원은 “고객 열에 아홉은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주문한다. 텀블러에 담아가거나 머그컵 이용 고객은 보기 드물다”​며 “​다만 4~5명씩 단체로 온 손님들에게는 머그컵을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개인용 컵 이용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타벅스커피는 개인용 컵 이용 시 300원을 할인해 준다. 또 다른 점원은 “​텀블러를 가지고 오면 할인된다는 점을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는다”​​며 “​​할인 받는 분들도 ‘​텀블러에 담아 달라’​고 먼저​ 요구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커피는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주문이 가능하다. 사용자는 원하는 메뉴를 고른 뒤 ‘일회용 컵’, ‘머그컵’, ‘개인컵’ 중에서 직접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일회용 컵’이 기본 설정돼 있어 대부분의 사용자는 일회용 컵으로 주문하게 된다. 직장인 김 아무개 씨(34)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머그컵, 개인컵 등) 선택지가 있는지도 모른다”며 “테이크아웃이 일상화되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일회용 컵으로 주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커피의 주문 앱(사이렌 오더)에는 일회용 컵이 기본으로 설정돼 있고, 머그컵 또는 개인컵을 사용하려면 별도 메뉴에 들어가 신청해야 한다. 사진=스타벅스 앱 캡처

  

스타벅스커피 앱으로 주문할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모두 일회용 컵에 담겨져 나온다. 사진=비즈한국 DB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측은 “자체 조사 결과 일회용 컵이 위생적인 면에서 고객 만족도가 높았다”며 “가급적 다회용 컵을 권유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밖으로 들고 나간 손님들이 버린 일회용 컵도 있어 재활용률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매장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은 전부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위치한 투썸플레이스 매장을 찾았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하자 멤버십 사용 여부 외엔 별다른 질문 없이 일회용 컵에 담겨 나왔다. 한 점원은 “손님 대부분이 일회용 컵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회용 컵을)먼저 권유하는 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 측은 “다회용 컵을 권장하도록 하는 편이지만, 손님이 많을 때는 할인카드 혜택 등 물어볼 것이 많고, 가맹점 체계이다 보니 매장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디야커피 매장에선 주문 시 머그컵 사용 여부를 먼저 물어봤다. 하지만 이디야커피 앱을 통해 주문할 땐 상황이 다르다. 앱 주문 시엔 수량, 사이즈, 옵션, 캐리어 사용 여부만 선택할 수 있을 뿐 컵에 대한 선택지는 없었다. 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자연스레 일회용 컵을 사용하게 된다.

  

관세청, 커피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11조 7397억 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자연스레 일회용 컵 사용량도 늘었다. 환경부가 2015년 주요 커피전문점 12곳과 패스트푸드점 5곳 등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 1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회용 컵의 연간 사용량은 7억 2000만 개에 달했다. 

 

이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폐지된 직후인 2009년(4억 3246만 개)과 비교하면 66.3%(2억 8754만 개)가 늘어난 수치다. 이 제도는 2002년 도입 이후 저조한 반납률과 미환불 보조금 관리 등 보증금 사용 내용이 불투명하다는 지적과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며 도입 6년 만인 2008년 폐지된 바 있다. 하지만 일회용 컵 사용량이 급증하자 정부는 최근 재도입을 결정했다.  

 

재활용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져 왔다. 영국은 1월부터 일회용 컵에 환경세를 받는 ‘라테 부담금’ 제도 시행을 검토,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영국 런던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 컵으로 커피를 사면 한잔 당 75원을 추가로 받는다. 영국 정부가 이른바 ‘쓰레기 세금’을 검토하자 스타벅스가 동참해 선제적으로 요금을 매긴 것이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일회용 컵의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폐기된 보증금제를 비롯해 소재를 통일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은지 여성환경연대의 활동가는 “커피전문점에서 이용하는 일회용 컵의 소재는 다양하지만 겉보기에 비슷해 재활용장에서 식별이 어렵다. 매립이나 소각되는 게 대부분”이라며 “소재를 단일화하거나 소재 표시를 크게 해 식별이 가능케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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