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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 주간아이돌·무한걸스·식신원정대의 공통점

시대 변하는데 외주 제작 딜레마에 빠진 케이블 방송

2018.05.02(Wed) 13:27:23

[비즈한국] 아이돌 팬에게 산소 같은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MBC 에브리원(every1)에서 방송하는 ‘주간아이돌’​이다. 주간아이돌​은 정형돈과 데프콘이 진행하는 아이돌 소개 프로그램이다. 최고의 진행력을 보여주는 정형돈과 데프콘 덕분에 무려 7년이나 롱런했다.  

 

그 덕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영상과 사진이 나왔다. 여자친구의 칼군무를 널리 알려준 2배속 댄스, 아이유 뿅망치 영상 등 다양한 ‘레전드’가 주간아이돌에서 탄생했다. 이렇다보니 아이돌 팬덤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이 부디 주간아이돌에 출연하길 바랄 정도다. 에이핑크, 아이유, 지드래곤, 트와이스, 여자친구를 비롯해 비와 엄정화 같은 ‘어른돌’​도 출연했다.  

 

국내 대표적인 아이돌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MBC 에브리원 ‘주간아이돌’​​ 진행자 정형돈, 데프콘이 하차했다. 이들은 기존 ‘​주간아이돌’​ 제작진과 함께  JTBC로 둥지를 옮겨 새 프로그램 ‘​아이돌룸’​을 론칭했다. 사진=MBC  에브리원

 

그런데 이 ‘주간아이돌’​의 핵심인 정형돈과 데프콘이 얼마 전 하차했다.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개편철에 맞춰 주간아이돌의 외주 제작사가 바뀌었고 이에 따라 MC도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MBC 에브리원 측은 정형돈과 데프콘의 후임으로 김신영, 이상민, 유세윤을 불러들였다. 하차 한 달 뒤 정형돈과 데프콘은 JTBC에서 기존 주간아이돌의 제작진과 함께 비슷한 기획의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제목은 ‘아이돌룸’​이다.  

 

어디서 본 풍경이다. ‘식신원정대’​, ‘​무한걸스’​​​​​​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MBC 에브리원의 형제인 MBC 드라마넷은 정준하와 현영을 데리고 ‘​식신원정대’​를 제작했다. 그러다 2010년 정준하와 현영은 채널을 옮겨 ‘식신로드’​를 진행했고, 식신원정대는 새로운 MC와 함께 시즌2를 맞이했다. 

 

‘​무한걸스’​도 비슷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MBC 에브리원에서 방송되던 무한걸스는 멤버 관련 문제가 없었음에도 송은이, 신봉선 등 기존 멤버 없이 시즌2를 꾸렸다. 하지만 원조를 이길 수 없었다. 정준하의 식신 로드가 시즌4를 맞이하는 반면, 정준하 없는 식신원정대는 시즌2를 끝으로 폐지됐다. 무한걸스는 결국 시즌 3에서 원년멤버를 새로 불러들여야만 했다.  

 

식신원정대로 출발했으나 둥지를 옮겨 롱런하고 있는 식신로드. 사진=K STAR

 

문제의 원인은 제작 방식에 있다. 앞서 언급한 주간아이돌, 무한걸스, 식신원정대 모두 방송국이 아닌 외주 제작사가 총괄 제작을 진행한다. 쉽게 말해 해당 프로그램의 PD는 채널의 직원이 아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MBC의 직원이라는 점과 대비된다. 채널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만 보유한다. 

 

이러다보니 프로그램의 이름은 채널에 있지만, 제작 노하우와 제작진과 출연진의 유대 등 이름을 제외한 모든 것은 외주 제작사 측에 쌓이기 마련이다. 해당 지적재산권(IP)의 형식적 권리는 채널에 있지만 제작 노하우는 외주 제작사가 갖기 때문에, 해당 채널과 재계약 협상에 실패하면 타 채널에 가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채널과 제작사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외주 제작사를 활용한 과도한 프로그램 제작에는 자칫 해당 채널의 경쟁력을 깎아먹을 수 있는 함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제작 노하우와 출연진이다. 출연진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쌓은 제작진이 이동하는 마당에 출연진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더욱이 한국만큼 의리를 강조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YG가 ‘​믹스나인’​​을 제작했다. FNC도 SBS에서 ‘​씬스틸러’​​를 제작했고, 미스틱도 PD를 영입했다. 이렇듯 연예 기획사는 제작사로 변신하고 있다. 기존의 자산인 연예인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IP를 보유하겠다는 심산이다. 심지어 방송사를 건너뛰고 넷플릭스 및 유튜브로 해외로 콘텐츠를 수출할 수도 있으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런 현상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시대는 방송사에게 효율이라는 명목으로 제작 인력을 감축하고, 외주를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관성에 머무를지 묻고 있다. 케이블 채널은 이제 스스로를 재정의해야 한다. 또 자문해야 한다. 비용과 관성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에 안주해 느긋하게 죽음을 맞이할지, 새로이 전진할지 말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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