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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자금줄 '개인 셀러' 무분별한 탈세를 어이할꼬

현행 법률로 단속·제재 어려워…국세청 대응 방안 마련 착수

2018.05.03(Thu) 16:40:47

[비즈한국] “원단부터 직접 공수했습니다. 비슷한 가격의 시중 제품보다 훨씬 품질이 좋을 거예요. 자체제작이라 수량이 많지 않아요. 이번 마켓은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 강조, 얼른 지갑을 열어야만 ‘득템’할 수 있을 것 같은 제품 소개.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개인 셀러(중간 판매자)’들의 글이다.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물건을 파는 개인 판매자들이 늘면서, 각종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거래 과정에서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판매 방식을 정하면서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거나 현금 결제만을 유도한 탈세도 적지 않다. 개인 간 거래로 분류되는 탓에 단속도 쉽지 않고, 현행법으로도 제재가 어려워 온라인 속 ‘탈법 사각지대’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드루킹’ 사건이 불거지면서 동시에 한 온라인 쇼핑몰이 주목받았다. 드루킹의 핵심 공범으로 지목된 ‘서유기’ 박 아무개 씨가 운영한 온라인 쇼핑몰 ‘플로랄맘’이다. 

 

드루킹 김 아무개 씨는 댓글 조작과 함께 상당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특정 단체 등에 영향력을 넓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쓰인 자금은 김 씨가 대부분 자체 조달했는데, 자금원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곳이 플로랄맘이다. 드루킹 김 씨는 자신이 주도하는 경제 커뮤니티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을 중심으로 플로랄맘을 통해 세안 비누와 샴푸, 주방용품, 오일 등을 판매했다.

 

드루킹의 핵심 공범으로 지목된 서유기 박 아무개 씨가 운영하던 인터넷 쇼핑몰 ‘플로랄맘’​이 드루킹의 자금원 가운데 하나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플로랄맘을 통한 드루킹의 ‘탈세’ 의혹이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플로랄맘은 통신판매업 신고가 되지 않았다. 신 의원은 “국세청 홈택스 조회 결과 플로랄맘은 지난 2월 폐업했지만, 4월 중순까지도 판매를 했다”고 밝혔다.

 

현행 전자상거래법 제12조를 보면, 통신판매를 하려면 사업자 신고와 함께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최근 6개월간 통신거래가 20건 미만이거나 거래규모 1200만 원 미만 등은 면제되지만, 일부 경공모 회원이 “플로랄맘의 월 매출은 8000만~1억 원에 달했다”고 증언하면서 탈세와 자금세탁 등 의혹이 번지고 있다. 

 

사실 확인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드루킹 등 핵심 관계자가 구속 상태라 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앞서 드루킹의 자금 흐름 일부를 확인했지만, 최근 불명확한 8억 원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 탈세 사각지대 위의 ‘개인 셀러

 

드루킹 탈세 의혹에서 드러난 방식은 새로운 수법이 아니다. SNS와 블로그를 통해 판매자 신고를 하지 않고 물건을 판매하는 일부 ‘셀러’들의 방식과 같다. 개인 셀러는 개인 SNS나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일반 온라인 쇼핑몰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중간 판매자들을 말한다. 그동안 의류, 화장품 등에 한정되던 품목도 최근 식품, 명품, 의료기기 등으로 다양해졌다.

 

요즘 개인 셀러들의 주요 활동 공간은 인스타그램이다. 수년 전까지는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 등이 중심이었지만, 인스타그램이 국내에서만 월평균 사용자 수가 10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새로운 마케팅·판매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적게는 수만 명부터 많게는 수백만 명까지 팔로어를 거느린 셀러들은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간단한 사진과 짧은 영상을 중심으로 쉽게 제품 홍보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영향력이 강한 셀러가 파는 물건인 만큼 거부감이 덜하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던 전직 판매자는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는 것과 비교해 초기 자본이 거의 들지 않아 관심이 폭발적”이라며 “팔로어가 많은 셀러들이 상품 게시물을 올리면 1시간에 댓글만 500~1000개씩 달린다. 인스타그램 활용도가 높고 구매력이 있는 20~30대층이 보통 이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셀러'들이 우후죽순 늘면서 부작용도 함께 늘고 있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문제는 인스타그램 셀러 가운데 상당수가 정식으로 등록된 판매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 쇼핑몰 업계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인스타그램의 일부 셀러들은 인터넷 상품 판매를 위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 판매업자 신고를 하지 않으면 ‘개인 간 거래’로 분류된다.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이버몰 운영자는 상호, 영업소 주소,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공개해야 하지만 통신판매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셀러들은 이 의무로부터 자유롭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셀러들은 상품 문의, 주문을 모두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받는다. 소비자가 제품 가격과 구매 여부를 모두 DM으로 보내면서 매출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데다, 셀러가 미리 정해둔 판매량을 채우면 글을 삭제해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된다. 탈세가 이뤄지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카드 결제 거부도 탈세로 이어진다. 인스타그램은 플랫폼 특성상 쇼핑몰과 관계없다. 카드 결제를 하려면 별도로 개설된 사이트로 안내해야 하지만 이 방법 대신 현금 결제를 주로 강요한다. 만약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시중 제품 가격보다 싸다”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며 소비자에게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물건을 판매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통상 인스타그램에 블로그 주소를 남긴 뒤 블로그에서 주문을 하게 하는데, 이때는 인스타그램의 ‘DM’ 대신 ‘비밀댓글’로 상품 문의와 주문을 받는다. 이러한 방식을 악용해 일부 셀러는 매달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간이과세자(연 매출 4800만 원 이하 사업자)’로 등록해 세금 혜택을 받기도 한다. 

 

일반 쇼핑몰과 다르게 운영되면서 소비자 권리 침해 사례도 빈번하다. ‘해외구매 제품’ ‘주문 즉시 제작하는 1:1 제작 방식 제품’이라는 이유로 교환이나 환불을 거부하는 게 대표적이다.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거나 돈을 받고 잠적하기도 한다. 교환 환불 등에 문제제기를 하면 ‘악질 소비자’로 규정해 댓글이나 메시지를 차단하기도 한다. 앞서의 전직 쇼핑몰 운영자는 “SNS, 블로그 개인 마켓은 판매자가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다. ‘믿지 못하면 사지도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 단속 제재 어려워, 국세청 대응 방안 마련 착수

 

앞서의 행위들은 모두 불법이다.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카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담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교환, 환불 거부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위반된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로 분류되는 탓에 현행법으로 제재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다 피해를 입으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등에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지만,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거래법에 의거해 활동한다. 개인 신분의 제조·판매자와 거래한 경우 제재할 권한이 없다.

 

탈세 규모 추정도 불가능하다. 셀러가 정해둔 수량의 판매가 끝나면 게시물을 지우면서 사업 지속 여부조차 확인이 어렵다. 별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더라도 주소를 수시로 바꾸는 불법 사이트라면 단속도 쉽지 않다. 공정위와 국세청 등 당국은 개인 판매자들을 모두 모니터링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제보와 신고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각 부처 업무보고와 국민 정책 제안 등을 종합해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하면서 SNS마켓 등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에도 적정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담았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별도의 방안 마련에 나섰다. 첫 단계로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온라인 개인마켓에 대한 공평과세 인식 제고를 위해 효과적인 세원관리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온라인 거래형태나 사업의 반복·연속성, 과세 제도권으로 어떻게 편입시킬지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온라인 개인 상점 탈세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시장 현황 조사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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