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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모순'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우려하는 또다른 시각

경제전문가들 "내수 나쁜데 거시지표만 보고 성장 오판…통계의 역설 조심" 지적

2019.01.11(Fri) 17:25:48

[비즈한국] “국가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출액, 국민소득 등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거시 지표가 좋아졌기 때문. 이번 간담회에선 ‘경제 실패 프레임’을 떨쳐내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읽혔지만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려를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가경제는 성장하고 있다”며 경제 정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의 경제 관련 신년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국가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수출 6000억 달러, 세계 6위 수출국, 국민소득 3만 달러, 높은 경제성장률,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클럽’ 가입 등의 지표를 경제성장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 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되고,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기업 지배구조로 인한 ‘분배 불평등’을 최대 문제로 꼽았다.

 

실제 우리나라의 몇몇 지표만 살펴보면 파란불이 켜진 것처럼 보인다. 대표적인 게 국민소득과 경제성장률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1000달러를 돌파하고 경제성장률은 2.7%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2018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7%로 인도(7.3%)와 중국(6.6%)을 제외한 미국(2.9%), 일본(1.1%), 영국(1.4%) 등 주요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비슷하거나 낮았다.

 

하지만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경제학 교수 등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비즈한국’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려를 드러냈다. 자동차, 조선 등 국가기반 산업인 제조업이 하강 곡선을 그리며 내수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등 거시지표만 보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틀렸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뾰족한 대책을 엿보기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기업 지배구조를 타파해 시장의 제 기능을 되돌려 놓고, 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수출 6000억 달러, 세계 6위 수출국, 국민소득 3만 달러, 높은 경제성장률,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클럽’ 가입 등의 지표를 경제성장의 근거로 삼았다. 사진=청와대 제공

 

먼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수출, 1인당 국민소득 등의 지표가 높은 걸 바탕으로 경제 사정이 좋다면서 대기업이 문제라고 하는 건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기업의 성과에 매달려 경제가 좋다고 자랑하면서 대기업을 비판하는 꼴”이라며 “IMF(구제금융 위기) 때도 직전까지 펀더멘털은 좋다고 했다가 붕괴했다. 제조업 위기가 현재화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터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내수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IMF 때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 통계의 역설 조심해야…총량 늘었다고 경제 좋아진 것 아냐

 

현 정부의 ‘경제 실패 프레임’은 야당이 꺼내든 정쟁의 도구라는 주장도 있다. 전 정부와 비교했을 때 주요 경제 지표가 나아지거나 비슷하기 때문. 가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2017년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60.3%였다. 지난 12월 기준 고용률은 60.1%로 지난 정권 말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다. 한편 민간소비증가율은 전년 대비 2.7%로 7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만큼 가계 소득이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의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계의 역설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 교수는 “실제 고용이 많이 줄었는데 고용률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경제활동을 포기한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가계 소득이 늘어난 건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물가지수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노동 비용만 올라가는 충격이 가해지면서 고용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정책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올해 수출액 등의 지표가 높게 나타났지만 ‘대기업 거품’일 뿐 실제론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권 대표는 “총량이 늘었다고 경제가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삼성의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을 맞아 최대 실적을 내서 수출액이 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기업의 실적을 빼고 나면 내수 상황은 좋지 않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어느 수준에 올라왔기 때문에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더 이상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 4분기만 봐도 삼성의 반도체 실적이 저조해졌다”고 꼬집었다.

 

# 대기업·재벌 집중 구도 먼저 타파해야…제조업 어렵고 체질 개선 필요

 

권 대표는 “대기업·​재벌 지배구조가 계속되면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시장의 가격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낙수효과도 멈춰 고용이 늘지도 않는다. 재벌을 개혁하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기업에 읍소하는 모습”이라며 “참모진의 직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홍보관을 찾은 학생들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역대 최고 실적을 또 경신했다. ​그러나 대기업 수출이 늘었다고 경제가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제조업이 무너지고, 대기업 집중 구조가 문제라는 것을 문 대통령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라며 “우리나라는 현재 자본소득분배율이 노동소득분배율보다 월등히 높다. 재벌 개혁과 함께 벤처기업 투자 등의 혁신과 개혁으로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공장평균가동률이 2010년에 비해 10% 이상 떨어졌다. 설비투자가 줄어드는데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건 그만큼 제조업이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징벌적 배상제도나 디스커버리 제도 등 재벌을 개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를 우선 시행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론 취약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노사가 함께 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탰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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