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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폭로 '4조 국채발행 논란' 2017년 11월에 무슨일 있었나

공개적으로 논의되어 온 사안에 대한 '오해' 가능성…일각 "기재부 대처도 미흡"

2019.01.03(Thu) 17:43:50

[비즈한국] “진실게임이라기 보단 오해에서 비롯된 촌극이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시작된 ‘2017년 청와대 적자국채 추가 발행 압박’ 논란을 두고 문재인 정부 재정 정책 수립에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와 기재부의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진실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2017년 당시 앞뒤를 짚어보면 애당초 불필요한 논란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가 적자국채 매입을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적자국채는 정부가 시장에서 내는 빚이다.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혔거나, 기존에 시장에 풀었던 국채가 만기‧조기 상환‧교체 되는 등 수입과 지출의 차이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적자국채를 발행한다. 정부는 빚을 늘리는 대신 국가경제 성장을 목표로 그만큼 재정지출도 늘린다. 경제가 성장하면 세금 등 수입이 더 들어오고, 그 돈으로 빚을 갚는 선순환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만드는 것처럼 정부는 매년 국회에서 빚을 낼 수 있는 한도를 받아 운용한다. 2017년 국회가 정한 적자국채 한도는 28조 7000억 원. 같은 해 10월까지 발행된 적자국채는 20조 원으로, 이에 따라 정부는 추가로 8조 7000억 원을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신 전 사무관 주장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2017년 11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예상보다 세금이 14조 원이나 더 걷혔는데도 ‘빚을 더 내라(적자국채 추가 발행)’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전 부총리가 ‘39.4%’라는 국가채무비율을 (기재부 실무자들에게) 주면서 적어도 이보다 높아질 수 있게 적자국채 액수를 결정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김 전 부총리의 지시 배경을 두고 ‘정무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일부러 박근혜 정부와 겹친 2017년에 빚을 많이 진 것처럼 국가채무비율을 올리는 등 재정 운용을 정치적으로 했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정책적 판단’이었으며 결과적으로 김 전 부총리가 지시를 철회해 적자국채 추가 발행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고 선을 그었지만, 신 전 사무관은 이후 추가 폭로 과정에서 청와대가 당시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을 통해 재차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구체적인 국가채무비율을 주면서 적자국채를 발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 재정지출 늘리는 ​‘​큰 정부’​ 표방한 문재인 정부

 

얼핏 청와대가 무리한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정부의 정책 방향과 2017년 당시 상황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재정 정책 측면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의 키워드는 ‘큰 정부’다.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정책을 추진한다. 실제 정부 출범 초기 공약 이행 재원에 5년 간 178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이후 최저임금 인상분 보조, 건강 보험성 강화 방안 등 ‘나랏돈’을 투입해야 할 정책들을 추가로 발표했다. 

 

2017년 8월엔 다음해인 2018년 재정 지출을 6~7%를 늘리는 계획을 세우는 등, 지난 정부보다 지출을 대폭 올릴 방침을 공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 수립에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는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세금 수입이나 경제 성장률에 대한 예측이 틀릴 가능성도 예상했다. 따라서 정부도 관리 가능한 한도 내에서 빚을 더 내는 걸 감안하고 정책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정부가 예상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다.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한 김동연 전 부총리의 ‘39.4%’라는 수치가 뜬금없이 새로 나온 게 아니라, 정부가 재정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가채무는 2017년 682조 7000억 원을 기록했고 2018년에는 722조 5000억 원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2017년 GDP 대비 국가채무는 GDP 대비 40%대고, 2018년 700조 원을 돌파해도 국가채무 비율은 40.9%다. 

 

앞서의 교수는 “국가채무비율 40%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부터 예상된 수치다. 따라서 논란이 된 김동연 전 부총리의 ‘39.4%를 넘기라’는 지시도 청와대와 기재부가 계획했던 한도 안에서 조정하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신 전 사무관의 주장대로 청와대의 압박을 받아 4조 원의 적자국채를 추가발행 했더라도, 당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8.3%에서 0.2%포인트 늘어나는 데(38.5%) 그친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회 관계자와 정부, 재정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앞서의 ‘40%’라는 수치는 정부 재정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해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국가 채무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40%를 넘겨도 한국의 국가채무는 우등생 수준이다. 

 

2017년 당시 비교 자료로 사용된 국회예산정책처의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국가채무 비교(2015년 기준)’을 보면, 일본의 국가 채무는 GDP 대비 200%가 넘고, 미국은 GDP 대비 126%를 기록했다. OECD 전체 평균은 GDP 대비 116%다. 관리재정수지도 일본은 GDP 대비 -5.2%, 미국도 GDP 대비 -5%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GDP 대비 -1.4%로 OECD 평균 -3.1%보다 낮았다.

 

신 전 사무관이 근무했던 정부 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국고국. 사진=연합뉴스

 

다만 현재 시점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점은 늘 논란거리였다. 한국 국가채무 연평균 증가율은 11.5%로 9.1%인 미국이나 3.6%인 일본과 비교해 상당히 높다. 

 

잠재 성장률이 둔화되지만 저출산 초고령화가 겹치면서 앞서의 수치를 유지해도 빚은 빠르게 폭증한다. 정부의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 채무는 오는 2050년에는 OECD 평균보다 높은 137.7%를 기록한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오는 2060년 GDP 대비 국가 채무가 218.6%로 확대되고, 오는 2034년 이후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가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직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5년 동안 빚을 빠르게 늘리면 그만큼 재정 위기도 앞당겨진다. 다음 정부까진 괜찮다하더라도 다다음 정부부터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국채발행 규모가 크든 작든 재정 정책을 수립할 때 늘 나오는 얘기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을 보면 청와대와 기재부가 의견조율이 잘 안 된 것처럼 보이는데, 큰 틀에서 이 부분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국채비율조정은 여러가지 변수 고려해 결정

 

그 밖에 2017년 ‘북핵 리스크’로 국가 신용등급 변동 우려가 나왔던 점도 청와대-기재부가 국채비율 조정을 논의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한반도 분쟁 상태가 장기화하면 한국의 신용등급이 대폭 낮아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 시점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미국을 방문 당시 무디스와 S&P 본사를 찾았다. 김동연 전 부총리도 다음달인 10월 G20 및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연차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면서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의 임원들과 잇달아 면담을 했다.

 

앞서의 전직 기재부 관계자는 “국채비율 조정은 여러가지 현안에 영향을 끼친다. 국가 신용등급도 그 중에 하나다. 보통 한 국가의 정부가 채무를 정해진 기간 내에 완전히 상환할 능력과 의지를 평가해 신용등급을 정한다. 정부는 당시 북핵 리스크 해결이 어려우니 다른 방식으로 채무 관리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가 은행에서 일정부분 빚을 내고 안정적으로 상환을 하면 신용등급이 높아지듯, 국가 신용등급도 같은 원리로 정해진다. 국가채무를 낮추는 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일정비율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채 조기상환(바이백) 논란도 ‘수상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가 2017년 11월 15일로 예정된 1조 원 규모의 국채 조기상환(바이백)을 하루 전에 취소한 일도 ‘정무적 이유’로 설명했다. 나랏빚을 더 내라는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국채 1조 원을 갚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 취소했다는 얘기다. 신 전 사무관은 “갑작스런 바이백 취소로 기업과 생활인들이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신규 국채를 발행하면서 만기가 오면 갚는 것과 여유 자금으로 갚는 방법인데, 보통 전자가 대부분이다. 빚으로 빚을 갚는 방식이라 국가채무비율 변동은 크지 않다. 취소된 바이백도 이 방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전직 기재부 관계자는 “논란이 된 바이백 취소도 적자국채 발행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물량 교체를 할지, 더 걷힌 세금으로 빚을 갚을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것으로 시장에 큰 손해가 발생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가에 따르면, 당시 정부가 바이백을 취소하면서 손실을 본 건 금리 상승에 베팅한 일부 증권사와 채권 투자자들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후 금리가 곧바로 상승세로 돌아서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신 전 사무관의 폭로가 이어지자 긴급 브리핑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일부 관계자들은 신 전 사무관보다 기재부에 화살을 돌린다. 신 전 사무관은 업무 과정에서 ‘오해’를 했고, 사실상 기재부가 논란을 키웠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의 다른 재정학 교수는 “이번 논란에 대해 기재부는 구체적인 해명 보다는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 반박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며 “물론 언론이 신 전 사무관과 기재부의 입장을 중계하는데 그친 탓도 있지만, 애초에 기재부가 앞서의 2017년 11월 전후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다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전직 기재부 관계자도 “​기재부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충분히 설명으로 풀 수 있는 논란인데도 ‘​신입 직원이라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폭로했다’고하거나 정부 기관이 개인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3일 오전 지인에게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는 내용의 예약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잠적했으며 지인의 신고로 수색에 나선 경찰에 의해 낮 12시 40분께 관악구 모텔에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신 전 사무관은 발견 당시에도 극단적 행동을 시도한 상태였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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