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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 '뉴욕발 자금세탁 방지' 발등의 불 까닭

NH농협은행 '가능성'만으로도 제재…다른 은행들도 직원 급파 등 대책 마련 분주

2019.02.05(Tue) 17:59:54

[비즈한국] 한국에서 손꼽히는 A 은행은 지난해 11월 말 즈음, 휴가를 앞두고 있던 외환 관리 전문 직원을 미국 뉴욕지사로 급파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A 은행에 강도 높은 제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한 급박한 인사였다. 이 직원은 뉴욕지사에 도착하자마자, 짐도 풀지 못하고 밤을 새다시피 해야 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대북 교류 관련 미국 금융제재? “No!”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A은행에 대한) 미국 금융당국의 제재는 결정 단계인 것 같습니다.” 미국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

 

이와 관련해 NH농협은행이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국가 금융거래 ‘가능성’만으로 제재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지난해 10월 말. 당시 미국 뉴욕 금융감독청은 NH농협은행 뉴욕지점에 “‘범죄, 자금세탁 가능성, 테러’ 위험노출을 막을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11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공문을 보냈다. 

 

미국 금융당국이 제재국가와의 거래 가능성에 대해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과의 교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미국 금융당국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앞서의 관계자는 “한국계 은행들의 뉴욕지점뿐 아니라, 미국에 지점을 설립한 제3국 은행 지점들에 대한 전반적인 검사 진행 중에 한국 차례가 온 것”이라며 “북한뿐 아니라, 이란이나 테러 가능성이 있는 단체로 돈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정기검사”라고 설명했다.

 

# 달러화 투명 거래활동 불충분 판단

 

문제는 국내 은행들의 대응이 낙제점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뉴욕 금융감독청은 NH농협은행 뉴욕지점을 조사한 뒤 ‘달러화 투명거래활동(Dollar-clearing activity)’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공문에 △자금세탁 프로그램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점 △잠재적 은행 보안규정에 필요한 ‘거래 감시시스템 미비, 두 가지를 제재 이유로 설명했다. 제재를 받으면 과징금도 내지만, 미국 내 영업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 영업을 못 할 수도 있다. 해외 지점 중 가장 중요한 ‘​뉴욕지점’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불똥이 제일 먼저 떨어진 NH농협은행도 대응에 나섰다. 자금세탁방지(AML)에 대한 국제적인 검사·제재가 결정되자마자,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미국 감독당국을 만나러 급거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이 조사에 나선 곳은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7개 은행 정도다.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언급한 A 은행 역시 농협에 준하는 수준의 과징금 제재 가능성이 거론된다. 막연하게 운영한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 시중은행들 자금세탁 방지에 경각심

 

은행권은 자연스레 자금세탁 방지에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자칫 건전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과태료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관련 인력을 보강하고 본점 차원의 물적·인적 지원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은행들이 강화된 미국 자금세탁방지 관련 기준에 손 놓고 있다가 이번 농협은행 제재를 계기로 다들 불똥이 떨어져 준비에 나선 상황”이라며 “외환 관리 전문가라면 얼마를 줘도 모셔오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 뉴욕 DFS와 뉴욕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준법감시시스템 정기 감사를 앞두고 인력과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에 대한 대응은 미국 뉴욕지점을 시작으로, 전 세계 해외지점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IBK기업은행이 ‘국외지점 통합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컨설팅’​에 착수하는 등 움직임은 구체화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별도의 컨설팅을 받는 뉴욕지점을 제외한 해외 지점과 현지법인 대상으로 국내·외 자금세탁방지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시중은행들의 공통된 흐름이다.

 

앞서의 미국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보다 금융 관련 시스템이 10년 정도 앞서 있다고 보면 된다”며 “미국이 원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전 세계 금융의 시스템을 주도하는 미국의 힘이다.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역시 미국 뉴욕지점을 거쳐 한국에도 자연스레 정착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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