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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물고기 주식은 곤충'…'인섹트'가 1400억을 당긴 상식

사료용 곤충 생산 YnSect 1.1억 유로 유치…응용·타이밍·기술력으로 성공가도

2019.03.11(Mon) 14:53:17

[비즈한국] 2월의 프랑스 스타트업계는 사료용 곤충을 생산하는 인섹트(YnSect)가 시리즈 C(3차) 펀딩을 통해 1억 1000만 유로(1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낭보로 들썩거렸다. 이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농업분야 스타트업으로서는 최대 규모의 펀딩이라고 한다. 

 

인섹트가 자동화된 공정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곤충은 주로 수산 양식업의 사료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 사료, 동물성 유기농 비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양식업의 성장세가 주목할 만한데, 이는 인류가 소비하는 단백질원 중 수산물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중 절반 정도는 양식을 통해 얻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섹트가 자동화된 공정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곤충은 주로 수산 양식업의 사료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 사료, 동물성 유기농 비료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인섹트 공식 페이스북


현재 양식업에 사용되는 사료는 대부분 수산물로서, 어업 생산량의 4분의 1 정도가 양식업에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빠르게 고갈되어 가는 해양 수산 생태계를 고려할 때, 그리고 현재 이미 70억을 넘어선 세계 인구가 2050년에 이르면 90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다. 

 

언뜻 벌레가 갖고 있는 징그러운 이미지 때문에 양식된 벌레를 먹여 양식된 물고기나 갑각류를 사람이 먹는 먹이 사슬이 왠지 찜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자연 상태의 물고기는 원래 벌레를 먹고 산다. 인섹트는 이를 “곤충을 생육하여 먹이 사슬에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역시 대규모 투자를 받으려면 기술력 외에도 뭔가 그럴싸한 수사가 필요하다. 

 

인섹트가 생육하는 곤충은 ‘갈색거저리’라는 딱정벌레의 유충으로, 영어로는 밀웜(Mealworm)으로 불린다. 인섹트는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최적의 종으로 이 곤충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식량+벌레의 합성어인 영어 속칭이 말해주듯 이 곤충은 오래 전부터 육류를 대체하는 미래 식량으로서 주목받아 왔었다. 

 

쇠고기 100g당 단백질 함유량이 21g인데 비해 밀웜은 50g일 정도로 고단백인 데다가, 생육이 빠르고 번식 주기가 짧아 대량 생육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농림수산식품부도 ‘고소한 애벌레’라는 의미의 ‘고소애’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식용곤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홍보해온 바 있다. 

 

밀웜을 대체식량으로 주목한 것이 인섹트뿐만이 아니라면, 2012년에 창업한 이 스타트업은 어떤 면에서 차별화하여 이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 것일까? 먼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산 양식업이라는, 적절하고도 성장 가능성이 큰 응용 분야를 선정한 것을 들 수 있겠다. 

 

2012년에 창업한 인섹트는 어떤 면에서 차별화하여 이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 것일까? 먼저 수산 양식업이라는, 적절하고도 성장 가능성이 큰 응용 분야를 선정한 것을 들 수 있겠다. 사진=인섹트 공식 페이스북


사실 동물성 사료의 사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를 강타한 광우병 파동 이후 농수산업계에서 한동안 금기시되었다가 차차 풀렸다. 인섹트 창업 3년차인 2015년의 인터뷰를 보면 그때만 해도 유럽식품안전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EFSA)은 양식업에서의 동물성 사료 (곤충 포함)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에 이미 140만 유로의 자금을 유치하여 UN 식품농업기구(FAO)와 함께 로봇을 활용한 설비를 프랑스 쥬라 지방에 건설하여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인섹트는 곧 규제가 풀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하다. 

 

앞서 말한 우리나라의 농림수산식품부는 ‘고소애’를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홍보하면서 참기름보다 고소하다느니 주먹밥 등의 레시피를 소개한다느니 했었는데, 우리가 아무리 어려서부터 누에나방의 번데기와 메뚜기 튀김을 간식으로 먹고 자라왔다고 해도 별로 입맛이 당기지는 않는다. 

 

두 번째로는 역시 기술력이다. 인섹트는 전체 생육 공정을 로봇과 센서 기술, 그리고 요즘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100% 자동화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유충들의 먹이 공급과 상태 관리, 성충 수확 등에 사람의 손이 전혀 가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현재 1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나 대부분 연구직과 SW(소프트웨어) 개발직, 영업 및 관리 직종이고 생산직은 거의 없다. 인섹트는 밀웜의 생육 공정과 활용에 대한 25가지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세 번째는 스케일업의 타이밍이다. 그동안 시범적인 운영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인섹트는 상업적으로도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향후 4년간 7000만 달러(790억 원)어치의 주문을 받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프랑스 북부 아미엥에 연간 2만 톤(t) 규모의 생산량을 갖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성장가도에 이제 막 들어선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니 투자자들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애그리테크(Agri-tech) 혹은 간단히 애그테크(Agtech)라고 불리는 분야는, 농업이 그다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여겨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왠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하게는 지난 6년간 6배로 성장하여 2018년 총 투자 금액이 170억 달러(19조 원)에 달한 유망 분야다. 

 

애그리테크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할 수 있다고 했지만, 스마트팜이나 이커머스 등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진=인섹트 공식 페이스북


이 중 절반 정도는 미국이 주도를 하고 있는데 이는 전세계 벤처 투자의 중심지로서 실리콘 밸리를 품은 캘리포니아 주가 또한 미국 내 고부가가치 농업의 중심으로 연간 농업 생산량이 5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위와 3위 투자 시장은 폭발적인 인구 성장으로 식량난에 봉착할 위험에 처한 중국과 인도가 차지하고 있으나, 전통의 농업 강국으로서 특히 와인과 치즈 등 농업이 패션이나 하이테크를 능가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프랑스 또한 애그리테크의 중심지 중 하나다. 필자가 2009년에 프랑스로 이주해 왔을 당시부터도 이미 이곳의 VC들은 정밀농업, 즉 Precision Agriculture를 주요 투자 테마의 하나로 잡고 있음에 놀란 경험이 있다. 

 

인섹트를 창업한 앙트완 위베흐(Antoine Hubert)는 현재 37세다. 프랑스 농업·식품부 산하 그랑제꼴로서 1830년에 설립된 고등 농업과학·식품공학·원예·조경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아그로 파리 테크(Agro Paris Tech)에서 생태학 및 생물 다양성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기관 등에서 생물 생태학 및 지속가능한 개발 등을 연구하다가 2012년에 인섹트를 창업했다. 

 

애그리테크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할 수 있다고 했지만, 스마트팜이나 이커머스 등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척박하고 좁은 국토에 농업 생산성이 낮은 환경이야말로, 뛰어난 기술과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의 혁신이 가장 필요한 분야일 수도 있다. 

 

우리의 농업과 생태와 환경에 애정을 가지고 기술력과 창업가 정신까지 갖춘 애그리테크 스타트업들이 국내에서도 많이 싹을 틔우기를 기대한다. 

 

필자 곽원철은 한국의 ICT 업계에서 12년간 일한 뒤 2009년에 프랑스로 건너갔다. 현재 프랑스 대기업의 그룹 전략개발 담당으로 일하고 있으며, 2018년 한-프랑스 스타트업 서밋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기재부 주최로 열린 디지털이코노미포럼에서 유럽의 모빌리티 시장을 소개하는 등 한국-프랑스 스타트업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곽원철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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