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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월호 팽목항' 국제항 개발, 유족·주민·지자체 삼각 갈등

진도군, 석탄재 매립 시도…주민은 생계 이유로, 세월호 유족은 기록관 이유로 반대

2019.05.28(Tue) 17:19:51

[비즈한국]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해 탑승객 476명 중 304명이 사망·실종한 세월호 침몰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전면 재수사하겠다고 지난 23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3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통령님께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지시해주시기를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시됐고, 4월 28일까지 24만 529명이 동의했다. 그동안 20만 명 이상 추천받은 청원에 대해 입장을 밝혀온 청와대는 “의혹은 끝까지 추적하고, 법과 제도를 보완하면서 정부의 책임을 다하겠다. 아이들을 기억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의 다짐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 사건의 상징으로 남은 진도 팽목항.  사진=유시혁 기자

 

지난 28일 ‘비즈한국’은 팽목항(2013년 2월 진도항으로 명칭 변경)을 찾았다. 목포역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걸려 도착한 팽목항은 2014년과 달리 삭막한 분위기였다. 방파제 동쪽 방향으로 개흙(뻘)으로 매립된 부지가 눈에 띄었고, 오랫동안 방치된 듯 바닥은 갈라져 있었다. 

 

팽목항 입구에 비치된 ‘진도 국제항 개발사업 조감도’를 통해 개흙이 매립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조감도에는 개발 계획이 적혀 있었는데, 진도군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4012억 원을 투자해 진도항 배후지(55만 8000㎡, 16만 8795평)를 개발하고, 2021년부터 2030년까지 4조 2815억 원을 투자해 진도 국제항(531만 6000㎡, 160만 8090평)을 건설할 계획이다. 진도 국제항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팽목항 주변에는 수산물가공공장, 복합휴양, 펜션 단지, 테마파크 등 대규모 상업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 

 

올해 완공 예정이던 진도항 배후지 공사는 중단된 지 오래다. 팽목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을 만나 공사 중단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진도군이 팽목항 앞바다를 뻘로 메우고, 그 위에 석탄재를 매립해 배후지를 조성하려 한다. 매립지로 인해 어업 생계권을 빼앗겼고 석탄재로 인해 수산물 수확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 진도군민이 한데 모여 ‘진도군석탄재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진도군이 석탄재 매립 계획을 무산시킬 때까지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고 밝혔다. 

 

팽목항 입구에 비치된 진도 국제항 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유시혁 기자

 

방파제 바로 옆 세월호쉼터에서 5년째 머물고 있는 세월호 유족 A 씨도 만날 수 있었다. A 씨는 “팽목항에 석탄재를 매립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진도군은 세월호 참사가 진도 국제항 개발 사업에 걸림돌이라 여기는 듯하다. 진도군 관계자가 ‘공사가 지체된다’는 식으로 여러 차례 얘기했다. 하루 빨리 세월호쉼터를 철거해달라는 의미다. ‘세월호기록관’을 설립해달라는 세월호 유족들의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도군청은 팽목항에 석탄재를 매립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27일 ‘비즈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팽목항에 매립할 흙이 부족하다. 어쩔 수 없이 석탄재를 써야 한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걸 입증하고자 진도군민들에게 함께 환경평가를 실시하자고 제안했지만, 군민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며 “석탄재를 매립하는 건 폐기물관리법에 의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 계속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진도군은 세월호 유족에게 ‘공사가 지체된다’는 식으로 말한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세월호 유족이 팽목항을 지키고 있어 공사가 지체되는 건 사실이다. 세월호 유족 한 분이 2년 전에 나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세월호쉼터에 머물고 있다”며 “세월호 유족에게 직접적으로 나가달라고 말할 수 없어 ‘공사가 지체된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진도군은 팽목항을 국제항으로 개발하기 위해 팽목항 방파제 옆에 매립지를 조성했다.  사진=유시혁 기자

 

세월호 관련 시민단체 대표 B 씨는 “팽목항은 전 국민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장소다.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팽목항에 매립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며칠 전 전남도 관계자를 만나 세월호기록관 건립을 논의했는데, 진도군이 세월호기록관 건립을 반대해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진도군청은 현재 세월호쉼터가 마련된 부지에 세월호기록관을 건립하는 건 항만기본계획에 어긋나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의 진도군 관계자는 “항만기본계획에 따르면 항만에는 항만 기능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시설만 지을 수 있다. 세월호기록관은 항만기본계획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건립하기 힘들다”며 “조만간 국민해양안전관을 지을 예정인데, 그 안에 세월호추모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월호기록관을 별도로 지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세월호쉼터에서 바라본 매립지, 그 뒤로 보이는 팽목항 방파제.  사진=유시혁 기자

 

팽목항에서 국민해양안전관 예정 부지까지는 직선으로 500m,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세월호 유족 측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내세우지만, 진도군청 측은 “팽목항을 찾는 사람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한다. 500m 거리면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고 반박했다.

진도=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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