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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품? 최창원 품? 상장?' SK건설 지분 매각 시나리오 셋

SK디스커버리 지주사 전환으로 연말까지 일부 지분 처분해야…SK "아직 정해진 것 없어"

2019.05.24(Fri) 15:34:11

[비즈한국] SK건설이 지배구조 개편 해법을 못 내놓는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선 SK건설이 SK그룹 계열분리 과정에서 ‘골칫거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SK 측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힌다.

 

비상장사인 SK건설의 주요주주는 SK(주)와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로, 두 회사는 3월 말 기준 각각 44.48%(1569만여 주), 28.25%(997만여 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2017년 12월 지주사로 전환, SK그룹 내 중간지주사 격으로 오른 곳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 중 한 곳은 SK건설 지분을 올해 말까지 처분해야 한다. 한 회사가 두 지주사 지배권 아래에 놓일 수 없거니와 공정거래법상 지배권이 없는 지주사는 해당 회사 지분을 5% 초과 보유할 수 없어서다. 

 

SK건설이 지배구조 개편 해법을 못 내놓고 있는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 SK(주), SK디스커버리 편입 셈법 모두 복잡

 

시장에선 SK건설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지만, SK그룹 입장에선 모두 부담이다. 1대 주주인 SK(주)​에 SK건설을 편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인데, 이 경우 SK디스커버리는 보유 지분 중 23.25%를 처분해야 한다. 한국장외주식시장(K-OTC)에 따르면 SK건설의 5월 종가는 2만 8000원이다. 2290억 원가량을 들여 이 지분을 사들일 매수자가 필요하지만 찾기 쉽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건설사 인수 매력도는 높지 않다”​며 “​대우건설 매각이 지난해 실패한 것에 이어 올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SK(주)​에 넘기기에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지난 경험 등을 근거로 SK건설을 SK디스커버리 아래에 두는 대안도 나온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0~2013년 SK건설 주요 임원으로 경영을 이끌었고 2013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신이 보유하던 132만 5000주를 회사에 무상증여했다.  

 

그러나 최창원 부회장 품에 안기도 만만치 않다.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 지분 12%가량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현행법상 지주사가 비상장사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선 해당 회사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SK(주)는 5% 지분 보유 제한 조건을 피하기 위해 44.48% 중 39.48%를 처분해야 하는데, 외부에 매각할 순 없는 상황이다.

 

앞서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주)가 외부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SK건설에 대한 SK그룹의 지배권 유지나 영향력 행사가 어려워질 수 있어, SK디스커버리에 일부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18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SK디스커버리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886억 원으로, 12% 지분 매입이 쉽지 않다.

 

SK(주), SK디스커버리에 편입하는 방안 모두 쉽지 않다. 사진은 종로구에 위치한 SK그룹 서린동 사옥. 사진=고성준 기자

 

# 상장 대안이지만, 해결 과제 다수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SK건설 상장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상장 시 지주사는 지분 20%만으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추가 지분을 매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특성상 상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지만, SK건설은 일찍부터 상장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악재 등이 SK건설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7월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로 상장 준비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보험금 처리 등 비용 지급 여부가 결정되므로 불확실성이 있다”​며 “공모 청약 등에서 기대치보다 낮은 투자를 받을 수 있어 쉽사리 상장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 평가했다.

 

기업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SK건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7% 증가한 7조 5121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757억 원으로 22.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08%에서 2.33%로 하락했다. 5대 비상장 건설사(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SK건설) 중 가장 낮은 수치다.

 

# 내부거래 비중, 실적 고려 요인

 

이런 와중에 SK건설의 내부거래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4월 발표한 2018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건설의 매출 7조 5121억 원 중 2조 4995억 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였다. 비중은 33.3%로, 전년 31.3%보다 2.0%포인트(p) 상승했다. 2017년엔 매출 7조 3161억 원 중 2조 2876억 원이 특수관계자 거래였다. 국내 10대 건설사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곳은 SK건설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선 SK건설이 실적 악화를 피하기 위해 SK(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 기업연구소 연구원은 “​SK디스커버리의 지주사 체제 구축은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사촌 간 계열분리로 볼 수 있다. SK건설 지배구조 개편은 이 회사를 누가 가져갈 것이냐의 문제”​라면서도 “​SK건설은 SK하이닉스처럼 대규모 공장·설비 증설을 필요로 하는 계열사가 다수 있는 SK(주)로 넘어가야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디스커버리로 넘어갈 경우 SK건설 실적은 악화될 수 있는 셈이다.

 

SK그룹은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SK(주)와 SK디스커버리의 SK건설 지분 처분 방안이나 시기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SK건설 관계자도 “​계열분리, 지배구조 개편 등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상장 추진은 기업 가치가 인정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사안으로 이 또한 결정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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