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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특례 제외 업종'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첫날 분위기는?

버스·방송업계 '우려' 금융업계 '대체로 만족'…:"정부가 나서서 세밀히 보완해야" 지적도

2019.07.02(Tue) 14:55:51

[비즈한국] 지난 1일부터 ‘특례 제외 업종’의 300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됐다. 노선버스업, 방송업, 금융업, 숙박업, 연구개발업 등 21개 업종이 적용 대상이다.

이들 업종은 지난해 7월 1일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특례 업종이었던 점을 고려해, 주 52시간제 적용이 1년간 유예됐다. 특례 업종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를 채우고도 ​노사합의 하에​ ​초과 근무를 할 수 있다. 특례 제외 업종은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주 12시간을 초과한 연장 근로가 금지된다. ​

다만 주 52시간 근로제를 어겼다고 하더라도 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예정인 기업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해도 처벌이 유예된다. ​노사가 합의할 경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한시적인 예외 규정이다. 특례 제외 업종의 주 52시간제 시행 첫날 분위기는 어땠을까? ‘비즈한국’이 노선버스업, 방송업, 금융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300인 이상 노선버스업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첫날, 현장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서울시 은평구의 한 공영차고지. 사진=김명선 기자


# 버스업계, 차분했지만 우려는 여전

 

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 은평구의 한 공영차고지 앞. 현장은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주 52시간제 시행 첫날부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임금이 삭감될 위기에 직면한 버스 운전기사들이 시위를 벌이거나,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노선버스 업체들이 일부 노선을 폐지해 ‘버스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무색할 정도로 평온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제 시행을 위한 개선 계획을 제출한 노선버스업 사업장에 오는 9월 말까지 계도 기간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차고지 가장 안쪽에 있는 휴게시설에서 만난 버스 기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들은 주 52시간제로 인해 육체적 피로가 줄어들 것을 반기면서도, 임금이 삭감될 것을 무엇보다 걱정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쉬는 날이지만 차고지에 나온 A 씨는 “여덟 살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몇십만 원이 줄어드는 것도 차이가 크다. 아이가 배우고 싶은 공부를 시켜주거나,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을 사줄 수 없는 정도의 차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부분 기사들은 현장에서 주 52시간 근로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만큼 버스 운행 횟수를 유지하면서 주 52시간 근로제로 전환하려면 신규 인력이 필요하지만, 업체에서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까닭에서다. 15년째 버스 기사 일을 하는 B 씨는 “사람이 안 구해진다. 버스 기사가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상당한 직업이고 임금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처럼 운행 횟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체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버스 기사 C 씨는 “운전을 하다가 차가 막혀 시간이 초과해도 따로 수당을 챙겨주지 않는다”며 “정말 처우를 개선하려면 증차하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다람쥐 버스(출근·등교 시간에 맞춰 일정 구간을 반복 운행하는 버스)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했다.


# 방송업계 정착에 한계, 금융업계는 그나마 나아

 

방송업계에서도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제작진이 대부분 방송국 직접 고용이 아닌 프리랜서 혹은 300인 미만의 외주업체 소속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근로계약서 자체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제도 대상 범위가 확대된다고 할지라도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방송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현직 2년 차 방송작가 D 씨는 “주 52시간제 준비 기간인 1년 동안 속해있던 방송사는 이름 있는 종합편성채널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밤낮없이 일했고 법적으로 지정된 휴일조차 보장받지 못했다”며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간 겪어온 방송계는 변화보다는 순응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라고 밝혔다.

 

일부 방송사나 업체는 주 52시간제 준비에 힘썼으나, 이들 업체에 소속된 제작진 역시 회의적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방송 제작진 E 씨는 “1년 동안 드라마 준비 기간을 좀 더 앞으로 당기고 최대한 많은 촬영분을 확보한 후 방송을 내보내려는 경향이 있었다”면서도 “스태프 중에는 수당으로 월급이 책정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이 줄어든 월급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견을 표했다.

 

금융업계는 노선버스업과 방송업보다 그나마 주 52시간제에 잘 적응하는 모습이다. 한 은행의 외환 딜링룸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금융업계는 노선버스업과 방송업보다 그나마 주 52시간제에 잘 적응하는 모습이다. KEB 하나은행 은행원 F 씨는 “이전에는 업무가 끝나도 지점장이 계속 지점에 남아 있으니 눈치가 보여 퇴근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오히려 지점장이 퇴근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지점평가(KPI)에 감점이 되는 요소 중 하나가 시간 외 근무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제한된 시간 안에 업무를 끝내야 해서 노동 강도가 세졌는데 이에 불만을 갖는 직원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서 재직 중인 은행원 G 씨 또한 “점심시간에 타이머를 한 시간 설정해서 먹는 걸로 바뀌었고, 피시오프(PC-OFF)​제 덕분에 9시부터 6시까지만 컴퓨터가 켜진다”며 “다만 일의 양 자체는 줄어드는 게 아니라서 주어진 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거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특례 제외 업종에 주 52시간제가 제대로 정착되게 하려면 정부가 더 세밀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성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부국장은 “서울은 버스준공영제가 시행 중이라 그나마 낫지만, 광역버스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버스 운행 정상화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기획차장은 “(방송업계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쓰게 하고 각 업체가 자발적으로 근로시간을 준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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