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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4000억 투입 '차세대 다기능 무전기' 국감서 부실사업 논란

소프트웨어 중요한데 하드웨어만 먼저 생산…왕정홍 방사청장 "실패하지 않는단 각오로"

2019.10.07(Mon) 15:36:08

[비즈한국]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차세대 다기능 무전기인 TMMR이 졸속 생산 논란에 휩싸였다.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이러한 지적을 부인하지 않아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경기도 과천시에서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육군과 합동참모본부가 방산업체 경영난 해결에 도움이 될 TMMR 2채널용 대신, 소프트웨어 개발도 되지 않은 TMMR 1채널용을 양산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경기도 과천시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차세대 다기능 무전기인 TMMR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군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5조 5602억 원을 투자해 군 작전에 필요한 통신망을 아날로그 체계에서 무선 디지털 체계로 교체하는 TICN(Tactical Information Communication Network, 전술정보통신체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TMMR(Tactical Multi-band Multi-role Radio, 다대역 다기능 무전기)은 이러한 TICN 사업의 일환이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무전기는 주파수별, 기능별로 별도의 무전기가 필요하다. 반면 TMMR은 하나의 무전기로 음성과 데이터 통신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선 NNW(협대역 무선방식)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수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9월 10일 제12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TMMR 사업에 대한 체계개발 기본계획(안)과 최초 양산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당시 방추위 결과에 따르면, 계약은 2020년 1분기 중 체결될 예정이며,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사업비 약 1조 4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 군용 다기능 무전기(TMMR)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방사청 기대와 달리 TMMR은 2018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국방부와 합참은 TMMR 사양을 8km에서 5km로 하향 조정했다. 현존 기술로는 8km 거리에서 고용량 데이터 통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국방연구원은 이를 문제 삼았다. 5km 무전기는 작전 효과를 제한하고 많은 예산이 필요해 차라리 외국산 무전기를 수입하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병기 의원은 “TMMR은 향후 육군 전력에 큰 보탬이 되고 방사청의 경영난을 해결해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방사청이 이 사업을 이례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듯하다. TMMR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한데 하드웨어만 먼저 생산하려고 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안정적으로 2채널 TMMR을 먼저 보급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NNW 소프트웨어 개발 후 1채널 TMMR을 생산해도 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현재 군은 전력화 시급성과 방산업체의 경영난 등을 이유로 2020년 TMMR 135대를 생산할 방침이다. 만약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NNW가 필요한 1채널 TMMR 58대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이 끝나지 않았는데 하드웨어 진행이 잘될 수 있냐”며 방사청에 의문을 제기했고 “2020년 TMMR 생산을 위해 필요한 금액이 69억 원이라더라. 만약 또 해당 사업이 부적합하단 판정을 받으면 어떡할 것이냐”며 방사청을 비판했다.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왕정홍 방사청장은 “TMMR 사업이 잘 진행되다가 (한국국방연구원으로부터) 타당성 없을 것이란 판결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하드웨어 선(先) 생산이라는) 편법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TMMR 관련 사업 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고 있다. 부적합 판정이 나와 단정적으로 사업을 재검토하기보단, 실패하지 않을 거란 각오로 임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TMMR이 혹한기에 운용하기 힘들다는 추가적인 문제 제기도 나왔다. TMMR은 영하 32도까지 견디도록 개발됐지만, 여기에 사용되는 배터리(2차 전지) 운용 기준이 영하 20도에 불과하다는 것. 혹한기에는 TMMR이 방전되거나 지속시간이 급감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TMMR은 배터리에 대한 ‘작전운용성능’이 따로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5월 육군 운용시험평가에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방기술품질원은 TMMR에 대한 요구성능 충족 여부 확인과 품질 개선조치를 권고했으나 방사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 관련 사건이 보도되자 배터리 규격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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