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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과 '양대산맥', 유주원 상상인그룹 대표 구속의 의미

업계 "라임자산운용만큼 주가조작·무자본 M&A 큰손" 평가…수사 확대 가능성도

2020.06.22(Mon) 11:50:21

[비즈한국] 지난 19일 밤, 서울중앙지법은 상상인그룹의 불법대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의 구속을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고발 조치 이후 1년여 만에 나온 결과였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혐의는 법정 한도를 초과해 개인 대출을 해준 혐의지만, 증권가는 수사 확대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만큼이나, 주가조작·무자본 M&A에 들어가는 ‘자금줄’ 역할을 했던 게 상상인그룹이기 때문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을 통해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유 대표는 이날 밤 구속 수감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조국 전 장관과 맞물려 시작됐다가 확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자체 조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검찰은 지난해 11월 말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를 개시했고, 지난 19일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와 법률대리인 박 아무개 변호사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김형근 부장검사)가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사주 주가 조작 및 자본시장법 위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친인척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인수한 회사인 더블유에프엠(WFM)을 비롯, 다수 업체에 특혜 대출을 해주거나 법정 한도를 초과해 불법으로 개인 대출을 해줬고, 차명법인 자금 등을 이용해 수백억 원 상당의 상상인그룹 주식을 사들여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 김태균 부장판사는 “소명된 범죄혐의사실에 의하면 유 대표 등의 행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한 것으로서 사안이 중대하다”며 “피의자들의 지위와 역할, 가담 정도 및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보면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연관된 논란과 맞물려 시작됐지만 수사가 더 확대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물론 부서 변화가 있었지만, 기존 조세범죄조사부와 반부패수사3부가 함께 수사한 상상인저축은행 사건을 반부패수사1부로 옮길 때부터 ‘무조건 수사를 제대로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라며 “언론은 조국 전 장관과 연결됐다는 WFM에 주목했지만, 사실 이미 업계에서 라임자산운용과 함께 ‘양대산맥’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고 말했다.

 

#“상상인 이름 올라가면 일단 투자” 업계에선 유명

 

실제 기업 채권시장에서 유준원 대표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그는 2009년 7월 텍셀네트컴(현 상상인)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2년에는 세종상호저축은행(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2016년에는 공평저축은행(현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며 금융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다. 그리고 2018년 2월에는 골드브릿지증권(현 상상인증권) 인수에도 성공하며 발판을 넓혔다.

 

하지만 그 시작점은 ‘시세 조종’이었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유준원 대표를 잘 아는 기업채권시장 투자자는 “최근 5년 사이, 기업 사냥꾼들에게 ‘자금줄’ 역할을 해주고 주식이 오른 뒤 받은 CB(기업사채)를 처분하는 형식으로 거액을 벌어들인 세력들 중 정규 금융권에 진입한 두 곳이 바로 라임자산운용과 상상인그룹”이라며 “이들이 정규 금융권이 들어간 이유는 끌어올 자금을 더 확보하는 것이었다. 유 대표의 기존 투자 방식을 아는 사람들은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사가 채권을 발행하는데 상상인저축은행이 이름을 올리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일단 투자를 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검찰 출신 변호사도 구속

 

유 대표와 함께 구속된 검찰 출신 박 아무개 변호사도 주목을 받는다. 그는 당초 주가조작 세력의 변호를 맡는 것으로 관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무자본 M&A에 참여하거나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본 뒤 직접 상상인그룹 주식을 사들이고 시세조정을 가담했다가 이번에 구속됐다. 

 

검찰 출신 박 아무개 변호사도 유주원 대표와 함께 구속됐다. 19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박 변호사(오른쪽 두 번째). 사진=박정훈 기자

 

일단 검찰은 박 변호사의 커넥션보다는 유 대표가 주도한 무자본 M&A 등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유 대표 등 상상인그룹이 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한계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조가 조작에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유 대표의 개인 범죄처럼 드러나 있지만, 사실은 금융권이 얼마나 주가 조작에 취약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수사가 확대되더라도 무자본 M&A 및 시세 조종 같은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더 파겠지만, 이들과 연결된 배후 세력들에 대한 수사도 언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연스레 검찰 커넥션에 대한 수사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 변호사는 과거 몇몇 시사프로그램 등을 통해 검찰과의 커넥션 의혹이 제기됐던 인물. 그와 연결됐던 김 아무개 부장검사는 이미 구속됐는데, 박 변호사는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법원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 기각된 바 있다. 앞서의 변호사는 “배후 세력 중에는 검사 등 검찰 관계자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있지 않겠나”라며 “저축은행, 증권사 인수 과정을 고려할 때 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분명 연결된 선들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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